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없는 주식학 #25 배터리

배터리: 반도체 다음은 이것? 이제부터 시작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불과 몇 년 전에는 길거리에 하늘색 번호판의 전기차가 지나가면 신기해서 뒤돌아보고는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기차가 아무렇지도 않은 시대가 되었으며 2030년에는 10 대 중 3 대 이상이 전기차가 될 것이며 2036년에는 신차 판매 중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즉, 전기차가 대세가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그렇다면 전기차 시장이 커짐에 따라 전기차의 심장과도 같은 배터리의 수요도 늘어나는 것은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 하지만 시장이 유망하면 경쟁도 매서운 법이다. 오늘은 반도체 다음으로 대한민국의 핵심 먹거리 중 하나로 거론되는 배터리 산업에 대해 알아보고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당면한 과제까지 살펴볼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0년 330억 달러에서 연 평균 36.7% 성장하여 2025년 16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거의 메모리반도체와 맞먹는 이 시장은 대한민국, 중국, 일본 3국의 6개 업체가 80% 이상 과점하고 있다. 아직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 업체들은 완성차 업체들과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주를 확보하는 한편 다양한 신기술을 개발하고 신사업에 진출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편 테슬라,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자체 생산을 선언한 상황에서 배터리 업체들은 대체불가능한 기술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배터리는 크기, 모양, 재료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스마트폰용 소형 배터리와 전기차용 준대형 배터리가 있는데 여기서는 후자를 위주로 설명할 것이다. 다음으로 대량생산에 용이하고 경제성이 높지만 공간효율성이 낮은 원통형 배터리, 대량생산에 용이하고 안정성이 높지만 출력효율성이 낮은 각형 배터리, 에너지 밀도는 높지만 경제성과 안전성이 낮은 파우치형 배터리가 있다. 마지막으로 리튬인산철로 양극재를 만든 LFP 배터리와 니켈, 코발트, 망간으로 양극재를 만든 NCM 배터리가 있다. LFP 배터리는 경제성과 안정성이 높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고, NCM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가 길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배터리 업계를 뒤흔드는 이슈는 뭐니뭐니해도 미국의 IRA 법안이다. 인플레이션을 감축한다는 명목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IRA 법안으로 인해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는 부품 조달과 제품 생산에 커다란 제약이 생겼다. 하지만 중국의 CATL의 독주와 BYD의 약진을 미국이 잠시 눌러줌으로써 국내 배터리 3사가 점유율을 확대할 발판을 마련해줬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게다가 GM, 스텔란티스, 포드 등 기존 완성차 업체도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파나소닉 대신 국내 배터리 3사에 손을 내밀고 있다. 미중 패권전쟁의 핵심 격전지인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 배터리 3사의 전략과 이슈를 파악해보자.

 

LG에너지솔루션이 2022년 증시의 주인공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가 물적분할하여 출범한 LG에너지솔루션은 1992년 리튬이온전지 연구를 시작하여 1996년 리튬이온전지 개발을 시작했다.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유럽에도 생산거점을 구축한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함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하여 북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게다가 LG에너지솔루션은 단순히 배터리를 만드는 것을 넘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스템을 구축하고 폐배터리를 재활용 및 재사용하여 배터리 전체 생애주기에 걸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BaaS(Battery as a Service)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삼성SDI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에 활용되는 전자재료에서 배터리로 체질 개선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소형 배터리부터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전 영역에 걸쳐 주요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그동안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배터리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를 설립한 것 이외에는 북미 시장 투자에 보수적이었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의 승진 이후 GM, 볼보와 수십억 달러의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며 대규모 변화를 예고했다. 테슬라와 CATL이 '셀투팩(Cell To Pack)' 기술을 공동 개발하여 원통형 배터리의 밀도를 높인 것처럼,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 적층 기술을 독자 개발하여 묵묵히 제 길을 걸어가고 있다.

 

SK온은 정유, 화학을 핵심 사업으로 하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자회사로 설립했다. 경쟁사들과 달리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만 생산하는 SK온은 각형 배터리와 파우치형 배터리의 조합으로 북미와 유럽 시장의 빈틈을 공략하고 있다. SK온 역시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꿈꾸는 포드와 손을 잡고 '블루오벌SK'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했으며 켄터키 주에 북미 최대 규모 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다만 현재로서는 개인투자자가 SK온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SK이노베이션은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공개(IPO)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의 전기차 혁명이 성공했지만, 엄밀히 말해 배터리 산업은 이제 겨우 도입부를 지나고 있다. 배터리의 수명, 주행거리, 안전성, 경제성을 개선하기 위해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이 투입되고 있고 배터리의 원재료가 되는 리튬, 니켈을 선점하기 위한 광산 인수 전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비록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자체생산을 선언하고 있지만 단기간에는 불가능에 가깝다. 즉, 전기차와 배터리는 일단 같이 가야만 하는 운명이다. 따라서 배터리 업체들은 현재 수주잔고를 채워줄 수 있는 고객을 확보하는 한편 하이니켈 배터리나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경쟁우위를 지켜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쳐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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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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