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쏘카 : 한국형 공유경제의 선봉장
2022년 공모주 시장은 그야말로 처참하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자금이 1경 원을 돌파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던 LG에너지솔루션도 상장 첫날 기대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주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이후로 증시 분위기가 갑자기 싸해지더니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는 수요예측에서 참패하고 물러났다. 게다가 현대오일뱅크, CJ올리브영, SSG닷컴, 호텔롯데 등 대기업 핵심 계열사들은 시장에서 평가를 받기도 전에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상장을 강행하는 패기 넘치는 스타트업이 있다. 으슥했던 모텔의 이미지를 변혁한 '야놀자'와 뚜벅이에게도 움직일 자유를 부여한 '쏘카', 두 유니콘의 이야기이다.
| [History] 한국판 에어비앤비와 우버를 꿈꾸다.
출처: 쏘카
이제는 너무 친숙한 '공유경제'라는 개념은 2008년 로렌스 레식 하버드대 교수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 '소유'에서 '공유'로 패러다임이 변화하자 사람들은 적은 비용으로 많은 경험을 누리게 되었고, 잠자던 자산이 일하기 시작했다. 공유경제 모델로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은 '에어비앤비'와 '우버'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큰 돈이 들어가는 재화가 집과 차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 분야에서 공유경제가 활성화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에어비앤비는 소유한 집 하나 없이 메리어트와 힐튼의 가치를 넘어섰고, 우버는 소유한 차 하나 없이 허츠와 에이비스의 가치를 넘어섰다. 그리고 발 빠른 한국인에 의해 한국판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탄생했다.
야놀자는 2005년 모텔 숙박예약 서비스에서 출발해 2007년 법인을 설립했다. 창업자 이수진 대표이사가 모텔 종업원으로 일하며 몸소 느낀 문제점이 창업 아이디어가 되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2011년 호텔, 2013년 모텔, 2014년 펜션, 2015년 게스트하우스 숙박예박 어플을 출시한 야놀자는 2016년 종합 숙박서비스 어플로 통합했다. 뿐만 아니라 2016년 호텔나우, 2018년 레저큐와 더블유디자인호텔, 2019년 데일리호텔, 2021년 인터파크와 데이블을 인수하며 숙박을 넘어 종합 레저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한다. 2019년 유니콘의 반열에 오른 야놀자는 2022년 하반기 혹은 2023년 상반기에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쏘카는 2011년 법인을 설립하여 제주도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2012년 어플을 출시했다. 창업자 김지만 전 대표이사도 제주살이에서 겪은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 2016년 김지만 대표이사가 회사를 떠나고 방황하던 쏘카에 2018년 이재웅 대표이사가 취임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이자 벤처투자자로 이름을 알린 그는 라이드플럭스(자율주행), 폴라리언트(정밀측위), 차케어(차량관리)를 인수했다. 그리고 2020년 논란의 중심이었던 '타다 금지법' 통과 직후 이재웅 전 대표이사가 전격 사임하고 박재욱 현 대표이사에게 자리를 넘겨주었다. 2020년 유니콘 칭호를 얻은 쏘카는 2022년 8월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있다.
대한민국의 에어비앤비와 우버라고 불리는 야놀자와 쏘카이지만 진정한 공유경제를 실현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지적받는다. 야놀자는 숙박업체에서 제공하는 시설을 제공하고, 쏘카는 직접 구매한 차량을 초단기 대여하는 비즈니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즉, 집이나 차를 개인끼리 자유롭게 공유하는 플랫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호텔업계와 택시업계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으로 개인 간 거래를 금지했다. 이러한 이유로 전세계로 세력을 확장하는 에어비앤비와 우버조차 대한민국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비판도 존재하지만 야놀자와 쏘카는 나름의 방식으로 K-공유경제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 [Business] 플랫폼은 거들 뿐.
출처: 야놀자
야놀자의 일차적인 비즈니스모델은 숙박 및 레저 시설 예약에 따른 플랫폼 이용료를 받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판매가의 약 10%를 중개수수료로 수취하며, 광고비는 별도로 부과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팬데믹 기간 동안 여행업계가 죽을 쑤는 사이 야놀자는 오히려 더 강해졌다. 사람들은 바이러스를 피해 북적이는 야외보다 프라이빗한 실내를 찾았고, 호캉스 문화가 정착되면서 주말에도 고급 호텔을 찾는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숙박시설만 제공했던 모텔이나 게스트하우스도 PC방, 파티룸처럼 공간을 특색 있게 재구성했다. 이런 가운데 야놀자는 호텔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면서 비품판매, 인테리어 등 숙박 관련 사업을 다각화했다.
여기까지만 살펴보면 '어떻게 숙박 중개만으로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있지?'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클라우드’에 있다. 야놀자는 2019년 ‘가람’과 ‘씨리얼’, 2020년 ‘이지테크노시스’를 인수했고 2021년 ‘야놀자클라우드’를 공식 출범시켰다. 야놀자클라우드는 다양한 호텔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키오스크를 통한 셀프체크인, 자산관리시스템(PMS), 객실관리시스템(GRMS)이 대표적이다. 직접 시스템 구축이 어려운 중소형 숙박업체들도 야놀자클라우드 덕분에 인건비와 관리비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즉, 야놀자가 사활을 거는 곳은 숙박중개 플랫폼이 아니라 SaaS(Space as a Service)을 제공하는 클라우드이다.
쏘카의 현재 비즈니스모델은 직접 차량을 구매한 뒤 고객에게 렌트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중고차시장에 되파는 렌터카 업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렌터카 업체들은 전체 매출액 중 장기렌탈 비중이 높은 반면 쏘카는 초단기렌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사업 초기에 소유 차량이 없는 2030을 중심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4050 고객층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차량을 장기렌탈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고급차나 전기차를 구매하기 전 시승을 위한 단기렌탈 수요도 상당하다. 쏘카는 이에 더해 2019년 '쏘카 비즈니스'라는 B2B서비스, 2021년 '패스포트'라는 멤버십을 출시해서 수익의 안정화를 도모하고 있다.
쏘카가 그리는 미래에는 자동차만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이동하는 세상'이라는 미션을 가진 쏘카에게 자동차는 하나의 이동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쏘카는 2021년 모두컴퍼니(주차장)와 나인투원(전기자전거)을 인수했다. 아직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이동 수단이 아닌 이동 과정에 투자하겠다는 쏘카의 모빌리티 전략이 명확해졌다. 쏘카는 IPO를 통해 수혈한 자금으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모빌리티 기업들을 인수하고 하나의 '슈퍼앱'으로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즉, 쏘카가 당면한 핵심 과제 역시 차량공유 플랫폼이 아니라 MaaS(Mobility as a Service)가 구현되는 슈퍼앱이다.
| [Performance] 끊이지 않는 고평가 논란, 해답은?
출처: 쏘카
야놀자는 수익성이 양호하기 때문에 현존하는 국내 유니콘 기업 중 탑클래스로 항상 거론된다. 야놀자의 매출액은 2011년 49억 원을 기록한 이후 단 한번의 역성장 없이 2021년 3784억 원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게다가 쿠팡, 우아한형제등(배달의민족), 당근마켓,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대한민국 대표 스타트업들이 여전히 적자에서 허덕이는 와중에 야놀자는 2020년 영업이익 109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5년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로부터 100억 원 시리즈 A를 시작으로 2021년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17억 달러(약 2조 원) Pre-IPO까지 마친 야놀자는 기업가치 10조 원 이상을 인정받으며 데카콘에 등극했다.
쏘카는 어플 출시 10년 만에 흑자 전환을 코앞에 두고 있다. 쏘카가 상장을 위해 제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매출액은 2019년 2611억 원을 기록한 이후 2020년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다가 2021년 2890억 원으로 빠르게 회복했다. 주목할 부분은 줄곧 영업손실만 기록했던 쏘카가 2022년 2분기 1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규모는 작지만 이러한 추세면 분기 기준 흑자를 넘어 연간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불고 있다. 2014년 베인캐피탈로부터 180억 원 시리즈 A를 유치하고 2022년 롯데렌탈로부터 기업가치 1조3000억 원 수준에 1832억 원 지분투자를 받은 쏘카는 냉정한 시장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야놀자와 쏘카 역시 모든 스타트업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는 고평가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당장 쏘카만 보더라도 최종공모가가 희망공모가 하단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22년 글로벌 증시에서 유동성이 빠져나가면서 스타트업에서도 본격적인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 야놀자와 쏘카는 적자 탈출이 가시화되었지만 높은 몸값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 야놀자가 숙박중개 플랫폼을 넘어 클라우드 전환으로 공간의 콘셉트를 재정의하고, 쏘카가 차량공유 플랫폼을 넘어 슈퍼앱 통합으로 이동의 패러다임을 재창조한다면 시장에서도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낸 성과에 프리미엄을 부여할 것이다.
| [Competition] 우리는 테크 기업입니다.
출처: 야놀자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숙박업계에서 유명한 앙숙 관계이지만 야놀자의 기업가치(10조 원)는 여기어때의 기업가치(3000억 원)보다 30배 이상 높다. 2022년 7월 기준 MAU(월간순이용자수)는 야놀자가 476만 명, 여기어때가 422만 명으로 비슷했다. 또한 2021년 기준 매출액은 야놀자가 3747억 원, 여기어때가 2049억 원으로 2배도 차이나지 않았다. 두 기업의 운명은 가른 것은 확장성이었다. 야놀자는 모텔을 넘어 종합 숙박시설로, 국내를 넘어 해외로, 플랫폼을 넘어 클라우드로 확장한 반면 여기어때는 숙박중개 플랫폼에 스스로 한계지었다. 결론적으로 야놀자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무한 성장에 베팅함으로써 꿈의 밸류에이션을 받게 되었다.
쏘카의 시장점유율과 실적은 업계 2위 그린카와 비교 불가능한 수준이다. 따라서 두 기업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보다 독특한 관계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려 한다. 그린카의 84.7% 지분을 보유한 롯데렌탈은 올해 쏘카의 지분을 13.9% 보유한 3대 주주로 올라섰다. 게다가 쏘카의 2대 주주는 SK네트웍스와 SK렌터카를 자회사로 둔 SK다. 이는 렌터카 업체와 차량공유 플랫폼 업체가 언젠가는 갈라설 것임을 시사한다. 둘의 다소 기이한 오월동주는 쏘카의 슈퍼앱 통합이 유의미한 성과를 낼 즈음 끝날 것이다. 렌터카 업체가 자동차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이 쏘카가 진정한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모한다면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을 받을 수 있다.
야놀자는 에어비앤비(글로벌), 부킹닷컴(유럽), 익스피디아(북미), 트립닷컴(아시아) 등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와 비슷한 멀티플을 적용했다. 쏘카는 우버(글로벌), 리프트(북미), 그랩(동남아), 디디추싱(중국), 오라(인도) 등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을 피어 그룹으로 지정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두 기업이 '테크 기업'이기 때문이다. 야놀자는 광고에서 아이돌을 빼고 ‘야놀자 테크놀로지’라는 카피를 통해 스스로 기술 기업임을 공표했다. 쏘카의 박재욱 대표는 상장을 앞두고 ‘삼프로TV’에 출연해 쏘카의 핵심 경쟁력으로 기술을 꼽았다. 야놀자와 쏘카는 공유경제라는 챕터 1을 마무리하고, 테크 기업으로서 챕터 2를 준비하고 있다.
출처: 쏘카
쏘카는 조 단위 대어들의 상장 철회와 실망스러운 수요예측 결과에도 불구하고 계획대로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쏘카의 상장 강행에 대해 한쪽에서는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IPO 자금을 확보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과 이번 기회가 아니면 상장 자체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 와중에 야놀자는 쿠팡의 부진과 불안정한 글로벌 증시 환경 속에서 나스닥 상장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알리바바와 쿠팡 등 이커머스에서 신화를 썼던 손정의 회장조차도 위워크와 디디추싱 등 공유경제와는 악연이 계속되고 있다. 과연 야놀자와 쏘카의 주식을 시장에서 거래하는 날이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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