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대만 반도체 시장 리뷰

[재테크]by 에드워드

 세계 경제 침체의 초입에서 반도체 시장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 펜더믹 기간 중 급성장한 반도체 시장은 올해 들어 전례 없는 속도로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2021년의 폭발적인 소재 출하량과 통상적으로 비수기인 4분기 10월~12월 사이 중국 업체들의 비정상적인 발주가 이어졌다. 그동안 비수기와 성수기를 나눠 시장을 대응했던 시스템이 무의미해졌다. 개인적으로는 고객사의 막대한 재고 비축을 시장 변화의 트리거로 봤다. 2022년 1분기 OSAT의 재고 과잉 통보로 시작된 시장 수축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시장의 변화를 파악하고 추적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대변할 수 있는 믿음직한 지표가 필요하다. 나는 대만의 반도체 업체의 월별 매출 변화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상장기업의 월별 매출실적은 대만의 전자공시 시스템을 통해 누구에게 공개된 정보이지만 이를 분석하고 해석하기에 따라 시장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가늠자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에 그들과 동일한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는 업체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업체들의 실적은 분기 마감 후 45일~60일 이후에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과거로 기업의 현재를 가늠하는 것에는 시차가 발생한다. 반도체 산업, 특히 패키징 업계에 있는 분들이라면 해당 정보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면 좋을 듯하다. 그럼 업데이트된 대만 반도체 기업들의 9월 실적 변화를 살펴보도록 하자. 

 

2022년 9월 대만 반도체 기업 연간 매출액 변화(YoY)


 어느 산업이던지 시장이 붕괴될 때에는 시장에 속한 참여자 중, 규모가 가장 작고, 고객사 풀(Pool)이 빈약한 순으로 영향을 받는다. 시스템 반도체를 패키징 하는 업체 중, 규모가 가장 작고 특정 고객사에 대한 매출 비중이 높은 TICP부터 연간 매출액 변화(YoY)가 줄기 시작했다. 업체별 규모에 따라 TICP, Lingsen, GRATEK순으로 연간 매출액 변화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Lead Frame base의 반도체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음에도 OSAT업체들이 들고 있는 원자재 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3개월가량 사용 가능하다고 추산했던 재고 수준이 제품 생산량의 감소에 따라 한 달이 지났음에도 도리어 사용 가능 일정이 4개월, 5개월로 늘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020년 하반기부터 급증한 패키징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설비 투자와 인력 채용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됐다. 심지어 몇몇 업체들은 올해 초부터 신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시장의 갑작스러운 위축은 이제 업체들의 운영비용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하락이 길어질수록 생산량이 감소량이 지속되기 때문에 공장 가동을 위해 뽑은 직원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다. 다소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이미 공장 가동률이 50% 이하로 주저앉은 상황이기 때문에 멀지 않은 시기에 OSAT들은 결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소형 OSAT들이 가시밭길을 걷고 있지만 대만의 대표 OSAT업체인 ASE와 SPIL은 아직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대형 Fabless를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고기능 반도체를 패키징 할 수 있는 기술력과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침체에도 영향을 늦게 받고 있다. 잘 버티던 ASE조차 4분기 중에는 연간 매출액이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SPIL 같은 경우, 미국 정부의 중국 반도체 산업 제재로 인한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 반도체의 중국 수출이 금지되면서 AMD는 중국향 인공지능 반도체 패키징의 거점을 중국에서 다른 지역을 옮기려고 한다. AMD의 반도체 대부분은 중국 TFME와의 합작사인 TF-AMD(TFME 지분율 85% : AMD 15%)를 통해 이루어진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막히면서 굳이 대만에서 생산된 Wafer를 중국으로 실어 나를 이유가 없어졌다. AMD는 오랜 패키징 파트너인 SPIL을 통해 인공지능 반도체의 패키징을 검토 중이다. AMD 물량 이관이 현실화되면 SPIL의 실적은 미약하나마 시장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TFME는 그만큼의 매출액과 공장 가동물량을 잃게 된다. 또한, 중국 내 Data Center 건설이 차질을 빚으면서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감소하여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시장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SPIL과 같이 특이한 케이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OSAT 업체들은 닥쳐올 반도체 시장의 혹한기를 어떻게 버틸지에 대한 고민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경 DDI(Display Drive IC) Bumping업체 관계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반도체 시장 다운 사이클의 징후에 대해 설명하며 해당 업계의 상황에 대해 문의했었다. 그는 디스플레이 시장이 견조하기 때문에 1분기 실적도 예측에 부합했다며 2022년 매출은 2021년 대비 분명히 높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내가 그에게 DDI업계의 시장 예측에 대해 문의했던 것은 대만의 DDI Fabless인 Novatek(Global 2위)의 매출 감소세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Novatek의 물량과 함께 중화권 DDI Fabless업체들의 Bumping & 패키징을 담당하는 Chipbond와 Chipmos의 매출이 동반 하락하고 있었다. 2021년 DDI 칩이 부족해 전자기기 출하가 안된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로 달아올랐던 DDI 시장은 1분기 이후로 빠르게 가라앉았다. 

시장의 변화를 사전에 조금이라도 일찍 알아채지 못하면 급격한 변화에 대응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유효기간이 짧은 원자재를 핸들링해야 하는 업체라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시장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번과 같이 재고 과다로 인해 공급망이 단시간에 경직되면 원자재 유효기간 경과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소재업체에서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업체들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역시 약세를 거듭하고 있다. 삼성전자, SK hyni, Micron과 D램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Nanya는 시장 점유율 4% 정도로 매출과 규모면에서 비교가 어렵다. Nanya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시장의 변화에 규모가 큰 업체보다 빠르게 반응한다. 메모리 Big3는 2분기까지 양호한 실적을 보였으나, Nanya는 이미 2분기부터 실적이 꺾이기 시작했다. 4월 -10%로 마이 Nanya는 Big3보다 3~5개월 먼저 시장 변화에 반응했다. Nanya은 지난달부터 전년도 동기 대비 -60%의 실적 보이고 있다. 강 건너 불구경으로 느껴질 수 있으나, Nanya의 실적은 머지않아 메모리 Big3가 맞이하게 될 확정적인 미래로 봐야 한다. 특수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대만의 Winbond는 3분기부터 매출액 하락세가 시작됐다. 

 Nanya와 Winbond의 Wafer를 위탁받아 패키징 하는 FATC와 Walton은 아직 매출액이 유지 중이다. 하지만 주거래선의 Wafer생산량이 본격적으로 줄게 되면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매월 역대급 재고를 쌓아가고 있는 메모리 업계의 정황 상, 한번 줄어든 물량이 회복되기에는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대만 최대 메모리 반도체 OSAT인 PTI 역시 가동률 하락으로 고민이 많다. 일본의 Kioxia와 미국의 Micron이 선제적으로 Wafer 생산량을 조절하면서 PTI의 매출액이 줄고 있다. 하필 작년에 대만 신쥬 과학단지에 신규 공장 투자를 단행한 상태라 최근의 업황에 따라 신공장의 가동이 연기될 상황에 처해 있다. 여기에 자회사인 GREATEK의 매출 하락이 더해지면서 실적 하락세가 가파르다.   

 테스트 업계를 보면 업체의 규모와 Wafer Probe Test & Final Test Mixing에 따른 희비가 극명히 갈리고 있다. 작년 최대 실적을 달성했던 대만 테스트 업계지만 반도체 업계의 위축에 자유로울 수 없다. Wafer Probing 비중이 높은 Ardentec과 Sigurd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연간 매출액이 감소 추세에 있다. 여기에 절대 줄지 않을 것 같던 Foundry 업체들의 Wafer 생산 물량이 감소하고 있다. 9월에도 압도적인 매출액을 보인 TSMC의 주가가 실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Foundry 업계의 출하량 감소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Ardentec을 비롯한 Wafer Probe 비중이 높은 업체들도 조만간 시장 침체의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연초 4천 포인트를 터치했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022년 10월 현재 2천 포인트에 근접했다. 이미 지수 절반을 반납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저점이 가까워졌다고 보고 있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반도체 시장의 침체는 아직 시작단계로 생각된다. 반도체 다운 사이클의 경험에 따르면 최정점의 실적이 공시된 후 최소 1년 이상의 침체가 이어졌다. 반도체 기업들의 3분기 실적 공시가 반도체 다운 사이클의 진입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지난 펜더믹 기간 중, 반도체 관련 기업들은 유래 없는 반도체 산업의 호황을 누렸다. 호황 이후, 이제 급격한 시장 위축을 목도하고 있다. 닷컴 버블과 리먼 사태 그리고 이어진 메모리 과잉, 미중 무역분쟁의 반도체 다운사이클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상황과 비교하면 잔물결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의 반도체 다운사이클의 진폭을 기준으로 현재를 바라보면 향후 닥칠 위기 상황을 오판할 수 있다.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 규모와 2021년, 2022년 반기 실적을 비교해 보면 그 규모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마치 적재량을 초과한 트레일러가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트레일러가 가진 제동력을 십분 발휘했음에도 제원 상의 제동거리보다 훨씬 더 먼 거리를 이동하고 있는 것과 같다.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비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 수차례의 반도체 다운사이클을 탈출했던 경험과 해법은 이번 위기에 통하지 않는다. 물량은 조금 줄었지만 아직도 수많은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Wafer를 쏟아내고 있다. 패키징 지연을 통해 물량을 조절한다고 하지만 Wafer 조차도 유효기간이 있기 때문에 마냥 쌓아 놓을 수 없다. 현재 반도체 기업들과 전자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반도체 재고는 2021년부터 현재까지 장기간에 걸쳐 생산된 제품들이다. 펜더믹 기간 중, 풀린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급격한 금리 인상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쌓여 있는 재고의 획기적인 소진 방안이 없다면 다음 반도체 시장의 반등 시기는 늦춰질 수밖에 없다. 

 

 최근 전시회나 심포지엄을 통해 반도체 시황에 대한 다양한 예측을 접할 때마다 드는 의문이 있다. 대부분의 강연자들이 내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시장이 개선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과거 반도체 다운사이클이 왔을 때마다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켜줄 Killer Application이 등장했기 때문에 위기를 탈출할 수 있었다. 멀리는 인터넷이 있었으며 최근에는 코로나가 있었다. 그럼 이번 반도체 다운 사이클 탈출을 위한 동력은 무엇일까? 전자기기 생산량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반도체 재고 소진을 위한 Killer Application이 없다. 애플의 iPhone 14 조립이 시작되면서 EMS업체들의 9월 매출액이 급증했지만, iphone 14의 시장 반응도 예상보다 저조한 상황이다. 애플마저 시장에서 고전하게 되면 다른 스마트 기기 생산업체들은 신제품 출시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시장이 호전될 것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차라리 내년부터 자율주행 차량이 대폭 증가하여 데이터 센터용 메모리 반도체와 인공지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가정이라도 있었으면 한다. 섣부르게 시장의 반등을 예측하기보다는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다운사이클의 기간을 줄일 수 있는 방안에 집중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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