이번에도 발목 잡힌 KT, 왜 그럴까?

[재테크]by 팟캐김(김유성)

SUMMARY

- 정치권 간섭으로 장기화된 CEO의 부재로 실적과 주가 곤두박질치는 KT

- 산업 특성과 내·외부 요인으로 외풍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현주소

- 정권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KT 수난에 피해 입는 주주들

 

© istock

 

자칭 국민기업이라고 부르는 KT의 CEO 자리가 계속 비어 있습니다. 최종 의사 결정권자가 부재중인 가운데 KT의 올 1분기 실적은 경쟁사 대비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주가 관리마저 비상에 걸렸습니다.

KT의 CEO 자리는 왜 부재중일까요? 직전 CEO 이자 내부 직원 출신인 구현모(2020~2022년 재임) 전 사장은 연임 의사를 밝혔고 이사회로부터 적합 판정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 공개적인 반대를 하면서 연임을 포기하게 됐고 현재는 검찰 수사망에 걸려 있습니다.

지난 2월 말 KT 이사회는 다시금 CEO 후보를 추렸고 내부에서 새 사장 후보를 올렸습니다. 하지만 당정에서는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여당에서는 검찰 수사까지 촉구하며 KT를 압박했습니다. 5월 현재 KT의 CEO 선임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민간기업인 KT의 CEO 자리를 놓고 당정에서는 왜 각을 세울까요? 왜 KT CEO는 퇴임만 하면 조여드는 검찰 수사망에 노심초사해야 할까요? 민간기업이지만 정권만 바뀌면 수난을 당하는 KT에 대해 알아봅니다.

 

CEO 부재 살벌해진 실적 KT는 국영 통신 기업에서 시작했습니다. 이후 통신 공기업으로 전환했죠. 1990년대 한국통신을 기억하시는 분도 있을 텐데, 이 한국통신이 KT의 전신(前身)입니다. 2002년 KT로 민영화되면서 민간기업이 됐습니다. 경쟁 통신 기업인 SK텔레콤, LG유플러스와 다른 점은 ‘재벌 오너’가 없다는 점입니다. 각각 SK그룹과 LG그룹의 지배를 받는 경쟁사와 달리 KT는 주주들이 주인입니다.

따라서 CEO는 전문경영인을 KT 이사회가 주주들의 위임을 받아 선정합니다. CEO 선임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 어린 시각은 있으나, 나름의 절차를 갖고 있는 것이죠. 다시 말하면 누구나 KT CEO에 응모할 수 있고, 이사회만 동의하면 누구나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외부에서 이사회를 흔든다면 CEO 선임 절차는 어렵게 됩니다.

지난 연말 이후 연거푸 CEO 선임에 실패하면서 KT 실적도 부진에 빠졌습니다. 맨 위에서 실적을 갖고 쪼는 사람이 없다 보니 조직이 느슨해진 것이죠. KT의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486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5%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이 2.6% 증가한 6조 4437억 원인 게 위안이었습니다. KT 영업익이 뒷걸음질 치는 사이 SK텔레콤의 연결기준 1분기 영업이익은 14.4% 증가한 4948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KT가 CEO를 구하느라, 외풍에 시달리느라 정신없는 사이 역전한 것이죠.

실적뿐만 아닙니다. 주가도 부진합니다. 2022년 12월까지 3만 6000원대였던 주가는 최근 3만 1000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구현모 전 사장을 대신해 새 CEO 후보로 선임됐던 후보자마저 포기하자 주가는 2만 원대로 추락했습니다. CEO 부재 리스크와 KT의 행보에 대한 주주들의 걱정이 그만큼 컸던 것입니다.

 

최근 1년 사이 KT 주가 추이 © 인베스팅닷컴

 

더 큰 문제는 올 한 해 사업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각 기업들은 지난 연말에 세운 사업 계획을 점검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는데, CEO 부재 상황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은 몰라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와의 서비스 경쟁력 격차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는 후보들 구현모 전 KT 사장은 민영화 이후 KT가 배출한 첫 직원 출신 CEO입니다. KT의 전신인 한국통신에서 일을 시작했죠. 2020년 3월 대표이사로 취임했습니다. 지나친 실적 압박을 이유로 구 전 사장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외부에서 봤을 때는 준수한 성적을 냈습니다. 대표이사 취임 동안 영업이익 규모가 늘어났고 새로운 사업에서도 성과를 냈습니다. 그중 하나가 KT가 엉겁결에 투자해 대박을 터뜨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입니다.

3년여 임기를 다 채워가던 2022년 12월에는 대표이사 후보 심사위원회로부터 ‘연임 적격’ 판단을 받았습니다. 이전 황창규 전 KT 회장처럼 6년 재임의 길이 열렸던 것이죠.

(참고로 KT CEO의 명칭은 이석채 전 회장, 황창규 전 회장 때는 ‘회장’이었지만, 구현무 전 사장 때부터는 ‘사장’으로 바뀝니다. 국민기업 KT에 ‘회장’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회장’이란 직함이 재벌을 연상시켜 그런 듯합니다.)

구 전 사장은 본인도 ‘대표자 경선에 나서겠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연임을 반대하는 일부 사람들에 대한 눈치 때문인 듯 보였습니다. 그렇게 후보자들을 추리고 대표 선임 과정을 KT 이사회가 진행하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공개적으로 구 전 사장의 연임을 반대합니다. 실적만 놓고 봤을 때는 지분율 10%로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할 이유가 없었는데 말이죠. 구 전 사장은 얼마 버티지 못합니다. 연임을 포기하기로 합니다.

 

구현모 전 사장의 연임 포기 뉴스 캡처 화면. © KBS 유튜브

 

갑작스럽게 CEO가 공석이 되자 KT 이사회가 다시 CEO 후보자 4명을 추립니다. 이때가 2023년 2월 28일이었습니다. 이 4명 안에는 정치권 출신 인사가 없었습니다. 

삼일절을 쇤 다음 날인 2일 대통령실에서 KT 대표이사 선임에 대해 직접적이면서 공개적인 훈수를 둡니다. “민생에 영향이 크고 주인이 없는 회사, 특히 대기업은 지배 구조가 중요한 측면이 있다. 그것(공정·투명한 거버넌스)이 안 되면 조직 내에서 모럴 해저드가 일어나고 그 손해는 우리 국민이 볼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시각에서 보고 있다.” 

여당은 한술 더 뜹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내부 인사로 구성된 CEO 후보군을 일컬어 "그들만의 이익 카르텔"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검찰과 경찰은 KT 구현모 대표이사와 그 일당들에 대한 수사에 조속히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당사자로서는 식은땀 날 만한 경고죠. 입법기관에서 사법기관에 수사를 촉구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KT 이사회는 내부 인사인 윤경림 씨를 KT 사장 후보로 선임했지만, 그마저도 버티지 못합니다. 3월 27일 대표이사 후보직 사퇴를 공식화했습니다. 5월 현재 3차 CEO 공모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일부 보수 신문들 사이에서는 KT 사장의 유력한 후보 이름이 돌고 있긴 한데, 현 정부와 가까워 보이는 인사입니다.

공교롭게 구현모 전 사장을 대상으로 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KT 계열사인 KT텔레캅의 일감을 시설관리 업체 KDFS에 몰아준 것을 갖고 수차례 압수 수색을 했습니다. 검찰 등 수사기관은 그 뒷배경에 구 전 사장이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정권 바뀔 때마다 수난 겪는 KT 새 정권이 들어서면 KT는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KT라는 기업이든, 그 안의 임원이든, 혹은 CEO든 늘 타깃이 됐습니다. 민영화 이후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전임 회장이었던 황창규(2014~2020년 재직), 이석채(2009~2014년 재직) 전 회장 등은 피의자 신분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수년에 걸친 재판을 통해 무죄가 나기도 했지만, 사법기관의 수사망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황창규 전 회장은 경영 고문을 부정하게 위촉했다는 의혹(정치권 인사들에게 로비했다는)에 휘말려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기관에 소환됐습니다.

이석채 전 회장은 두 번째 임기를 채우지 못했고 불명예 퇴임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듬해였습니다. 이후 수년간 배임 혐의로 재판받았고 최종 무죄 판결을 받게 됩니다.

이 전 회장의 전임이었던 남중수(2005~2008년 재임) KT 전 사장은 2008년 구속됐습니다. 남 전 사장도 연임에 성공했지만, 이명박 정권 첫해에 퇴임해야 했습니다. 앞서 KTF(KT의 모바일 사업 계열사) 사장도 구속이 됐습니다. 정권 교체에 따른 ‘물갈이’가 KT에서도 어김없이 있었던 것이죠.

CEO뿐만이 아닙니다. KT 임원들도 여럿 구속되거나 사법적으로 책임을 졌어야 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이어진 탄핵정국입니다. KT는 국정 농단 세력 등에 출연금을 내고 광고 계약 수주를 몰아주는 등 특혜를 줬다는 이유로 단죄됐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에도 대통령을 탄핵하는 근거 중 하나로 쓰였죠.

 

외풍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이유 KT는 왜 외풍에 시달려야 할까요? 일차적으로는 CEO와 임원들 본인의 잘못이 큽니다. 임기가 정해진 전문경영인이었지만 제왕적 권력을 사내에서 휘둘렀던 것이죠. 자기 사람이나 자기 안식구 챙기기가 분명히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KT 사내 인사가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온 CEO라면 더더욱 챙길 수밖에 없습니다. 외부 ‘누군가’의 청탁을 외면하기 힘듭니다.

KT 자체가 지극히 정치적인 조직이란 것도 한몫합니다. ‘재벌 오너가 없다’라는 것은 사내 조직이 민주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계파 간 줄서기와 정치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거의 모든 기업 조직에서 볼 수 있지만, KT는 유독 심한 것이죠. 수십 년 공기업 문화가 있는 데다 평생직장으로 알고 살아온 직원들이 많은 이유가 큽니다.

통신사업이 갖는 특성도 있습니다. 정부는 통신 시장을 과점 시장으로 관리합니다. 전파라는 공공재를 배분해야 하는 이유도 있고,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외국 기업이 국내 통신 사업을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혹여나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중요 정보를 빼돌리면 어떻게 하나?’ 걱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나라에서는 자기네 기업이 직접 통신사업을 합니다. 마땅한 기업이 없다면 국영기업을 만들어서라도 하죠. 해외 기업과 협력은 하지만 제한적입니다. 그 주도권은 반드시 현지 기업이 가져가려고 합니다.

정치권의 시각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KT는 분명 민간기업인데, CEO는 반드시 자기네 사람을 앉혀야 한다는 시각이죠. 정권에 연이 닿아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 인물에 대한 보상 측면이죠. 선거 승리를 위해 이바지한 인물들에게 논공행상해야 하는데, 사람은 많고 자리는 부족합니다. 알아서 (기존 정권) 사람들이 자리에서 내려와 주면 좋은데, 그렇지 않은 일도 있습니다. 서로가 골치 아파지는 것이죠.

 

기업 발목 잡는 4류 정치 지난 2017년 KT는 미국 증권 거래 위원회(SEC)에 보낸 2016년 사업보고서에서 자신들의 리스크 사항을 이렇게 적시했습니다.

 

“(미르·케이 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 (최순실 씨의 측근인 이동수, 신혜성 등) 특정 인물들의 채용, 최 씨와 관계있는 광고 회사와 계약 등은 케이티(KT)의 사업, 평판, 주가에 실질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해외 투자자들이 이런 문구를 봤다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KT가 과연 한국을 대표하는 통신 기업으로 생각할까요? 정권의 입맛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는 기업이라고 여긴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게 아닐까요?

 

 

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우리 정치인은 4류, 관료행정은 3류, 기업은 2류 수준”이라고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정치만큼은 옛적 권위주의 사고방식에 빠져있다고 지적한 것이죠. 이 발언이 나온 때가 1995년이고,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입니다. 이 발언에 지금 우리 정치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까요? KT가 민영화 이후 걸어온 일련의 과정만 놓고 봤을 때 여전히 멀어 보입니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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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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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이데일리 기자 (국제경제/IT/금융 출입) 現) 『금리는 답을 알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챗GPT』, 『금융초보자가 가장알고싶은 질문 TOP80'』 도서 저자 現) 팟캐스트·포스트 '경제유캐스트' 운영자 경제매체에서 10년 넘게 경제기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출입처로는 국제경제, IT, 금융 등이 있습니다. 팟캐스트와 네이버포스트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보는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https://www.facebook.com/kys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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