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투자]by 자본주늬

CEO's Spirit 4. 삼성전자가 손을 내민 반도체 기업들

 

Keywords
-다보스포럼, 기업인들의 잔치
-인텔, 메모리 힐러
-퀄컴, 시스템LSI 파트너
-IBM, 파운드리 히든카드
-애플실리콘, 삼성전자 반격의 기회

 

1월 16일부터 20일까지 스위스에서 '세계경제포럼(WEF)'이 개최되었다. 일명 다보스포럼이라고도 불리는 이 행사는 원래 전세계 정치인과 경제인이 모여 글로벌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올해는 G7 정상 대부분이 불참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기업인들의 잔치로서 더욱 빛났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미국, 중국과의 관계보다는 반도체 공급망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기업 살리기에 나섰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는 타이틀을 자처하며 재계 총수들과 글로벌 CEO 간 오찬 간담회를 주재하기도 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팻 겔싱어 인텔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와 친분을 드러내며 민간 외교관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들과 보여줄 협력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1. 인텔, 이빨 빠진 호랑이 옆에 사자를 둔다.

남 걱정을 할 때는 아니지만 인텔을 보면 괜히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집적회로의 아버지' 로버트 노이스와 '무어의 법칙'으로 유명한 고든 무어, 그리고 '펜티움'과 '인텔 인사이드'로 인텔 제국을 완성했던 앤디 그로브 이후로 인텔은 끝없는 내리막길을 걸어야만 했다. 앤디 그로브 이후 기술 발전보다는 재무 관리에 집중했던 경영자들의 시대를 거치면서 반도체 공룡이었던 인텔은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2021년 인텔의 CTO를 역임했던 팻 겔싱어가 CEO로 임명되면서 구원투수로 나섰다. 인텔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SK하이닉스에게 NAND 사업부(솔리다임)을 매각하고 CPU와 파운드리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CPU에서는 AMD에게 쫓기고 있고, GPU에서는 엔비디아에서 짓눌려 있지만 인텔에게도 여전히 저력이 있다.

 

인텔에게 기대할 수 있는 건 서버용 CPU다. 인텔은 작년에 13세대 코어 프로세서 '랩터레이크'를 출시했지만 AMD도 '라이젠 7000'을 곧바로 공개했다. 게다가 주요 고객사였던 애플이 맥북에 자체 칩을 탑재하면서 인텔 제품을 완전히 배제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은 여전히 서버용 CPU에서 8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드디어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코드명 사파이어래피즈)'가 출시되면서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서버 교체가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AMD가 '4세대 에픽 프로세서(코드명 제노아)'를 먼저 공개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끌지 못했고, 시장에서는 인텔의 사파이어래피즈가 올해 하반기에 반도체 업황을 회복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DDR5 DRAM 양산 체제를 구축한 삼성전자에게 인텔의 사파이어래피즈는 피바다가 된 메모리 업계에 힐러 같은 존재다.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더라도 데이터센터 업체들은 노후화된 서버 교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인텔과 AMD의 신규 서버용 CPU의 전력 소모량이 심각해서 실제 수요가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었지만, DDR5로의 전환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인텔과 AMD의 기술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마치 애플이 과거에 TSMC와 삼성전자로 하여금 파운드리 경쟁을 시켰던 것처럼 삼성전자도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된 인텔 옆에 AMD라는 사자를 두어서 기술 개발을 앞당기고 가격 협상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미 AMD와 호환성 검증을 마쳤고 인텔의 인증도 조만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 퀄컴, 최고의 라이벌을 페이스메이커로 둔다.

통신 기술 업체였던 퀄컴이 월드클래스 팹리스로 거듭난 데에는 대한민국의 공이 컸다. 어윈 제이콥스와 6명의 엔지니어가 설립한 스타트업 퀄컴이 개발한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코드분할다중접속)'는 한국이동통신(현재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또한 CDMA를 전세계 통신 기술의 표준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퀄컴은 통신 모뎀 칩을 직접 개발했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폰에 탑재되었다. 폴 제이콥스 재임 시기에 '스냅드래곤'이라는 전설의 시작을 알린 퀄컴은 계속해서 엔지니어 출신이 회사를 이끌었다. 스티브 몰렌코프가 4G에서 5G로의 전환에서 퀄컴을 모바일AP의 제왕으로 등극시켰다면, 2021년 CEO 자리에 오른 크리스티아노 아몬은 모바일을 이을 차세대 먹거리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퀄컴은 매출액 기준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모바일AP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라인업의 애플, 중저가 라인업의 미디어텍이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는 왕년에 스냅드래곤의 라이벌로 불리며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병용되었지만 현재는 성능 저하 문제로 경쟁에서 밀린 상황이다. 올해 2월 출시되는 '갤럭시S23'에도 엑시노스는 완전 배제되고 '스냅드래곤8 Gen2'가 전량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퀄컴의 신작은 애플의 모바일AP 성능에 거의 근접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시장은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역대급 신작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애플은 최근 퀄컴의 통신 모뎀 칩을 자체 개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당장 이루어질 일도 아니고 퀄컴도 오래 전부터 애플과 헤어질 결심을 했기 때문에 타격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엑시노스의 쓰라린 패배를 맛본 삼성전자는 작년 3분기 모바일AP 구매에만 무려 8조 원이라는 거액을 지불했다. 삼성전자로서는 비싸게 산 퀄컴의 모바일AP를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하여 비싸게 팔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그리고 갤럭시는 아이폰과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이기 때문에 퀄컴도 삼성전자와의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시스템 LSI는 엑시노스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말고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벤치마크로 삼아 기술 격차를 좁혀가야 한다. 아마도 2023년에 당장 뚜렷한 성과가 나오기는 어렵겠지만, SF3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2024년에 반전을 노릴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남아있다. 삼성전자는 최고의 라이벌인 퀄컴을 페이스메이커로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쳐나가야 한다.

 

|3. IBM, 기술을 전수한 스승을 핵심 고객으로 둔다.

IBM은 시대에 따라 사업을 바꾸는 카멜레온 같은 기업이다. 1924년 IBM으로 사명으로 바꾼 토마스 왓슨은 효율성이라는 DNA를 기업에 심었고, 그의 아들 토마스 왓슨 주니어가 경영권을 물려받아 메인프레임 컴퓨팅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관료주의가 물들면서 IBM의 변화무쌍한 정신이 사라졌다. 이 시절에 초기 PC 시장에서 앙숙 관계였던 애플은 IBM을 대놓고 비판했고,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협공으로 IBM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죽어가던 회사를 살리기 위해 루이스 거스너를 CEO로 영입했고, IBM을 하드웨어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2020년 클라우드 사업부를 이끌었던 아르빈드 크리슈나가 새로운 CEO로 임명되면서 IBM은 메인프레임 컴퓨팅에서 양자 컴퓨팅 기업으로 또 한번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100년이 지나도 빅테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IBM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대부와도 같은 존재다. 1980년대 원가 절감을 위해 팹리스로 전환한 IBM은 대한민국으로 생산 기지를 이동시켰고 공정기술을 전수했다. 또한 그동안 IBM의 반도체를 생산하던 글로벌파운드리가 7나노 공정을 포기하자 공정 개발을 함께 했던 삼성전자에게 서버용 CPU 생산을 위탁했다. IBM이라는 대형 고객사의 수주를 받은 덕분에 삼성전자는 7나노, 5나노 공정에서 빠르게 기술력을 발전시켰다. 게다가 IBM과 삼성전자는 3나노 이하 공정에서 활용될 수 있는 'VTFET(Vertical Transport Field Effect Transistor)' 기술을 공동 개발하며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한편 IBM 연구소는 나노시트 기반 2nm 테스트 칩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3나노 공정에서 GAA 기술 도입을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에게 IBM의 수주는 가뭄에 단비와도 같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가격 부담을 느낄 수도 있고, 칩에서 불량이 발생하거나 성능이 저하되면 기업의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3나노 공정에서 암호화폐 채굴용 칩을 양산하고 있지만, 작년에 확보한 IBM과 바이두 같은 대형 고객사의 물량을 안정적인 수율로 생산한다면 TSMC의 시장 점유율을 더 가져올 수 있다. TSMC가 애플이라는 대형 고객사로 확보해서 수율을 안정적으로 잡아갔던 것처럼 삼성전자는 기술을 전수한 스승이었던 IBM을 핵심 고객으로 두어야 한다. IBM이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TSMC를 넘어서는 히든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IBM과의 끈끈한 신뢰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이재용 회장과 인텔, 퀄컴, IBM의 CEO의 회담은 구체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밑거름이자 반도체 업계의 판도를 바꿀 전략적 동맹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교롭게도 인텔, 퀄컴, IBM 모두 애플에게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다. 폐쇄주의를 고수하는 애플은 '애플 실리콘' 전략으로 반도체까지 내재화하면서 넘볼 수 없는 위치까지 올라갔지만 앞으로는 이 전략이 삼성전자에게 반격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애플의 반도체 설계 핵심 인력이 이탈하면서 'A17 바이오닉', 'M3' 등 차세대 제품 개발에 차질을 겪고 있다는 루머도 들린다. 삼성전자가 개방주의의 중심 축이 된다면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서 시스템 반도체까지 석권하는 그림도 허무맹랑한 얘기는 아니다. 반도체 세계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그리고 영원한 1등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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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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