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투자목적 변경 현황 (단순투자, 일반투자)

Summary

- 2020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국민연금의 투자목적에 일반투자가 추가됨

- 일반투자목적은 단순투자목적과 달리 적극적인 주주 활동 의사가 있다고 볼 수 있음

- 이번에 단순투자로 투자목적이 변경된 6개사의 주가 움직임에 관심을 가질 필요성

 

 

전자공시시스템에 국민연금공단의 공시자료 여러 건이 동시에 올라왔습니다. 전자공시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아래 보고서가 어떤 내용일지 이미 짐작이 되실 겁니다.

 

© dart

 

보고서명은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로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대량보유상황에 대한 내용입니다. 보통은 각 기업별로 보유비중의 축소 혹은 확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올라온 공시는 보유비중뿐만 아니라, 투자목적에 대한 변경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당 기업에 투자하는 분들이라면 참고할 만한 사항이라 관련 내용을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의미심장한 투자목적 변경 단순한 주식 보유 규모에 대한 변경은 정말 자주 올라옵니다.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기금은 약 900조 원으로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국민연금이 기업에 투자한다면 당연히 1% 이상을 보유하게 되고, 관련 사항은 전자공시를 통해 알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다만 이번 내용은 보유 규모뿐만 아니라 ‘투자목적’에 대한 내용이 변경된 사례입니다. 총 6개 기업의 공시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3개사(한국콜마, GS건설, CJ)는 보유비중 확대, 다른 3개사(아이에스동서, 금호석유화학, 신세계푸드)는 보유비중 축소입니다.

 

 

기존에 국민연금이 투자했던 이유는 ‘일반투자’였는데 이제는 ‘단순투자’ 라니 내용이 의미심장하죠? 우선 국민연금의 공시에 대한 국내법을 살펴보겠습니다.

 

2020년 대량보유 공시 개편 2019년까지 단순투자/경영참여의 두 종류만 있었으나, 2020년 초 「자본시장법 시행령」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일반투자가 추가됐습니다.

기존 자본시장법에서는 5% 이상 투자자의 주식 보유목적이 ‘경영권에 대한 영향을 주기 위한 것’과 그 외를 구분하여 보고사항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작년 2월 관련 법 시행령 개정으로 대량보유 상황 보고 시, 보유목적에 대한 구분이 변경*됐습니다.

 

* ‘경영참여’ 목적 투자 및 ‘단순 투자’ 이외에 ‘일반투자’ 목적 구분 신설

 

국민연금의 규모가 워낙 크니, 자본시장에 미치는 혼란을 방지하고 공시업무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국내 주식에 대한 보유목적 변경 기준’을 마련하게 된 겁니다.

경영참여/일반투자목적의 변경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국민연금 보도자료

 

조금 내용이 어려워 보이긴 하지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단순투자목적: 주식 보유수량과 관련 없이 법률에 따라 보장되는 권리(의결권, 신주인수권, 이익배당청구권 등)만을 행사함
  • 일반투자목적: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제안하며, 배당 증액/지배 구조 개선 등 주주 행동이 가능함

 

작년에도 몇 사례가 있었습니다.

 

일반투자 → 단순투자

 

  • 대한항공

작년 9월 국민연금공단은 대한항공의 지분 보유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변경 공시를 발표했습니다. 이전 공시로부터 1년 6개월 만의 변경이었습니다.

대한항공하면 ‘경영권 분쟁’ 이슈가 떠오르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오너 일가의 갑질로 인해 여론이 안 좋은 상황을 틈타 행동주의 펀드인 KCGI(일명 강성부펀드)가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경영권을 공격하기 시작했죠. 2020년 강성부펀드/반도건설 + 조현아 부사장 vs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지분 보유율 2위인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이 상황에 아무런 행동을 안 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일반투자’ 목적으로 적극적 주주활동에 나서면서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와 이사 선임안 등에 반대 표를 행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특정 세력을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결론적으로 경영권  분쟁은 기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지분이 우세하면서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경영권 분쟁 이슈가 끝난 마당에 국민연금이 추가로 할 건 없었겠죠. 결국 투자목적을 ‘단순투자’로 변경하면서 이후에는 특별히 주주활동에 나서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대한항공의 사례를 보면, 국민연금의 투자목적과 움직임에 따라 대주주가 바뀌거나, 유상증자를 거절당하는 등 그 기업의 미래가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현재 국민연금공단의 보유지분은 6.29%입니다.

 

단순투자 → 일반투자

작년 12월 23일, 국민연금공단은 7개 기업(CJ, GS건설, 아이에스동서, 금호석유, 한국콜마, DL, 한화)에 대해 일반투자로 투자목적을 변경했습니다. 아직까지 특별한 이슈가 드러나지 않은 기업도 있지만,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경영권 분쟁이 시작될 조짐이 보이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 금호석유

금호석유 그룹의 박찬구 회장과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 간의 일명 ‘조카의 난’이 있었습니다. 당시 박철완 전 상무는 금호석유의 개인 최대주주로 지분 8.6%를 보유하고 있었죠. 어머니와 누나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하면 10%가 조금 넘습니다. 주주총회에서 권리행사를 통해 박회장의 아들이었던 박준경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7월 박준경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현 경영진의 선임안건이 모두 통과됐습니다. 사실상 박찬구 회장의 승리로 결정된 것이죠.

현재 국민연금공단의 보유지분은 6.93%입니다.

 

  • CJ

CJ는 아직 현재 진행형입니다. 물론 경영권 분쟁은 아니지만, 승계 이슈가 있습니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아들인 이선호씨는 현재 CJ 제일제당의 경영리더(임원)입니다. 현재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전체 지분은 47.26%입니다만, 이 중 이재현 회장의 지분이 42.07%로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이선호씨의 지분은 2.87%에 불과하죠.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회장 지분을 대부분 증여해야만 하는데, 증여세가 만만치 않겠죠? CJ는 여러 가지 방법(전환우선주 발행, 올리브영 상장) 등을 통해 승계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국민연금공단의 보유지분은 7.61%입니다.

 

보유목적 변경 공시 효과는? 2020년 대량보유 공시 개편안이 시행된 이후, 관련 연구논문이 발표된 적이 있습니다.

 

논문명: 국내주식시장에서 보유목적변경의 공시효과에 관한 연구- 일반투자목적 전환에 관하여 (박근우, 원상희, 원종현)

 

해당 논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 공시한 경우, 공시일 1일 전부터 공시 후 1일까지 0.4%의 초과수익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국민연금이 공시할 경우 초과수익이 0.7%로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누적이상수익률 그래프 © 국내주식시장에서 보유목적변경의 공시효과에 관한 연구

 

결국 보유목적 변경으로 인해 시장 투자자들은 긍정적인 기대를 하게 되고, 실제로 국민연금의 지배 구조 개선 움직임으로 긍정적인 주가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죠. 다만 발표이후 이상수익률은 발표 4~5일 뒤에는 효과가 감소한다고 하니 단기투자목적이라면 이런 공시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해당 논문은 2020년 2월부터 7월까지의 공시 94건을 분석한 결과로 1년 이상의 누적 변화에 대한 결과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경영권 이슈가 현재진행형인 기업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겠죠?

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투자목적을 단순투자로 변경하면서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경영권 등 주주들의 지분이 중요한 상황이 정리되어 국민연금이 활동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어지고, 만약 보유지분까지 늘어났다면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 국민연금의 주주 제안 등과 같은 적극적인 주주활동은 연금기금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검토와 국민연금기금운영위원회의 최종 결정을 통해 실시됩니다. 또한 관련 기업과 ‘비공개’ 대화를 실시하고, 만약 개선이 필요하다고 결론이 나는 경우, 위원회 검토를 통해 최종적으로 주주 제안 등 적극적 주주활동에 참여합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2020년 ‘비공개 대화 대상 기업’ 37개사를 꼽고, 이 중 ‘비공개 중점 관리 기업’을 2개 선정했습니다.

만약 내가 투자한 기업의 2대 주주에 국민연금이 포함되어 있다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주주가 기업의 지분을 함부로 사용하고, 개인 사유재산처럼 사용한다면 국민연금은 주주 입장에서 움직일 겁니다. 그만큼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공시 관련 뉴스가 보도된다면 반드시 주시하면서 향후 움직임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1,2대 주주의 움직임에 따라 주가는 크게 움직일 수 있으니 말이죠. 실제로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은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10배 가까이 상승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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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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