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희토류그룹 설립의 영향 #1

Summary

- 세계에서 가장 큰 희토류 기업이 된 ‘중국희토류그룹’

- 중국희토류그룹을 통해 희토류 등 주요 자원에 미치는 중국 영향력은 더 커질 전망

- 중국의 희토류 위협 속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자원 개발 상황 분석

 

© iStock

 

세계 최대 희토류 기업의 탄생 성탄절 전날인 12월 24일, 중국 정부는 ‘중국희토류그룹’을 정식으로 인가했다고 발표하였다. 기존의 희토류 기업인 중국알루미늄(中国铝业集团有限公司), 중국우쾅(中国五矿集团有限公司), 간저우희토(赣州稀土集团有限公司) 등이 그룹 산하에 소속되고 희토류 개발 기술을 보유한 중국강옌기술그룹(中国钢研科技集团有限公司)과 유옌과학그룹(有研科技集团有限公司) 등 기술 기업이 합류하였다. 본사는 장시 간저우(赣州)에 설립되며 국무원 국유자산 감독관리위원회가 직접 감독한다.

이로써 ‘중국희토류그룹’은 세계에서 가장 큰 희토류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희토류 광산과 가공 기술을 망라한 이 회사를 중국인들은 ‘희토류 국가 대표팀’이라고 부른다. 이는 중국인들이 무의식중에 희토류를 대외 대결 구도에 놓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관련링크)

중국희토류그룹은 중국 전체 희토류 자산의 70% 이상을 관장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사실상 중국의 희토류 자원을 국가 단위로 통제할 수 있는 위치다. KOTRA에 의하면 전 세계 희토류의 총 부존량은 약 1억 2천만 톤이다. 이중 중국의 희토류 부존량은 4400만 톤으로 전 세계 1위이다. 2020년 기준 글로벌 생산량 24만 톤 중 중국에서 14만 톤이 생산되고 있다. 미국의 생산량은 3만 8천 미터 톤에 불과하다. (관련링크)

 

중국의 자원 장악이 가져올 결과 모두가 걱정하는 대로 전 세계 희토류 수출의 85%를 장악한 중국의 통제가 세계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될 전망이다. 특히 전기 자동차에 필요한 모터용 영구 자석 ‘네오디뮴 영구자석(NdFeB)’의 제조에는 ‘디스프로슘’이라는 희토류가 필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전 세계에서 중국이 유일한 공급 국가라고 한다. (관련링크)

가장 먼저 나타나게 될 영향은 희토류 가격의 상승이다. 2021년 3월 1일 샤오야오칭(肖亚庆) 공업 및 정보화부 부장은 중국의 ‘희귀한 흙, 희토’가 ‘희귀한’ 가격이 아니라 ‘흙’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현재의 희토류 상황을 바라보는 중국 지도부의 시각을 반영한다. 환구시보도 희토류그룹의 설립으로 가격 협상력이 올라갈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따라서 희토류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은 비교적 자명하다. 중국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11월 희토류의 평균 수출 가격은 2020년 11월에 비해 36% 상승했으며 2020년 초보다 두 배 증가하였다. 앞으로 더 높은 상승률을 보일 것이다. (관련링크)

중국의 희토류 수출량 감소도 예상되는 또다른 변화다. 중국의 기술 자립 정책에 따라 중국 내 기술 기업에 의한 희토류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희토류 가격에 대해서도 중국 지도부의 불만이 크다. 그래서 중국은 희토류를 원자재 상태보다는 부가가치를 최대한 올린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희토류 원자재 부족 사태에 당면하게 될 것이다.

2차 전지의 주요 재료인 리튬의 경우 2021년에만 리튬 가격이 2배 이상 뛰었다. 중국 리튬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현재 리튬은 세계적으로 재고가 거의 없는 상태이며 2025년까지 전 세계 리튬 수요가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의 모든 주요 국가들이 리튬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리튬이 이렇게 각광을 받는 이유는 2차 전지의 주 재료이기 때문인데, 부족이 예상되는 것은 리튬만이 아니다. 미국의 자원 기업 BHP Billiton의 임원 Vandita Pant는 2050년까지 또 다른 배터리 재료인 니켈에 대한 전 세계 수요가 4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에 구리 수요까지 급증하고 있어 BHP Billiton은 구리의 생산량이 향후 30년 동안 두 배로 증가해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관련링크)

 

방도가 없는 것이 진짜 문제 중국이 희토류 무기화에 나설 것이라는 세계의 우려는 이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2019년 중국의 희토류 글로벌 생산 비중은 62%인 반면 미국은 12.2%에 불과했다. 중국은 희토류 전 세계 총 매장량의 36.7%를 보유하고 있으나, 미국의 매장량은 1.1%뿐이다. 게다가 미국은 희토류 수요의 80%를 중국에 의존하는 중국 희토류 최대 수입국이다. 미국으로서는 희토류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희토류 무기화를 우려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행정 명령 13817에 서명하며 희토류의 우선순위를 확인했다. 그 결과 미국의 국가 안보에 가장 중요한 관건 희토류 35 종을 선정했고, 이중 14종은 미국에서 채굴도, 가공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트럼프는 2020년 후반 중요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을 국가 비상사태로 선포하는 행정 명령 13953을 발표했다. 이런 조치들은 희토류 광산 개발 과정에 대한 행정과 규제를 간소화하는 국방물자 생산법으로 이어졌다. (관련링크)

사실 중국의 희토류 위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뒤를 이은 바이든 행정부도 마찬가지로 희토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2월 지나 레이먼도 상무부 장관을 필두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여 반도체, 희토류 등 미국의 주요 공급망을 100일 동안 검토하였다. 그 결과 바이든 행정부는 국내 희토류 생산을 재개하고 중국산 희토류(특히 네오디뮴)에 대한 무역 규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대응들이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본질적으로 희토류 공급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명확하다. 희토류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희토류 매장 지역은 세계 곳곳의 극히 제한된 일부 지역이다. 때문에 미중을 포함한 세계열강들은 모두 희토류 자원의 확보에 나섰고, 경쟁과 충돌도 불가피하다.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 북미 지역

미국 140만 톤의 희토류가 매장된 미국은 연간 2만 6천 톤의 희토류를 채굴하지만, 전량 중국으로 보낸 이후 제련해서 재수입하고 있다. 희토류 가공에 따른 환경오염과 인체 유해성 등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이제 미국이 희토류 생산 재개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CICS 같은 싱크탱크 등에서 나오고 있다. 한때 세계 최고 품질의 희토류 핵심 공급처였던 캘리포니아-네바다 접경 지역 소재 마운틴 패스(Mountain Pass) 같은 곳에서 다시 희토류를 생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희토류 가공 시 막대한 오염이 발생하여 환경 단체들의 반대가 심하다. 오염 처리를 위한 시설에 제대로 투자하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다. 결국 미국 내 희토류 확보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캐나다 캐나다는 미국이 파악한 35개의 관건 광물 중 13 종 광물을 보유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 2021년 3월 캐나다 광산 기업들과 비밀리에 회의를 열고 중국에 맞설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캐나다가 미국 전기차 공급망의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고 미 Piedmont Lithium의 CEO인 Keith Phillips가 말한 것으로 보아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우리나라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삼원계 2차 전지의 주 재료가 대상일 가능성이 있다. 캐나다는 북미 유일한 코발트 정제소를 건설하고 있는데 이는 삼원계 배터리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는데 전략적 도움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희토류 기업인 USA Rare Earth는 캐나다 Search Minerals의 희토류 프로젝트에 투자했고, 당연하게도 더 많은 캐나다 자원을 개발하고 싶어 한다. 이는 미국이 캐나다를 믿을 만한 희토류 제공 국가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링크)

 

멕시코 멕시코의 경우 광업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창출할 정도로 경제 비중이 크다. 멕시코는 12 종 광물의 주요 생산국이며, 그중 플루오르산, 흑연, 스트론튬이 미국에 있어 관건 자원이다. 미국 기업들은 이미 멕시코 자원의 확보에 들어간 상태로, Southern Copper사, Asarco 등 미국 기업들이 추진하는 광산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완성 단계에 와있다. 결국 미국은 자국 내보다는 해외에서 희토류를 가공하는 길을 걷는 것으로 보인다.

 

| 남미 지역

남미 각국은 희토류 자원의 개발과 증산에 노력하고 있고, 해외 자본들도 투자에 적극적이다.

 

칠레 칠레 SQM 사와 협력하고 있는 세계 1위 리튬 생산 업체인 미국의 Albemarle은 칠레 광산의 생산량을 늘려 18만 톤의 탄산 리튬을 생산할 예정이다. 칠레는 중국 최대 리튬 기업인 텐치(天齐锂业)가 2018년 SQM을 인수하기 전에는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이자 세계 최대 리튬 생산국이었다. 칠레는 호주와 중국에 의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시장 점유율을 고려, 금년 10월에 40만 톤 규모의 리튬 개발 국제 입찰을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칠레 정부는 리튬에 대한 전 세계 수요를 2030년까지 4배 증가한 180만 톤으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도 칠레와의 자원 협력에 나섰다.

 

아르헨티나 이런 상황 속 아르헨티나의 리튬 광산인 밀레니얼리튬(Millennial Lithium Corp.)이 매물로 나오자 미국의 리튬아메리카스(Lithium Americas Corp.)와 중국의 CATL이 인수 경쟁에 참여했다. 밀레니얼리튬의 최대 주주가 간펑리튬(赣锋锂业)이라는 중국 기업이어서 CATL이 유리할 것으로 보였지만 리튬 아메리카스가 4억 달러에 인수에 성공하였다. CEO 존 에번스(Jon Evans)는 자사가 인수에 성공한 이유로 밀레니얼리튬의 본사가 캐나다에 있다는 것을 들었다. 즉 인수 계약을 하려면 캐나다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중국 기업은 거부될 가능성이 있어 미국 기업을 선정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관련링크)

 

© 밀레니얼리튬

 

브라질 남미 최대의 희토류 국가는 브라질이다. 브라질의 희토류 매장량은 세계 3위이지만 연간 생산량은 1천 톤 정도로 매우 적다. 브라질은 자체적으로 희토류를 가공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여 중국으로 보내 가공한다고 한다. 중국의 희토류 영향력이 발휘되기 시작하면 이러한 브라질의 희토류 자원도 이슈화될 수 있다.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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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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