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광객 증가 수혜주는 일본 백화점?

Summary

- 코로나19 종식이 가까워짐에 따라 일본 여행객이 증가하고 백화점 업계는 회복세에 접어듦

- 한때 일본은 백화점 왕국이었으나, 수십 년간 매출이 하락하여 실적이 악화되던 상황

- 관광객 증가와 더불어 성공적인 신사업 모델 발굴을 통해 크게 성장 중인 백화점 업계

- 저평가된 일본 백화점 기업들에 관심을 가질 필요성

 

 

2019년에는 NO재팬이, 2020년에는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일본으로 여행 가는 한국인들이 급감했습니다. 저는 여행, 출장을 이유로 1년에 3~4번씩은 일본에 갔었는데요. 근래 3년간 일본 가는 비행기는커녕 공항에 가본적도 없습니다.

NO재팬에 대한 기억도 가물가물해지고 코로나19도 3년째 이어지면서 여행에 대한 갈증이 폭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가 겁나긴 하지만 해외여행은 가고 싶고, 그러다 보니 가장 만만한 일본으로 관심이 쏠리기 중입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72.8%가 향후 3년 내 해외여행에 갈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이 중 첫 번째 희망 목적지로 일본이 꼽혔습니다.

 

© 한국관광공사

 

한국으로 여행 오는 수요도 늘고 있습니다만, 국내에서 해외로 가는 여행객도 무시할 수 없겠죠? 전 세계 여행객들로 인해 일본 백화점들의 주가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몰리는 관광객에 웃음짓는 백화점 일본백화점협회(日本百貨店協会)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일본의 전국 71개 백화점 매출은 4,281억 엔(약 4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우울했던 작년 전체 매출액보다 156억 엔이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특히 7월 이후 1개월 매출이 전년대비 두 배 이상씩 성장했고, 심지어 9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3배나 상승했다고 하는군요. 9월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입한 손님만 2만 8천 명으로 이들은 1인당 33만 엔(약300만 원)어치의 물건을 구매했다고 합니다. 인기 상품은 화장품(1위), 럭셔리 굿즈(2위), 식료품(3위) 순입니다.

그만큼 방일 관광객의 숫자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면세 수속을 한 나라는 중국, 대만, 한국 순입니다. 우리보다 중화권에서 더 많이 일본을 방문하고 있는 셈이죠. 심지어 지난달 16일에는 중국인 남녀 7명이 무려 77억 엔어치의 물건을 면세로 구매했다는 뉴스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일본 백화점이 드디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사실 정말 긴 시간 동안 쇠퇴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일본 백화점은 과연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 상황을 확인해 보려고 합니다.

 

백화점의 나라 일본 과거 일본은 백화점 왕국으로 불릴 만큼 많은 백화점 업체가 난립했습니다. 주요 지하철역 앞에는 항상 백화점이 한두 개씩 있었죠. 사람이 붐비는 지하 1층 식품관도 일본에서 도입된 시스템입니다.

최초의 ‘백화점’이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되긴 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백화점을 활성화시킨 주인공은 일본입니다. 1852년 프랑스 파리에 르 봉 마르셰(Le bon Marché)가 오픈하면서 다양한 품목들을 한곳에 모은 매장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부터 해외 사업 모델을 가져와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개량한 사업 아이템을 만드는 건 일본이 잘하던 방식입니다. 최초의 백화점이 오픈한지 약 50년이 지난 1904년, 일본 에도시대에 최초의 백화점인 미츠코시가 오픈했습니다. 당시 미츠코시는 ‘백화점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기존의 기모노 가게를 상품을 진열하여 판매하는 방식으로 전환시켰습니다. 이 때 ‘백 가지 물건을 파는 곳’의 뜻을 가진 백화점(百貨店)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하게 됩니다.

 

 

백화점은 이미 150년 이상 된 역사가 깊은 사업모델입니다. 한국에 도입된지도 100년 가까이 되어가죠. 1930년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계 미츠코시 경성점이 오픈하면서 일본계 백화점이 한국에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미츠코시, 화신, 미나카이, 초지야, 히라타 등의 일본계 백화점이 전국적으로 진출했으나, 1997년 IMF 때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한국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지금의 롯데와 신세계 등의 국내 업체가 당시 일본계 백화점을 인수한 바 있습니다.

왕년에 백화점 왕국이었던 일본의 현지 사정은 어떨까요? 1904년 미츠코시가 백화점을 최초로 오픈한 이래, 인구증가와 경제발전으로 백화점 업계는 크게 발전했습니다. 다만 백화점이 100년 넘은 사업모델이다 보니 성장기를 지나 사실상 사업 쇠퇴기에 접어든지 한참 됐습니다.

 

하지만 쇠퇴는 90년대부터 시작됐다 90년대 일본 경제가 버블로 인해 붕괴하면서 사실상 경제성장이 멈췄습니다.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돈 많은 부유층과 중산층을 타깃으로 삼던 백화점의 매출은 급감했습니다. 계속되는 가격 할인 경쟁으로 고급품보다는 저렴한 물건들의 수요가 커졌고, 다이소와 같은 100엔샵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2010년 긴자에 위치한 세이부 백화점의 폐점 선언을 시작으로 2008년에만 12개의 백화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2000년대 백화점 폐점상황 © 노무라연구소

 

이때부터 백화점 업계는 무려 13년 연속 매출 감소라는 오명과 함께 계속해서 사업 확장보다는 생존을 위한 경쟁을 시작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백화점 업계는 전체 매출(4조 2,2204억 엔)이 전년대비 무려 25%나 감소했습니다. 1975년 이후 45년 만의 최저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이 대목에서 백화점이라는 사업모델이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되었는지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 fashionsnap, 일본백화점협회

 

91년에 비해 2020년까지의 매출은 숫자상 반 토막이 났습니다. 30년간의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체감 수치는 훨씬 낮아지겠죠?

 

물건 안 팔아요! 백화점의 대변신 백화점이 망해가기만 하는 업계라면 오늘 우리가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습니다. 사실 영원히 하락하기만 하는 업계를 찾기도 쉽지 않죠. 10년 이상 쇠퇴하던 일본의 백화점 업계는 최근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새로운 변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는 고객이 줄자 마루이 백화점을 시작으로 상품 자체를 팔지 않는 매장을 오픈하기 시작했습니다.

 

© 코트라 나고야 무역관

 

상품을 팔지 않고, 쇼룸(showroom) 형태의 점포를 만들면서 MZ세대로부터 새로운 수요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 것이죠. 상품을 자체적으로 기획, 생산하는 모델의 DtoC(Direct to Consumer) 기업들과 협업하면서 상품을 파는 곳보다 ‘체험을 제공하는 곳’으로 백화점을 개조하기 시작했습니다.

DtoC 기업들은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기업들과 백화점의 협업으로 매장에 오면 반드시 물건을 사야 한다라는 소비자들의 심리적 부담감도 줄여주면서 고객을 유치하기 시작한 겁니다.

실제로 2020년 말, 일본 백화점 5위 기업인 J.프론트리테일링(J. Front Retailing Co., Ltd.)의 대표 요시토모 타츠야씨는 ‘백화점 놀이, 그만두었다’라는 말을 하며 사업모델을 전면 개편하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수수료 기반의 백화점 수익모델을 임대료 기반으로 변경하면서 쇼핑센터와 같은 역할을 하려는 것인데요. 한국의 신세계에서 도입한 스타필드와 유사한 형태입니다.

가장 최근 2020년에 오픈한 다이마루 신사이바시점은 백화점 형태이지만 내부 전체 매장의 65%가 임대형입니다. 매장 매출의 일부를 떼어가는 수수료 방식에서 임대수익을 받는 방식으로 변경한 것인데요. 백화점이 임대 부동산 형태로 변신한 셈입니다. 이를 통해 운영인력을 500명에서 300명으로 감소시켰습니다.

 

주목해 볼 만한 백화점 리스트 매해 폐업하는 백화점이 늘면서 이제는 100개가 채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2006년 한큐홀딩스가 한신백화점을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H2O를 설립했고, 2007년에는 다이마루와 마츠자카야가 합병하여 J.프론트리테일링이 설립됐습니다. 현재 백화점 업계의 매출 기준 랭킹은 다음과 같습니다.

 

© gyokai-search

 

연매출은 미츠코시 이세탄이 8,160억엔, 다카시야마가 6,808억엔으로 1조엔이 넘는 기업은 없는 상태입니다.

주요 기업들의 주가 현황은 어떨까요? 위 5개 기업은 최근 1년간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 구글 파이낸스

 

이 중에서도 1위인 미츠코시 이세탄과 2위 다카시야마는 각각 59%, 62%씩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최근 전 세계 주가 하락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률을 기록 중입니다.

 

  • 1위: 미츠코시 이세탄

(3099, 三越伊勢丹ホールディングス, Isetan Mitsukoshi Holdings Ltd.)

특이하게도 영문 회사명과 일본어 회사명의 이름 순서가 다릅니다. 백화점 그룹인 이세탄(伊勢丹)이은 백화점계에서 역사가 가장 깊던 미츠코시(三越)를 2008년 인수합병하면서 설립된 지주사입니다. 일본의 거의 모든 도시뿐만 아니라, 동남아 각국에도 진출했습니다. 전체 매출의 90%가 백화점에서 나올 정도로 백화점 사업에 올인한 기업이죠. 또한 해외 점포만 34개나 될 정도로 동남아,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비중이 큽니다. 특히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의 수도에는 반드시 미츠코시나 이세탄 백화점이 있으니, 그 규모를 실감할 수 있겠습니다.

 

  • 시가총액: 4,992억 엔
  • PER/PBR: 38.69 / 0.94
  • 배당수익률: 0.87%

 

  • 2위: 다카시마야

(8233, 高島屋, Takashimaya Co., Ltd.)

과거 백화점 No.1이었던 다카시마야는 1958년 뉴욕에 매장을 오픈하고, 1989년 백화점 최초로 매출 1조 엔을 넘었던 거대 기업입니다. 현재는 일본 19개, 해외 3개의 점포를 운영 중으로 다른 기업들이 흡수합병을 통해 생존을 노리는 반면 다카시마야는 아직까지 타 기업을 인수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그룹 전체 매출의 80%가 백화점에서 나오나 영업이익의 50% 이상은 백화점이 아닌 부동산 사업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 시가총액: 2,974억 엔
  • PER/PBR: 13.51 / 0.67
  • 배당수익률: 1.39%

 

  • 3위: 세븐&아이 홀딩스

(3382, セブンアイホールディングス, Seven & I Holdings Co., Ltd.)

회사명이 세븐으로 시작하죠? 우리가 아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운영하는 기업입니다. 7개의 사업 부문 중 편의점 부문에선 세븐일레븐을, 백화점 부문에선 소고&세이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푸드서비스 부문엔 종합 슈퍼마켓인 이토요카도를 그 외 금융 관련, 우편 주문 부문 등도 운영합니다. 약 150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거대 기업으로,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타 백화점 기업보다 훨씬 큰 규모입니다. 포춘 글로벌 500에도 속하는 일본의 초거대 기업 중 하나죠.

아무래도 백화점의 비중은 낮은 편입니다.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이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80%를 차지하는 핵심기업으로, 백화점인 소고(SOGO)와 세이부(西武)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 시가총액: 4조 8,081억 엔
  • PER/PBR: 12.57 / 1.38
  • 배당수익률: 1.86%

 

  • 4위: H2O 리테일링

(8242, エイチ・ツー・オーリテイリング, H2O Retailing Corporation)

한큐한신토호그룹 산하의 중간지주사로 한큐백화점과 한신백화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본에 여행, 출장을 자주 가는 분들은 한큐전철과 한신전차로 인해 기억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주로 일본 관서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오사카의 우메다에 본점이 있습니다. ‘오사카에서는 먹다가 망한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특이하게도 식품관을 가장 중점적으로 운영 중입니다.

 

  • 시가총액: 1,440억 엔
  • PER/PBR: 26.67 / 0.56
  • 배당수익률: 2.10%

 

  • 5위: J.프론트 리테일링

(3086, J.フロントリテイリング J. Front Retailing Co., Ltd.)

4개의 사업 부문(백화점, 쇼핑, 부동산, 신용금융)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 중 쇼핑부문은 파르코(Parco, パルコ)라는 브랜드를 통해 쇼핑센터의 개발 및 운영 관리를 위주로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또한 다이마루마츠자카야 백화점(大丸松坂屋)을 운영합니다. 2007년 다이마루와 마츠자카야가 합병하면서 다이마루는 4개의 점포, 마츠자카야는 3개의 점포를 폐점했습니다. 백화점 규모를 줄여나가고 새 사업 모델 발굴을 고민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2017년에는 긴자에 긴자식스(GINZASIX)라는 긴자 최대 규모의 상업시설을 오픈하기도 했죠. 현재 백화점 업계 중에서는 가장 배당률이 높습니다.

 

  • 시가총액: 3,009억 엔
  • PER/PBR: 13.08 / 0.82
  • 배당수익률: 2.71%

 

 

점점 다가오는 회복 타이밍 물론 아직도 코로나19 전과 비교하면 방문객의 숫자는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일본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외부 해외 관광객들의 증가도 엄청납니다.

2020년의 심각하게 낮은 백화점 실적은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을 만큼 하락한 수준입니다. 더 떨어지면 백화점 자체의 존립이 힘들 수 있죠. 하지만 45년 만의 최저 수준 매출을 기록한 이후 주가는 상승하고 있습니다.

가장 힘든 시기는 이제 끝난 걸까요?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질수록 일본 백화점의 실적은 증가할 것입니다. 과거의 영광을 완전히 되찾는 건 어려워 보이나, 그때의 반 정도만 회복하더라도 주가는 회복 타이밍을 노릴 겁니다. 특히나 지금 같은 엔저 상황에서는 더욱 매력적일 수 있으니 충분히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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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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