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을 쉽게 이해하자! (11편): 칩렛과 2.5D 패키징, 왜 기판 업체들이 먼저 수혜를 볼까?

|칩 조각을 이어 붙이자!

안녕하세요 호돌이입니다.

앞선 글에 이은 칩렛 2편 글입니다. 이번 글까지 이해하시면 반도체 산업이 다르게 보이실겁니다. 혹여나 다소 따분하시더라도 꼭 이해하시면 도움이 될겁니다 (약 파는 거 맞습니다). 장담하건데 칩렛을 이보다 쉽게 설명하는 글은 없습니다 (혹시 있으면 호돌이 또 허풍 시작이다 그러려니 해주세요). 그러니 여유껏 읽어보시기를 권장드립니다.

반도체 산업은 전통적으로 전공정의 중요성이 매우 큽니다. 과거에도 지금도 전공정이 후공정보다 월등히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으며, 반도체 기업들의 주요 임원도 대개는 전공정에서 나옵니다. 향후에도 전공정의 중요성은 날로 커질 것입니다. 이에 반해 후공정은 오랜 기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그러나 근래 고사양 반도체가 발달하며 후공정의 중요성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에는 칩렛이라는 기술 변화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앞선 글을 통해 칩렛이 무엇인지, 어떠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아쉽게도 이번 글은 꼭 앞선 칩렛 글을 먼저 읽고 오셔야 수월하게 이해가 가능하십니다. 혹시 앞 글을 읽지 않으셨다면 아래 링크를 먼저 클릭 부탁드립니다.​​

▼ 반도체 산업을 쉽게 이해하자! (10편) : 후공정의 대세, 칩렛의 모든 것 (관련링크)

그럼 후속 이야기를 더욱 풀어봅니다.

 

|지난 산업 시리즈 살펴보기

지금까지 작성했던 여타 산업 글들도 함께 링크를 걸어두니 함께 살펴보시면 산업 공부에 도움이 되어드리리라 생각합니다.

▼ 지난 포스팅: 반도체 산업을 쉽게 이해하자 (9편) : MCU란? (어보브반도체) (관련링크)

▼ 디스플레이 산업을 쉽게 이해하자! (4편): LG디스플레이(034220)는 왜 바닥까지 내려오게 되었나? (관련링크)

▼ 2차전지 산업을 쉽게 이해하자 (3편): 노칭 공정에 레이저가 도입되면 수혜보는 기업들 (관련링크)

▼ 모바일산업을 쉽게 이해하자 (1편): 스마트폰 부품주는 왜 투자 매력이 떨어지게 되었을까? (관련링크)

▼ 음식료산업을 쉽게 이해하자 (1) : 아셉틱에 대한 모든 것 (삼양패키징) (관련링크)

▼ 폐기물산업 (1편): 인선이엔티(060150)는 아무 쓰레기만 처리하는 업체가 아니랍니다 (관련링크)

 

|칩렛과 기판, 유튜브로 살펴보기

산업 시리즈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영상 자료를 함께 살펴보시면 더욱 쉽게 이해가 가능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영상은 그림을 아주 빵빵하게 넣었습니다.

▼ 이 기술이 도입되면 수혜는 이 기업들이 먼저 봅니다

https://youtu.be/4C0E6AVZhv4



|붙이는 것이 새로운 기술은 아닙니다 다만

칩렛 기술을 주도한 기업은 AMD입니다. AMD는 2015년에 칩렛의 개념을 제안했습니다. 이후 2019년부터 칩렛 CPU를 본격적으로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인텔은 AMD를 뒤따라갔습니다. 인텔의 칩렛 제품은 올해부터 출시됩니다.

 

2019년이 됐든 올해가 됐든 칩렛은 근래 들어 급격히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중요도도 빠르게 늘어난 것이지요. 근래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영역입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투자자께서는 투자의 기회를 탐색하시기도 합니다.

 

 

​칩랫에 대해 이야기를 풀다보면 꼭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칩렛이 근래 들어 본격 확대되는 기술이군요. 그러면 칩을 이어 붙일 때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나요?"

이에 대한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체로는 아닙니다. 일부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지만, 대개는 기존 기술들이 모여 응용되는 것입니다"

칩렛이 하나의 칩을 쪼개어 만든다는 점에서는 특별합니다. 그런데 잠시! 칩 조각을 만드는 과정을 생각해보죠. 큰 칩을 만들든 작은 칩렛을 만들든 만드는 방식이 크게 다른 것은 아닙니다. 기존에 존재하던 EUV, 증착, 식각 등을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대단히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칩렛의 큰 특징이라면 이들 칩렛을 모아 붙여주는 공정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칩렛들을 그냥 붙이면 안되죠. 고성능 칩을 만들기 위해 칩렛을 도입한 만큼, 칩이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도록 붙여주어야 합니다. 게다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칩렛이 쓰이는 만큼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칩렛들을 이어 붙여야 합니다. 무슨 말을 하고싶은가? 칩렛은 여러 칩렛을 잘 이어붙이는 기술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그러다보니 칩렛은 '하나를 쪼개어 만드는'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쪼갠 녀석들을 붙이는 기술'이 더욱 부각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물어보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칩렛들을 이어 붙여주는 공정은 완전히 새로운 공정이잖아요! 여기서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겠네요!'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지만, 여러 칩들을 한데 모아 붙이는 기술은 칩렛 이전부터도 여럿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MCM이 있다고 했습니다. 칩렛도 그렇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만 작은 칩 조각들을 붙이는 것이 아닙니다. 가급적 기존에 존재하던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붙이는 것입니다. 물론 일부나마 새로운 기술도 필요하고 붙이는 방식이 조금씩은 다를 수 있겠지만, 방식의 근본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칩렛이 도입된다고 하여 새로운 기술이 마구마구 등장한다기보다는 기존 기술이 확대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는 범핑 기술이나 TSV 기술이 있겠습니다 (추후 상세히 서술하겠습니다).

따라서 칩렛의 중요성이 2019년 들어 본격 강조되기 시작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칩렛을 만들기 위한 핵심 기술 자체는 전혀 새로운 기술이라기 보다는 기존 기술의 응용에 가깝고, 일부나마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칩을 잘 이어붙이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아 왔습니다. MCM 외에도 TSV, MCP, COB, SiP 등등 무척이나 다양하죠. 칩의 종류만큼이나 칩을 붙이는 기술도 다양하기에 기술들을 모두 열거하기도 어려울 지경입니다. 이는 중요한 의의를 담고 있습니다. 칩렛이 도입된다고 하여 전혀 생뚱맞은 기업이 수혜를 볼 여지보다는 기존 영역에서 잘 하던 기업들이 수혜를 추가적으로 업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주목할 사항이 있습니다. 칩렛의 한 가지 특징이라면 고성능 칩을 만들기 위해 쓰이는 기술입니다. 그렇다면 아무 칩렛이나 이어 붙이는 것이 아니라 고성능 칩렛들을 이어 붙여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붙이는 난이도가 매우 높을 것이라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또 한가지 중요한 결론이 나옵니다. 기존에 칩을 붙이는 사업을 영위하던 기업들 모두가 수혜를 보는 것이 아니라, 가장 앞서 있는 기업들이 칩렛 시대에도 앞서 수혜를 볼 것입니다.

우선 가장 수혜를 앞서 받는 기업은 TSMC입니다. TSMC는 전공정에서도 칩을 가장 잘 만들지만, 후공정에서도 칩을 기판에 잘 이어붙이기로 소문난 기업입니다. 칩렛 기술 또한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있습니다. 삼성전자보다 5년가량 앞서있다고 하죠. 칩렛도 첨단 공정으로 잘 만들어내고, 고성능 기판에 정교하게 이어 붙이는 능력까지 가진 것입니다. 이를 통해 가장 최고성능의 칩을 찍어내는 중입니다. 다음으로는 인텔이 있겠습니다. 인텔 또한 후공정에서 TSMC의 뺨을 때리는 막강한 기업입니다. 후공정의 중요성을 일찍이 알았고 기술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왔습니다. 그 결과 이들 두 기업이 독보적으로 앞서가며 칩렛 제조를 실현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기판이 중요한 진짜 이유

그래서 칩렛에선 여러 칩들을 한데 모아 붙여주는 공정이 중요합니다. 즉, '후공정'의 중요성이 커집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투자자께서도 후공정 관련 기업에 더욱 주목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빈번히 받는 질문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칩렛에서 후공정의 중요성이 커지는데, 우리나라 후공정 대표 기업은 네패스가 있으니 네패스가 칩렛의 수혜주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누구나 가져볼 수 있는 궁금증이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의 칩렛 기술은 칩을 이어 붙이는 기술 중에서도 가장 고난이도 기술입니다. 즉 후공정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영역입니다. 그래서 네패스가 후공정에서 앞서가는 기업이라고는 하지만, 칩렛 공정을 하기엔 어려움이 너무나 많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후공정 기업이라 하더라도 TSMC나 인텔의 후공정 기술은 월등히 앞서 있기 때문입니다.

네패스도 칩렛 기술을 확보하며 칩렛 사업으로 진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칩렛 기술은 TSMC, 인텔, 삼성전자와 같은 메이저 제조사들이 주도하며 직접 수행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세계적인 후공정 기업인 Amkor 등이 이들 기업을 뒤따라가며 칩렛 공정을 도입하는 추세입니다. 그 결과 아직은 칩렛 공정을 직접 수행하며 돈을 벌 수 있는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 정도로 제한적입니다. 물론 네패스를 비롯해 많은 글로벌 후공정 기업들은 칩렛으로 영역을 확대할 예정입니다만, 관련 이슈는 시일이 오래 필요한 만큼 별도로 다루겠습니다.

그렇다면 칩을 잘 이어 붙이는 후공정이 중요한데, 국내 수혜주는 삼성전자 뿐이네요? 근데 삼성전자가 무슨 칩렛만 가지고 주가가 오르는 것도 아니고. 그럼 투자할 기업이 없겠는데요? 

예. 칩렛 공정 자체만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칩렛 수혜주가 전혀 없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수혜를 보는가? 바로 기판 기업들이 가장 먼저 수혜를 봅니다. 그리고 추후에 서술할 장비 기업들도 수혜를 봅니다.

앞선 글에서 칩렛은 별명이 있다고 했습니다. 작은 칩 조각들을 이어붙이는 것이 마치 레고 블럭같아 '레고같은 패키지(lego Like Package)'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이 레고요, 잠시 레고를 하던 시절로 잠시 돌아가봅니다. 레고를 사면 수많은 레고블록들이 들어있죠.​ 그런데 블록 말고도 중요한 녀석이 있습니다. 레고 조립의 시작을 도와줄 커다란 기판도 함께 들어있는 것이지요. 이 기판이 있어야 이 위에 경찰서도 조립하고 사자성도 조립하고 우주발사대도 조립할 수 있지요. 그래서 기판은 중요합니다. 수 많은 레고 블럭들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지요.

 

사진: UnsplashGlen Carrie 

 

앞선 글에서 CPU 이야기를 잠시 풀었습니다. CPU 칩이 겉보기엔 한개의 칩같지만, 내부는 여러 구역으로 나뉜다고 했습니다. 마치 대뇌, 소뇌, 간뇌,...와 같다고 했죠. 그런데 이들 구역 간에는 아주 많은 신호들이 왔다갔다 합니다. 이때 신호들이 최대한 빠르게 오갈 수 있어야 칩의 전반적인 성능이 빨라집니다. 우리 머리도 대뇌와 소뇌 사이에 많은 신호가 오갈 수 있어야 머리가 더 빠르게 돌아간다고 하지요. 이처럼 신호가 빠르게 오가기 위해서는 칩 내부에 구역과 구역을 이어줄 배선을 아주 많이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칩렛은 큰 칩을 여러 조각으로 조각 내어 따로 만든 뒤 다시 이어 붙인다고 했습니다. 이때 커다란 기판에 칩렛들을 이어 붙이지요. 그런데 단순히 기판에 붙이기만 하면 끝인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 칩렛들간에 신호가 오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칩렛들을 이어줄 배선도 따로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배선은 어디에 만드는가? 바로 기판에 만듭니다. 그래서 기판은 단순히 쟁반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칩렛들 사이에 수많은 신호가 오가는 통로의 역할을 함께 합니다. 그렇기에 칩렛에서는 기판 내에 무수히 많은 배선 회로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때 배선 회로가 적당히 많아서는 안되고, 아주 많아야 합니다. 그래야 칩들 사이에 신호가 빠르게 오갈 것입니다. 병목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고성능 칩을 구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10억짜리 어마무시한 슈퍼카를 사셔도 도로가 꽉꽉 막혀있다면 차가 움직이지를 못합니다. 길을 뻥뻥 뚫어주어야 하죠. 그래야 차도 날라다닙니다. 기판도 마찬가지입니다. 칩렛들을 이어줄 배선 회로들이 뻥뻥 뚫려야 하죠. 그래서 배선 회로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생각해볼 부분이 있습니다. 칩렛 이전에는 칩을 어떻게 만들었죠? 커다란 칩 하나를 통째로 한번에 만들었습니다. 칩 내부에는 여러 구역들이 존재하지만, 이러한 구역들을 모두 한번에 만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구역들을 이어줄 배선 또한 한번에 만들어 왔습니다.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을 때 상가와 아파트를 한번에 쌓아 올리듯, 칩 내부의 여러 기능들을 한번에 찍어내는 것이죠. 하지만 칩렛은 다릅니다. 작은 칩렛들도 따로따로 만들지만, 이들 칩렛들을 이어줄 배선 회로도 따로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배선 회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집니다. 따로 만들어주어야 하니까요.

2020년에 ARM이 TSMC와 함께 발표한 칩렛 구조의 칩을 잠시 살펴봅니다. Coretex-A72라 불리는 고성능 프로세서 칩렛 2개가 하나의 커다란 기판 위에 붙어있습니다. 이 기판이 흥미로운데요, 아주 고성능 기판입니다. 기존에 쓰이던 기판보다 신호가 오가는 배선 회로가 수십배 많은 상당한 성능의 기판입니다. 기존 자동차 도로가 왕복 10차선이라면 아래 칩의 도로는 왕복 500차선을 뛰어넘습니다. 그러니 두 칩렛 사이에 데이터가 얼마나 빠르게 왔다갔다 할 수 있을까요?

 

|왜 칩렛도 2.5D 패키징에 포함되는 기술일까?

이처럼 칩렛은 칩렛들을 붙여줄 기판을 고성능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냥 기판이 일단 아주 중요합니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이들 기판을 만드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왜냐? 기판 성능이 너무 높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칩을 붙여줄 기판(패키지기판)을 만들어 온 기업들이 누구인가? 바로 PCB 제조업체들입니다. 대표적으로는 삼성전기나 대덕전자가 있지요. 하지만 칩렛을 붙여줄 기판은 성능이 높아도 너무 높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PCB 업체들이 이러한 기판을 도저히 만들지 못하기도 합니다. 기술을 따라갈 수가 없는겁니다. 이에 따라 정말정말 고성능 칩렛에서 사용될 새로운 기판이 대두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판은 반도체 업체들이 직접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판을 인터포저라 부릅니다. 인터포저는 PCB 업체들이 만드는 PCB 기판(패키지기판)이 아닙니다.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 공법을 이용해서 제조하는 특수한 기판입니다. 인터포저는 반도체 공정을 이용해 만듭니다. 그러다보니 인터포저는 또 하나의 특이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분명히 역할은 기판인데, 이 기판의 겉모양이 마치 반도체 칩과 비슷한 모양을 띄고 있는 것이지요. 게다가 이 기판을 만들 때 'TSV'와 같이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아픈, 아주 어려운 반도체 공정까지 총동원됩니다. 

 

그러다보니 인터포저 기판이 쓰인 경우에는 다소 흥미로은 일이 벌어집니다. 인터포저는 고성능 기판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모양이 마치 반도체 칩과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인터포저 위에 여러 칩렛들을 이어 붙이게 되면 모양새가 좀 웃깁니다. 마치 '기판 위에' 칩들을 올린 꼴이 아니라, '칩 위에' 칩들을 올린 꼴이 됩니다. 물론 인터포저가 칩은 아닙니다. 하지만 겉모양으로 보나 제조 공정으로 보나 여러모로 칩과 비슷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칩렛을 인터포저에 붙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넓은 기판이 아닌, 넓은 칩 위에 여러 칩들이 적층되어 있는 듯한 모양으로 완성됩니다. 이를 가리켜 2.5D 패키지라 부릅니다.

칩렛 관련 기사나 리포트, 논문 등을 읽다 보면 칩렛과 함께 '2.5D'라는 표현이 빈번히 나옵니다. 그런데 대체 왜 2.5D냐?

반도체 칩 두개가 서로 수직으로 붙어 있으면 3D로 붙어 있다고 합니다. 이에 반해 두 칩이 수평으로 놓여 있으면 2D로 놓여 있다고 하지요. 그런데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두 칩이 서로 수직으로, 즉 3D로 이어붙을 때 훨씬 고성능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2.5D는 대체 무엇인가? 무슨 반은 수평, 반은 수직인가? 예 맞습니다. 오잉? 어떻게 반은 수직이고 반은 수평일 수 있나요? 

 

인터포저는 엄청난 고성능 기판입니다. 서로 다른 칩을 수도 없이 많은 통로로 이어주지요. 그래서 인터포저 위에 수평으로 놓인 두 칩이 엄청난 고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마치 두 칩이 수직으로 붙은 것 처럼 고속으로 동작하는 것입니다. 즉, 두 칩이 수평으로 놓여 있기는 하지만, 마치 수직으로 붙은 마냥 작동한다는 것이죠. 즉, 3D같은 2D로 동작하게 됩니다. 그래서 인터포저 위에 여러 칩렛들이 달라붙게 되면 겉모양은 2D지만 성능은 3D라 하여 2.5D라 일컫기도 합니다. 

 

 

※ 사실 인터포저 제조 기술에서도 2.5D라 불리는 진짜 이슈가 있습니다. 이처럼 인터포저 테크놀로지가 2.5D라 불리는 이유는 여럿 있습니다만, 설명을 쉽게 축약하기 위해 이정도로 요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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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모양만으로도 2.5D라 불리기도 합니다. 칩렛들은 인터포저 위에 수평으로 놓여 있습니다. 즉, 2D이죠. 그런데 어디에 놓여 있는가? 마치 칩같이 생긴 기판이죠. 그래서 칩렛들이 마치 커다란 칩 위에 붙어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커다란 칩은 칩이 아니라 기판이죠. 그래서 2.5D라 일컬어지기도 합니다. 2D 구조라기엔 인터포저가 칩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3D라기엔 또 인터포저가 진짜 칩은 아니고 그런 모양이죠.

아무튼 2.5D 패키지는 인터포저가 동원되는 기술입니다. 그래서 2.5D 패키지 기술을 인터포저 테크놀로지라고도 부르죠. 물론 추후에는 인터포저가 쓰이지 않는 2.5D 기술도 확대될 예정이지만, 아직은 2.5D 패키지라 하면 인터포저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칩렛을 이용해 고사양 칩을 만들 때 이처럼 인터포저가 쓰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칩렛 기술을 가리켜 2.5D 패키징이라고도 부르는 것입니다.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칩렛을 만들 때 인터포저를 쓰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2.5D가 아닙니다. 그리고 칩렛이 아니더라도 인터포저를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꼭 칩렛과 2.5D 패키징이 동의어는 아닙니다! 다만 필요에 따라 섞여서 쓰입니다. 아무튼 2.5D 개념을 설명드릴 겸 이야기를 풀어봤습니다.

앞서 언급하길 인텔의 14세대 CPU는 칩렛 구조로 출시될 예정이라 했습니다. 역시나 여기에도 인터포저라는 고사양 기판이 쓰입니다.

 

그런데 인터포저 기판은 반도체 기업들이 직접 만든다고 했습니다. 인텔은 14세대 제품에 쓰일 인터포저 기판을 직접 만듭니다. 22nm 공정을 이용해 제조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2nm 공정은 인텔이 2012년에 CPU를 만들기 위해 처음으로 도입한 공정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고성능 CPU를 만들기 위한 공정이었습니다만, 이제는 고작 기판을 만들기 위해 쓰입니다. 

 

인터포저는 반도체 공정을 이용해 기판을 제조합니다. 이를 통해 극도로 미세한 나노미터 수준의 배선 회로들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는 PCB 기판 업체들이 만들 수 있는 미세 회로의 1/1000 수준보다도 더욱 미세한 수준입니다. 이러한 미세 회로를 통해 칩들간의 신호를 한번에 빠르게 보낼 수 있고, 칩렛 간의 병목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인터포저가 너무 비싸서 문제

그런데 인터포저는 문제가 있습니다. 반도체 업체들이 반도체 공정을 이용해 만들어야 합니다. 아니 그게 왜 문제가 될까요?

너무 비쌉니다. 쉽게 이야기해보죠. PCB 기판의 가격은 천원에서 만원 단위로 셉니다. 하지만 인터포저는 만원에서 십만원 단위로 셉니다.

 

 

우리가 집에서 사용할 고성능 CPU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인터포저는 대략 30~50달러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결코 적지 않은 가격입니다. 그런데 고사양 서버용 CPU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인터포저는 100달러 수준을 상회합니다. 더더욱 비싼 것이죠. 여기서 문제가 끝나지 않습니다. 인터포저는 반도체 기업들이 직접 만든 기판이고, 여러 칩렛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지요. 기존 PCB의 역할을 인터포저가 대신합니다. 그런데 아래에서 서술하겠지만, 인터포저를 쓴다고 하여 기존에 사용하던 PCB가 필요 없는 것이 아닙니다. 즉, PCB 가격도 이중으로 나갑니다.

 

그러니 가격이 문제입니다. 우리가 컴퓨터를 살 때 CPU 가격이 5만원만 올라도 난리 법썩인데 기판에만 몇만원을 더 쓰자니 비용 문제가 부각됩니다. 게다가 인터포저에 칩을 붙이는 과정에서의 수율도 고려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100% 완벽한 수율은 없습니다. 즉, 칩렛들을 인터포저에 이어붙이는 과정에서 추가 손실이 나오죠. 이를 판매가에 또 전개해야 합니다. 그러니 가격은 더욱 올라갑니다.

이는 반도체 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입니다. 그래서 반도체 업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가격을 낮추기로 합니다.

칩렛 CPU를 처음 출시한 AMD도 같은 고민에 빠졌었습니다. 특히 AMD가 칩렛 CPU를 출시한 2019년은 아주 중요한 해였습니다. 경쟁사인 인텔은 자아도취에 빠져 새로운 제품 출시를 계속 어려워하고 있었습니다. AMD는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인텔에 더 우호적인 평가를 주어왔습니다. 지난 20년 이상 CPU 시장을 독식했으니 브랜드 이미지가 상당했던 것이죠.

AMD가 이처럼 철옹성같은 인텔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성능만으로는 경쟁이 안됩니다. 반드시 가격 경쟁력을 함께 갖추어야 했습니다. 제 아무리 뛰어난 칩렛 CPU를 출시해도 가격이 비싸다면 아무도 쳐다보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AMD는 선택했습니다. 첫 칩렛 CPU에 인터포저를 쓰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아니 고성능 칩렛을 이어 붙이기 위해서는 인터포저가 꼭 필요한게 아니었나요?'

인터포저를 잘 활용하면 더더더 고성능 칩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포저가 없어도 어느 선에서는 충분히 고성능 칩렛 칩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인터포저를 사용하면 더 좋겠지요. 차선이 수백개가 넘는 도로를 뚫어주는 꼴이니까요. 하지만 기존 패키지 기판을 활용하면 차선 수백차선은 불가능해도 십수차선 정도는 노려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아직은 칩렛 기술의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미래에 나올 칩에 비해서는 칩의 성능이 대단히 높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직은 인터포저 없이도 칩들을 이어줄 여유가 있는 것입니다. 즉, AMD가 처음 출시한 칩렛은 2.5D 패키징이 아닌 2D 패키징인 것이지요. 참고로 AMD는 인터포저 없이 기판 성능을 끌어 올리기 위해 IFOP란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핵노잼입니다).

그러나 추후에 나올 더욱 고성능 칩은 물론, HBM 등 메모리반도체 일체형 칩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인터포저가 필수적으로 사용됩니다. 이에 따라 칩렛은 인터포저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발전중입니다. 인터포저에 대한 이야기 또한 추후에 장황하게 풀어보겠습니다. 다만, '칩렛을 만들 때 인터포저가 쓰이면 좋겠지만, 반드시 쓰이는 것은 아니다'는 점을 먼저 전해드립니다.

|AMD의 인피니티 패브릭이란?

칩렛에서는 기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AMD 역시 칩렛 구조를 도입하기 전부터 칩 기판의 중요성을 일찍이 강조해왔습니다. 그리고 인피니티 패브릭(Infinity Fabric)이란 개념을 만들어냈습니다.

 

 

반도체 산업에 투자할 때 AMD 이슈는 빈번히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인피니티 패브릭이란 단어가 종종 보일 것입니다. 새 컴퓨터를 구입하실 때에도 인피니티 패브릭을 종종 마주치실 것입니다.

 

인피니티 패브릭은 특정한 기판을 지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칩렛을 이용한 칩은 반드시 고사양 기판이 필요하죠. 일단 이들 고사양 기판을 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칩이 완성된 뒤 기판이 주변 부품들과 조화를 이루며 고속으로 동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AMD는 여러 칩렛들을 이어 붙이는 방법을 고민할 때, 설계부터 동작까지 아울러 포괄적인 개념으로 인피니티 패브릭이라 부릅니다. 즉, 특정한 기판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칩들을 잘 이어 붙이는 개념 모두'를 아울러 칭하는 개념입니다.

 

인피니티 패브릭을 통해 칩들간의 연결을 극대화시키겠다는 것이 AMD의 바람입니다. 인피니티 패브릭은 단어에서 바로 연상할 수 있듯, 무한히 연결된 고밀도의 섬유 같은 개념입니다. 우리 몸 속에 끝도 없이 펼쳐진 미세한 신경들을 떠올리면 얼추 비슷한 이미지일 것 같네요.

그래서 AMD는 이야기합니다. 이번에 출시한 고사양 CPU의 칩렛들은 인피니티 패브릭으로 이어져 있다고. 다음에 출시할 고사양 GPU도 인피니티 패브릭으로 칩렛들을 이어 붙일 것이라고.

AMD가 2021년에 출시한 CPU 칩을 살펴봅니다. 아래 사진 왼쪽은 Ryzen 5800의 모습입니다. 뇌의 역할을 할 칩렛 '1개'와 데이터의 입출력 역할을 하는 칩렛 '1개'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총 2개의 칩렛이죠. 이들 칩렛이 서로 인피니티 패브릭으로 이어져 있습니다(빨간 ∞ 1개). 이에 반해 오른쪽은 Ryzen 5950X의 모습입니다. 뇌의 역할의 칩렛이 무려 '2개' 있네요. 그리고 데이터 입출력 칩렛 '1개'까지 총 칩렛 3개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이들 칩렛이 모두 인피니티 패브릭으로 이어져 있습니다(빨간 ∞ 3개).

 

 

인피니티 패브릭은 칩들간의 데이터가 매우 빠르게 오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통로입니다. 그런데 이들 통로를 통해 데이터가 매우 빠르게 오가기 위해서는 병목현상이 없어야 합니다. 제 아무리 뛰어난 스포츠카라도 꽉 막힌 강남 한복판에서는 빠르게 달려나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통로가 많아야 함은 물론, 이들 통로가 늘 뚫려 있어야 합니다. 통로를 빠르게 뚫어주기 위해서는 신호등이 빠르게빠르게 작동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CPU만 고사양이어선 안됩니다. 반드시 컴퓨터에 달린 D램도 고사양이어야 합니다. D램 성능이 좋아야 신호등이 빠르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인피니티 패브릭은 컴퓨터에 함께 붙어 있는 D램의 역할도 중요해집니다.

이러한 이유로 AMD CPU를 구입한 뒤, CPU의 성능을 더욱 끌어 올리기 위해서 램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램 오버클럭킹 작업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인피니티 패브릭이 중요한 진짜 이유

인피니티 패브릭 이야기를 꺼내니 잠시 글의 재미가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사실 인피니티 패브릭의 중요성은 훨씬 큽니다.

 

AMD는 인피니티 패브릭을 단순히 칩렛들을 이어주기 위한 통로 정도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AMD는 인피니티 패브릭이란 개념을 만들면서 더욱 미래를 내다봤습니다. 처음에는 고사양 CPU를 만들기 위해 인피니티 패브릭을 고안했지만, 곧 CPU 이상을 내다봤습니다. 향후 CPU가 아닌 다른 고사양 칩들을 만들 때에도 인피니티 패브릭이 큰 역할을 하기를 바랐습니다.

즉, CPU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GPU 칩, 통신 칩, 메모리 칩 등 여러 종류의 칩들을 고루고루 이어주기를 희망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인가? 칩의 종류와 상관 없이 여러 칩들이 대량의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거대한 플랫폼을 상상한 것이죠. 즉, CPU 뿐만 아니라 그 어떠한 고성능 칩이라도 인피니티 패브릭을 이용해 구현하겠다는 것이죠. 그래서 AMD는 미래의 호환성을 심각하게 중요시하였습니다. 그 결과 AMD는 새로운 칩을 설계할 때 큰 이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기존에는 CPU면 CPU, GPU면 GPU, 서버용 칩이면 서버용 칩,... 새로운 칩을 만들 때마다 통로를 일일히 따로 설계해주어야 했습니다. 당연히 작동방식도 제각각 고안해야 했지요. 하지만 이제는 다른 종류의 칩들을 만들 때에도 통로를 일괄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사실 투자자의 입장에서 인피니티 패브릭이 그리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말 그대로 여러 칩들을 이어주는 개념일 뿐이지, 특정한 업체가 제조하는 기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피니티 패브릭 관련 국내 상장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MD가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인피니티 패브릭을 강조하고, 우리가 인피니티 패브릭을 자꾸만 마주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칩들을 이어주는 개념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칩렛은 연결이 중요함을 강조하고자 인피니티 패브릭을 잠시 언급해봤습니다.

|PCB 업체들의 역할은 필요 없어질까?

칩렛 기술은 고성능 칩들을 고성능 기판으로 이어주어야 합니다. 이때 인터포저가 쓰이면 좋다고 했습니다. 특히 고성능 칩으로 갈수록 인터포저는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인터포저는 반도체 기업들이 직접 만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아니 그럼 호돌이님, 인터포저가 기판의 역할을 하면 기존 기판의 역할을 하던 PCB 기판(패키지기판)은 필요가 없겠네요?'

 

자,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닙니다. 인터포저 테크놀로지가 2.5D라 불리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인터포저는 마치 반도체 칩처럼 생긴 기판입니다. 하지만 제조 비용이 워낙 높다보니 기존 패키지기판의 역할을 모두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기존에 쓰이던 PCB 기판(패키지기판)이 꼭 함께 필요합니다. 그래서 인터포저와 기존의 PCB 패키지 기판은 나란히 함께 쓰입니다. 기존 PCB 기판 위에 인터포저가 얹어지게 되지요.

 

그래서 인터포저가 기존 PCB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닙니다. 둘이 상호보완적으로 함께 쓰이는 것이지요. 다만 칩렛들을 이어 붙이는 역할을 인터포저가 모두 수행할 뿐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신호들을 외부 전자기기와 이어주는 역할은 인터포저와 PCB가 함께 수행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인터포저가 쓰이는 칩은 고사양 칩이라 했습니다. 인터포저도 아주아주 고사양이라 했습니다. 그러면 인터포저 아래에 붙는 PCB 패키지기판도 당연히 고사양 PCB일 것입니다. 바로 이때 FC-BGA와 같은 최고사양의 패키지 기판이 쓰이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칩렛 시대에는 FC-BGA 기판의 중요도가 날로 높아집니다. 

여기서 무릎을 탁 칠 수 있겠습니다. 아하! 인터포저 테크놀로지에서도 PCB 업체들이 함께 수혜를 보겠구나. 그것도 가장 앞서있는 PCB 업체들이 고사양 제품을 먼저 찍어낼테니 먼저 수혜를 보겠구나.

그런데 AMD는 칩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칩렛에 인터포저를 쓰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대신 기존의 PCB를 활용했다고 했지요. 아무튼 어떻겠습니까? 여기에도 최고사양의 PCB 패키지기판이 사용됩니다. 이들 PCB는 인터포저 없이 고성능 기판의 역할을 해야합니다. 그러니 인터포저 유무와 관련 없이 칩렛 구조에 쓰이는 PCB는 최고사양의 PCB인 FC-BGA가 쓰이는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고성능 패키지기판이 필요합니다

자 그런데 주의하세요. 앞서 이야기하길, 칩렛 기술은 최고사양의 칩을 만들기 위함이라 했습니다. 칩렛들을 이어 붙이는 기술도 난이도가 높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어려운 기술을 가진 기업들, 즉 선두 기업들이 먼저 수혜를 본다고 했습니다.

패키지기판도 마찬가지입니다. 칩렛은 아무 PCB나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최고사양이 쓰입니다. 그러니 PCB 기판을 만드는 기업 중에서도 최고사양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최선두 기업만이 먼저 수혜를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PCB 기술이 가장 앞선 기업은 단연코 삼성전기입니다. 실제로 현재 글을 작성하는 시점 기준으로 국내 기업 중 칩렛용 FC-BGA에 가장 근접한 기업은 삼성전기가 유일합니다. 그런데 사실 삼성전기도 해외 기업에 비하면 후발주자입니다. 그래서 2~3년 전까지만 해도 칩렛은 물론 고성능 FC-BGA 영역에서도 수혜가 제한적이었습니다. 자 그런데 더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여러 칩렛 조각들을 기판에 붙이기 위해서는 기판상에 충분한 여유 공간이 필요합니다. 칩렛들을 그냥 생각 없이 붙이기만 하면 되는게 아닙니다. 칩렛과 칩렛들을 이어줄 공간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패키지 기판의 크기가 커지는 이슈가 있습니다. 게다가 칩렛은 고사양 칩을 만들기 위해 도입된 기술이라 했죠. 향후 칩렛은 더 다양한 종류의 칩렛들이 모여 더욱 고사양 칩으로 발전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칩렛에서는 칩을 쪼개어 만드는 만큼 고사양 칩을 더욱 공격적으로 만들 수 있고, 이는 칩 사이즈를 더욱 공격적으로 키울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레고 판매점에 가면 레고 종류가 천차만별이지요. 크기가 작고 싼 레고도 있지만, 아주 크고 비싼 레고도 있습니다. 그런데 당연히 사이즈가 큰 레고일수록 안에 들어 있는 레고 기판의 크기도 커집니다. 작은 성을 만드는 5만원짜리 레고는 기판도 작은 녀석이 들어가 있지만, 커다란 사자성을 만드는 50만원짜리 레고는 기판도 아주아주 큽니다. 반도체 칩도 마찬가지입니다.

향후 칩렛이 확대될수록 반도체 기업들은 칩의 크기를 보다 키우기 용이합니다. 크기를 키우며 더 고성능 칩을 만드는 것이지요. 어쩌면 미래의 CPU는 지금보다 훨씬 클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칩의 크기가 커지면 반드시 아래에 있는 패키지기판의 크기도 커집니다.

즉, 칩렛이 발전할수록 PCB 업체들이 공급하는 FC-BGA 기판의 크기가 커진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판 공급 업체들에게 수혜가 됩니다. PCB 업체들은 기판 면적이 증가할수록 단가와 이익률을 높게 부르기 때문입니다.

FC-BGA 기판은 칩렛들의 면적 합보다 더 넓은 면적을 같습니다. 칩렛들의 면적 합이 넓어지면 자연스럽게 기판의 크기도 커집니다. 면적만 넓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고사양 칩일수록 기판 내부의 구조는 더욱 복잡해집니다. 제조 난이도가 올라가는 것이지요. 또 있습니다. 크기가 커지고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PCB 제조 수율이 떨어집니다. 그러면 이러한 PCB를 만들 수 있는 공급 업체도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공급이 가능한 업체들은 그만큼 기판을 비싸게 팔겠죠. 

그래서 칩렛 시대에 선두 PCB 업체들이 여러모로 수혜를 입습니다. 2019년, AMD가 칩렛 CPU를 출시하자 PCB 기판의 성능도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그 덕에 글로벌 최선두 PCB 업체들이 큰 수혜를 누렸습니다.

세계 최대 PCB 업체 중 하나로 꼽히는 유니마이크론은 당연하게도 AMD의 칩렛 수혜를 크게 입었습니다. 그 뒤를 잇는 기업 중 하나인 대만의 난야테크놀로지도 AMD제품용 PCB 공급을 확대하며 수혜를 누렸습니다. 한편 일본의 이비덴과 신코는 서버용 CPU에 쓰일 FC-BGA를 주력으로 제조해왔습니다. 이에 따라 추후 인텔의 칩렛 CPU가 확대되며 이들 기업의 수혜 또한 강해질 것입니다. 물론 유니마이크론 또한 인텔향으로 FC-BGA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2년,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후발 기업인 삼성전기도 AMD의 서버용 CPU에 사용될 FC-BGA까지 공급을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칩렛용 제품까지의 영역 확대는 시간이 필요하고, 또 앞선 기업들과 고사양 제품군에서 어깨를 나란히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사양 제품으로 계속 침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삼성전기는 이미 PC용 FC-BGA에서는 성과를 낸 기업이고, 또 인텔의 요청으로 FC-BGA 사업을 더욱 확대하기로 결정한 바 있었죠. 그런데 AMD향에서 서버용 제품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성능이 더욱 높은 제품으로, 그리고 면적이 더욱 넓은 제품으로 확장함을 의미합니다. 삼성전기는 이를 기반으로 더욱 고사양 제품을 확대하며 추후 AMD와 인텔의 칩렛 제품이 확대되는 과정에서도 발을 들이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삼성전자에 거는 기대도 큽니다. 삼성전자는 아직 칩렛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은 아닙니다. 그러나 TSMC를 추격하며 추후 칩렛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삼성전기가 큰 역할을 하리라 기대됩니다. 실제로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와도 손을 잡고 각종 2.5D 패키징용 기판 개발을 확대해왔으며, 이를 기반 삼아 추후 칩렛에서 쓰일 더욱 다양한 FC-BGA로의 확장 능력을 갖추어 왔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현 시점에서 칩렛까지 확장이 가능한 FC-BGA 기술 기반을 갖추며 빠르게 칩렛 시대의 수혜를 볼 수 있는 국내 기업은 삼성전기로 제한됩니다. 그래서 아쉬우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근래 반가운 소식이 계속 전해지고 있습니다. 

대덕전자는 그동안 FC-BGA 사업을 영위했지만, 고사양 제품보다는 차량용과 같은 제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왔습니다. 특히 대덕전자는 국내에서 삼성전기 다음 가는 PCB 업체입니다만, 선두 기판 업체들에 비하면 꽤나 후발주자입니다. 그래서 섣불리 이비덴이나 유니마이크론, 삼성전기와 같은 제품을 찍어내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도 생산력으로도 말이지요. 하지만 FC-BGA 사업에 공격적으로 진입한 뒤 차근차근 실력을 쌓으며 더욱 어려운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나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올해부터 앰코테크놀로지와 함께 개발해온 2.5D 패키징용 FC-BGA 제품을 본격 확대할 예정입니다.

 

대덕전자의 제품은 고성능 연산장치와 메모리반도체가 함께 올라가는 이종칩 패키징에 쓰일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칩렛용 FC-BGA보다는 성능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나 이처럼 2.5D 기판 사업을 본격화하면 얼마든지 칩렛용 제품까지도 확장성을 빠르게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동안 대덕전자는 삼성전기와 같이 FC-BGA 제품을 잘 만드는 기업으로 소문나 있었지만, 실상은 제품의 용도가 차량용 등으로 제한되어 삼성전기와 같이 PC용 및 서버용 제품까지도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삼성전기를 뒤따라 시장 규모가 월등히 큰 영역으로 진출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후발기업인 LG이노텍도 점차 FC-BGA 사양을 올려가며 칩렛용 기판 시장까지도 가능성을 엿볼 예정입니다. LG이노텍은 사실상 애플 바라기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스마트폰 사업의 의존도가 매우 높은 기업입니다. 그런 LG이노텍 또한 삼성전기처럼 고사양 시장으로의 진출은 무척이나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LG이노텍은 FC-BGA 사업 진출에 많이 늦었습니다. 이미 경쟁사의 증설 경쟁이 본격화된 이후에 본 사업에 뛰어들어 설비투자를 시작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LG이노텍은 시장의 기대보다 빠르게 FC-BGA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네트워크용 FC-BGA 등 비교적 시장성과 기술력이 낮은 영역에서 쓰이는 제품을 중심으로 양산을 시작했습니다만, 자본력을 이용해 증설 계획을 확대하며 점차 고사양 시장까지 발을 들일 예정입니다. LG이노텍은 아직 칩렛은 물론 2.5D 패키징조차 수혜 범위에 있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추후 롱텀으로 성과를 관찰해봄직 한 기업이 되겠습니다.

추후 칩렛을 도입한 제품이 확대될수록 최고사양 PCB의 수요는 날로 증가할 예정입니다. 비록 현 시점에서 칩렛용 FC-BGA로 돈을 버는 유일한 국내 기업은 제한적이지만, 더욱 많은 기업들이 도전장을 던질 예정입니다. 자 그런데 칩렛이 도입되면 수혜를 보는 기업이 PCB업체들 뿐일까요? 단연코 아닐겁니다. 우선 기술적인 관점에서 가장 앞단에서 수혜를 보는 기업을 언급해봤을 뿐, 수혜의 범위에 있는 기업들은 훨씬 많습니다. 이들 기업은 후속 시리즈에서 다루겠습니다.

|마무리하며

글이 또 길어졌습니다. 칩렛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거니와 새로운 기술이 이쪽 영역에서 지속 쏟아져 나오므로 후속 글로 더욱 많은 내용들을 전해 드릴 예정입니다. 혹시 벌써 지치셨나요? 칩렛 이야기만 하니 다소 루즈한 감도 있습니다. 칩렛 이야기도 더 풀 예정이지만, 우선 다음 글과 다다음 글은 많은 분들께서 기다려주신 주제가 될 예정입니다.

 

현재 반도체산업의 후공정 이슈 많은 부분은 칩렛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듣도보지도 못한 기술 이름들이 지속 등장하지만, 결국 여러 칩을 이어붙이는 기술들이 주를 이룹니다. 사실 주식투자를 위해서는 이들 기술들을 아주 상세한 수준으로 자세히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기술을 너무 파고 들어가는 투자법일수록 투자가 더 불리해지는 법입니다. 어느 순간 투자 원칙을 경시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투자의 세계란 곳은 투자 원칙에 충실한 투자자가 기술 이해에 충실한 투자자보다 압도적으로 앞서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칩렛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붙이는 중요성이란 개념은 중요합니다. 이정도만 이해해도 기업들의 방향성을 쉽게 유추해볼 수 있지요. 게다가 새로운 기술을 전혀 모르고 지나갈 수는 없는 노릇인데요, 복잡한 용어들 하나하나를 외우기보다는 결국 '여러 칩을 잘 이어붙인다'는 부분에 주목하는 것이 가장 좋겠습니다. 추후 소개할 더 다양한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말이지요. 잘 이어 붙이는 과정에서 새로운 변화가 발생하는 것이고, 이쪽과 관련된 기업들도 장비와 소재의 판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럼 후속 글에서 더 다양한 이야기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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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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