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고 ‘무빙’이 배달바이크 제조까지 하게 된 배경

[재테크]by 넘버스

배달대행업체 ‘바로고’가 2019년 ‘무빙’이라는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는데요. 무빙은 배달 전기 바이크를 제조하고, 3PL(3자 물류) 관련 솔루션을 해외로 수출하는 것까지 꿈꾸고 있습니다. 이상명 대표와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신에게 들려줄 이야기

- 바로고가 무빙을 설립한 이유

- 국내 바이크 시장과 전기 바이크 시장 분석

- 전기 바이크가 배달 시장에서 통하지 않았던 이유

- 해외 진출 꿈꾸는 무빙의 비즈니스모델

- 무빙이 말하는 배달대행 시장이 매력적인 이유

- 해외는 왜 한국의 3PL을 주목하고 있을까

- 무빙이 BSS 설치 확대에 공을 들이는 이유

이상명 무빙 대표.© 황금빛 기자

 

배달대행업체 ‘바로고’가 2019년 △KR모터스(바이크 제조회사) △아톤(핀테크 회사)과 조인트벤처(합작법인) ‘무빙’을 설립한 바 있는데요. 이후 토탈 친환경 모빌리티 플랫폼 ‘포도’를 론칭했습니다.

포도의 서비스에는 △포도모빌리티(전기 이륜차를 비롯한 다양한 마이크로 모빌리티) △포도프렌즈(배달대행 업체·외식프랜차이즈 기업 등 B2B 고객을 위한 바이크 리스 관리 통합 플랫폼) △포도스테이션(공유 배터리 충전 시스템인 BSS) △포도앱(BSS 이용을 위한 라이더용 앱) △포도파트너스(포도 모빌리티의 A/S 네트워크)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빙은 전기 바이크 제조 공장까지 구축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바로고와 무빙은 여기까지 온 걸까요? 바이크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상명 무빙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01. 바로고는 왜 ‘무빙’을 설립했을까

“바로고가 진행하고 있는 신사업들의 구조는 바로고 생태계에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형태예요. 그리고 이게 사업화할 수 있다고 생각되면 내부 사업으로 진행하죠. 무빙은 처음엔 바로고 자회사였다가 사업 비전이 좀 더 명확해지면서 독자성을 갖게 됐습니다.”

독자적으로 사업화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온 건, 업계에 이런 말이 돌았기 때문입니다. ‘배달 허브지사들은 공차에서 발생하는 손실로 도산한다’

일반적으로 ‘배달라이더(배달원)’들은 개인 사업자입니다. 이들을 모집하고 관리하는 곳이 ‘허브지사’인데요. 허브지사가 음식점 등과 계약을 하고 라이더들을 중개해주는 겁니다. 그런데 이 허브지사가 도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는데요. 이유를 분석해보니 ‘비용 관리’가 문제였습니다.

“배달 시장이 호황이니까 돈은 끊임없이 들어와요. 그런데 지출 관리가 잘 되지 않는 거예요. 그리고 핵심은 허브지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바이크 관리에 있었습니다.”

 

배달대행 허브지사를 운영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물품이 있죠. 바이크입니다. 그런데 라스트마일 배송은 3자 물류(3PL) 영역입니다. 타인의 상품을 돈을 받고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배송의 마지막 구간이죠.

그리고 이를 위한 배달 바이크는 ‘유상운송보험(특약)’에 가입돼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허브지사에서 유상운송보험에 가입된 바이크를 준비해놓습니다. 배달을 하고 싶어 찾아오는 라이더에게 바로 줄 수 있게요. 일반적으로 유상운송보험에 가입돼 있는 바이크를 들고 오는 라이더가 드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해당 보험은 바이크당 계약 단위가 1년이고요. 보험료가 연령별로 차등 책정되는데요. 차등 수준이 자동차보다 매우 높습니다. 보통 만 21세, 24세, 26세, 30세 이상 등으로 구분한다고 하는데요.

결과적으로 허브지사 입장에서 보면 바이크 가격 350~400만원, 보험료 1년에 350~400만원. 총 1000만원 가까운 비용을 안고 있어야 하는 셈인데요. 여기다 배달하겠다고 오는 라이더가 몇 살인지 모르니 대강 21세, 24세, 30세 보험을 들어놓은 바이크를 보유하며 기다리는 겁니다. 물론 바이크를 모두 다 구입할 수 없으니 렌탈이나 리스 형태로 보유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해도 매달 한 대에 70~100만원(보험료 포함) 정도는 나간다고 합니다.

이를 가지고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라이더와 바이크의 매칭률을 높이면서 공차를 줄여야 합니다. 그런데 라이더 공급은 배달 시장이 호황이냐 불황이냐에 따라 들쭉날쭉합니다. 그리고 다른 배달대행 업체에서 프로모션을 하면 라이더들이 우르르 움직입니다.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돈만 나갈 수 있는 겁니다. 매칭이 잘 되고 있는 허브지사 같은 경우에도 공차율이 30% 정도라고 하는데요. 최악인 곳은 50%가 넘는다고 하네요.

“몇 대를 관리하고 있고, 누구한테 이 차량을 위탁했고, 지금 이 차량의 연령 변경 혹은 보험 변경이 어떻게 되는지 등을 관리할 수 있는 툴을 허브지사들에게 제공하면 답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렇게 무빙이 처음 기획됐죠. 관리 툴을 공급하는 비즈니스모델로요.”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비즈니스모델을 더하게 됐는데요. ‘전기 바이크’입니다.

“내연기관 바이크들이 궁극적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에 집중했어요. 전기로 전환돼야 하는 부분은 매우 명확한 명제인데, 현실적으로 전기 바이크가 배달 환경에 도입된 경우가 있을까 하고 조사했더니 없는 거예요.”

 

|02. 바이크 시장 그리고 ‘전기 바이크’ 시장

국내 바이크 시장은 작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륜차 신규 판매 대수는 연간 15만대 수준으로 추산되는데요. 이 가운데 85~90%가 배달과 같은 상업용에 활용되는 것으로 전해지고요. 나머지는 어르신 마실용, 젊은 세대 근거리 이동수단으로 쓰이거나 그 외 할리데이비슨 등 마니아 시장이 있죠. (배달서비스 승자 ‘혼다’…오토바이 판매 독주)

대부분 배달용이라는 건데요. 배달용 바이크의 특성을 볼까요. 보통 하루에 150km를 달리고요. 탔다 내렸다를 70~80번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루 9시간 넘게 일한다네요. 열심히 일하는 라이더들의 경우죠. 기본적으로 100km 이상은 달린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배달용 전기 바이크가 도입되지 못했던 이유는 뭘까요.

일단 전기 바이크 가격은 300만원 정도 한다고 하고요. 이를 더 싸게 생산하려면 대량으로 찍어내면 됩니다. 제조 라인을 설치해 한 번에 1000대 정도를 생산해야 BEP(손익분기점)가 맞다고 하는데요. 그 정도 구매 보증이 돼야 공장도 만들 수 있겠죠.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시장 자체가 작고요. 밸류체인(가치사슬)이 복잡해 마진이 많이 남을 수 없다고 합니다. 제조사뿐 아니라 유통사, 수리센터, 보험사, 부품 총판 등이 있어야 하고요. 그러한 가운데 수입선이라는 외부 요인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또 90%가 배달용이고 10%가 개인이라고 했잖아요. 개인을 타깃으로 한 바이크는 일률적으로 찍어낼 수 없습니다. 저마다 취향이 달라서요. 그래서 그간 개인을 타깃으로 하는 시장은 보통 해외에 있는 바이크들을 소량으로 수입해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거래로 판매하는 시장이었다고 하는데요. 현재 이 10%를 상대로 50곳 이상의 전기 바이크 회사들이 판매를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2000년대에 1000대 가량의 전기 바이크들을 국내로 들여왔던 1세대 유통사들이 있긴 했어요. 다 망했어요. 한 번 충전 시 8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했는데, 실제 현장에서 테스트 해보니 40km 정도밖에 못 가는 거예요.”

 

여기서 또 몇가지 이유를 들 수 있는데요.

먼저 ①배터리 자체를 기술적으로 고도화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배터리 효율이 좋아진다 해도 주행 거리가 5~10km 정도 늘어나는 데 그친다고 하는데요. 배터리 크기와 개수가 이동 거리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데, 바이크 자체가 작죠. 결국 프레임 구조를 잘 짜서 배터리 한 개를 더 넣는 식으로 주행 거리를 늘리는 게 중요해지는 겁니다.

또 ②배달용 바이크가 극한의 주행(?)을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일정 시간 안에 더 많은 배달 건수를 채우기 위해서요. 그러면 충전을 계속 하면 되지 않느냐. 3시간 정도의 충전 시간을 기다릴 여유가 없습니다. 그러니 배달 시장에서 환영 받을 리 없죠. 도입을 시도한 곳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외면받았던 겁니다.

더 큰 장벽이 있었는데요. 유상운송보험 계약 단위가 최소 1년인데, ③전기 바이크를 1년 동안 탈 수 있을까에 대한 검증을 그 누구도 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전기 바이크를 좀 더 싸게 쓰고 싶어서 2년 짜리 리스 계약을 했어요. 그럼 2년 간 매달 40만원씩 내야 해요. 그런데 6개월 정도 타다가 갑자기 전기 바이크 회사가 도산한 거예요. 공급사가 사라진 거죠. 그 수입상도 1000대 정도 팔아야 유지가 될 수 있었는데, 바이크를 사는 사람이 없었던 거예요. 다시 말하면 부품망이 없어진 건데요. 돈을 벌기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라이더 입장에서 만약 바이크가 고장났을 때 수리가 두 달 걸린다? 돈을 벌어 비용을 내야 하는데 견딜 수 없으니 나가죠. 그럼 허브지사에서 그 돈을 다 떠안게 됩니다.”

 

|03. 무빙의 전기 바이크 개발기

무빙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풀어왔고, 풀고 있습니다.

일단 포도 모빌리티를 통해 이륜차 판매 및 리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우종합상사’를 인수했죠. 지우종합상사는 중국의 3대 전기 바이크 제조사인 ‘대양모터사이클’의 한국 수입 총판입니다. 그리고 무빙은 전략적 투자자인 ‘디앤에이모터스(전 대림오토바이)’와도 협력하고 있습니다.

무빙은 전기 바이크 국산 수요를 높이기 위해 조립 라인도 구축하고 있는데요. 현재는 배터리가 빠진 바이크를 수입해 오고 있습니다. 배터리와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BSS 등은 무빙이 만들고 있습니다.

 

무빙의 전기 바이크.© 무빙

 

무빙도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작년 말부터 전기 바이크를 배달 시장에 리스하기 시작했는데요. 가장 많이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고객군을 선정해 그에 맞춘 제품을 만들어 가야했습니다. 그런데 애초 전기 바이크 자체가 라이더 타깃이 아니다보니 대개 몸통이 약하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많았던 겁니다.

“배달에 접목했을 때 한 달만에 고장이 나요. 오토바이 받침대가 계속 깨져 나가더라고요. 왜 그런지 봤더니 라이더들이 쉬는 시간에 그 위에서 자더라고요. 충격을 받고 받으니 부러져 버린 거죠. 또 한 가지가 배달통이에요. 내연기관 바이크는 고속 주행 안정감을 위해 무게감을 최대한 늘려요. 가벼우면 흔들리니까요. 그런데 전기 바이크는 주행 거리를 늘리기 위해 소재가 다 가벼워요. 일반 배달통을 넣으니 몸통이 또 다 깨져버리는 거예요. 배달통도 독자 개발했죠.”

 

제가 다 끝난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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