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수입사 상장 근황

|루이비통과 비교되는 유통기업 (?)

안녕하세요 호돌이입니다.

오랫만의 근황 시리즈입니다.

지난 근황 시리즈

▼ 반도체 업종과 장비 업종 근황 (관련링크)

▼ 항공업종과 면세점업종 근황 (관련링크)

 

1. 국내 최초로 와인을 전문적으로 수입하는 와인 유통사가 상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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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아주 솔깃한 이슈일 것이다. 국내에 와인 매니아들이 상당히 늘어났기 때문에 당연히 와인 모임에서도 이 주식이 관심거리가 된다.

3. 그런데 이 기업이 참 웃기다. 왜냐? 신규 상장주는 적정 주가를 산출해야 한다. 적정주가를 어떻게 산출하는가? 비슷한 기업의 가치와 비교한다.

4. 그런데 이 기업은 상장 준비 초기만 해도 참 웃긴 소리가 나왔다. 적정 주가 비교 대상 기업으로 프랑스 루이비통 그룹인 LVMH를 비교 기업으로 선정한 것이다.

5. LVMH가 누구인가? 전 세계 최대의 명품브랜드를 소유한 그룹이다. LVMH의 최대주주인 베르나르 아르노는 얼마 전 엘론머스크를 누르고 세계 1위의 부자로 등극되기도 했다. LVMH는 루이비통 외에도 티파니, 불기라, 디올, 지방시 등 수많은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태그호이어와 같은 시계브랜드도 가지고 있다. 대체 고작 와인을 수입해 유통하는 기업이 무슨 자격으로 루이비통과 동급의 자리에 설 수 있을까?

6. 이유가 무엇일까? LVMH의 사업을 살펴보면 조금 재밌게도 와인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그래서 비교군으로 넣은 것일까? 그런데 이마저도 아니라 한다. 이유는... 이 기업이 국내에 유통하는 와인 중엔 프리미엄 주류가 있기 때문에, 그 중에는 루이비통급이라 불릴 만한 샴페인 있기 때문에 LVMH와 비교했다고 한다.

7. 지나가는 개도 피식하며 웃을 소리다.

8. 프리미엄 와인을 유통한다는 이유로 명품브랜드와 동일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 국내 백화점 3사 모두 명품 매장을 유치했으므로 명품 브랜드와 동일한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도이치모터스도 BMW를 유통하니 BMW와 똑같은 밸류를 받아야 할 것이다.

9. 명품 샴페인을 직접 제조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판매한다는 이유로 고평가를 받아야 한다면 앞으로 모든 유통 기업들이 명품 유통에 힘을 쏟을 것이다. 쿠팡은 뭐하러 신선식품 배송에 힘쓰는가? 그런거 하지 말고 그냥 루이비통 가방을 당일배송 해주는 서비스를 개시한다면, 쿠팡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폭발할 것이다.

10. 그런데 이 기업이 취급하는 고가 주류가 많고, 또 루이비통급 샴페인도 유통한다는데, 대체 어떤 제품이 명품이라는건지 잘 모르겠다. 참고로 루이비통 그룹은 오너가 직접 세계적인 와이너리를 돌며 전통 장인을 발굴하며 와인 사업을 키워 왔고, 또 우수한 와이너리를 상당 수 그룹 영향권으로 편입시켜 왔다.

11. 다행스럽게도 비판을 수도 없이 받은 끝에 밸류 비교 기업에서 LVMH가 제외되었다.

12. 와인을 좋아하는 분들이 모인 곳에서는 이 기업을 와인 유통사라 일컫는다. 앞으로 국내 와인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고, 고가 와인을 즐기는 사람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와인 시장은 성숙이 거듭될수록 고가 제품이 많이 팔릴 수밖에 없다. 와인 유통사는 과점 구조를 유지하고 좋은 와인을 꾸준히 발굴한다면 이러한 시장 성장의 수혜를 자연스럽게 누릴 것이다. 따라서 상장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13. 그러나 이는 모두 장기적인 이야기이다. 국내 와인 시장이 성장하므로 와인 유통사에 투자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장기적인 투자를 지향했을 때 통할 수 있는 투자 아이디어다. 시장은 점진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가도 점진적으로 반응한다.

14. 이 기업의 강점 중 하나는 고가 제품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100만원 이상의 초고가 제품의 비중이 전체 취급 물량의 10%가 넘어간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실제로 이 기업이 다른 국내 유통사들과 비교하여 두드러지는 차별점 또한 바로 이러한 고가 제품의 비중이 높다는 데에 있단다. 이 기업의 강점이란다.

15. 그렇다면 반드시 염두해야한다. 어떤 사업이든 고가 제품이 높은 사업일수록 반드시 경기에 민감해진다.

16. 1~3만원대 저렴한 와인은 소위 데일리라 불리며 일반 소비재에 속할 수 있으나, 10~20만원을 상회하는 와인은 사실상 사치재라 부르는 것이 맞다. 주변에 매일 밤마다 20만원짜리 와인을 까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그러니 이러한 와인은 와인의 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소비 여력이 가장 중요하고, 또 경기 흐름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17. 부동산이 떨어지고 주식시장이 정체 구간으로 들어가고 경기 둔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반드시 사치재는 수요가 줄어든다. 경기 둔화가 와도 대한민국의 수많은 부자들이 사치재 수요를 받쳐줄 것만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아직 수익실현하지 않은 부동산이나 주식의 잠정 수익률만 보며 사치를 즐겨 왔던 이들도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크게 오른 회사 보너스가 평생 가리라 가정하며 사치를 즐겼던 이들도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18. 와인 카페 등에서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국 와인 매장과 창고에 와인들이 유독 가득 차 넘쳐난다고 한다. 물량이 극히 적어 바로 빠져나가는 소수 제품을 제외하면, 어지간한 고가 제품들은 재고가 한가득이라 한다. 없어서 못 마시던 고가 와인과 위스키가 매장에 널려 있는 모습이 확연히 늘어났나도 한다. 고가 제품들의 가격이 아직 두드러지게 꺾인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구매가 너무나 쉬워졌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고가 와인은 마트 상시가 수준으로 진열대 여기저기에 올라와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와인 카페의 글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19. 지난 2~3년간 와인 모임의 분위기는 어땠는가? 필자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다만 주변의 이야기에 따르면 비싼 와인들의 가격 상승이 가파르게 꾸준히 이루어졌다고 한다.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계속 늘어나니 가격은 더 오르고, 좋은 제품들은 아예 사지를 못했다고 한다. 유독 가격 상승이 가파랐다고 한다. 이는 고가 주류 시장의 CAGR 성장성이 가파라져서가 아니라, 즉 빠르게 성장해서가 아니라 산업의 호황 구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에 민감한 산업일수록 호황은 오래 가지 못한다.

20. 지난 3년은 경기가 호황을 보이며 수많은 사치재들의 수요가 급증했던 시기이다. 명품을 취급하는 국내 백화점들은 유례 없는 최고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으며, 강남 신세계 백화점은 강남의 명품 파워에 힘입어 세계 1위 백화점으로 등극했다. 명품 가구와 명품 인테리어 수요가 폭증했고, TV도 이왕이면 값비싼 제품을 사자는 뜻에서 OLED TV 수요가 폭발했다. 하지만 이러한 호황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21. 와인 산업이 꾸준히 성장한다는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고가 와인 시장은 사이클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걸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22. 신규 상장주 중에 앞으로 성장성이 없는 기업은 없다. 성장성이 없는 기업이라면 새로운 사업을 꾸며내서라도 상장시키는것이 증권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다들 성장성 이야기만 한다. 어차피 다른 신규상장주도 다 성장성이 있는데 말이다. 와인 또한 마찬가지이다. 국내 와인 시장의 성장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이 기업이 단기적인 업황 최고조에 상장한 것인지, 아니면 그동안 부진이 지속되어 이제는 다시금 턴어라운드가 이루어질 시기 코앞에 상장한 것인지. 이를 충분히 고민하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23. 종목의 매수 매도를 논하기 위해 작성한 글이 아니라, 신규 상장주의 문제와 사이클에 대해 고민하기 위해 쓴 글이다. 그래서 굳이 종목 이름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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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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