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의 도전

[재테크]by 이철

SUMMARY

- 미국의 달러 중심 금융 체계를 흔드는 중국의 위안화

- 30여 개국이 대외 무역 결제에 달러가 아닌 위안화를 사용하기 시작

- 미국의 금융 제재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보로 풀이

- 그러나 사회주의 중국이 위안화의 국제화로 인한 경제 통제권 상실을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

 

© Pixabay

 

달러패권 흔드는 위안화 국제 외환보유액과 거래액의 비율로 보면 미국은 그야말로 패권국이다. 외환보유액, 부채 평가, 국제 대출, 외환 거래, 결제 대금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유엔(UN), 국제결제은행(BIS), 국제통화기금(IMF),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등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상품의 95%가 미국 달러로 가격 표기되어 있다고 한다. 국제 채권의 47%가 미국 달러 채권이며 세계 각국 공식 외환보유고의 58%가 달러 자산이다. 국제 무역 결제에서 달러 점유율은 41.1%, 국제 무역 금융에서는 84.32%에 달한다. 외환 거래에서 달러화 비중은 무려 88%이다.(관련링크) 하지만 달러 중심 금융 체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모양새다.

최근 프랑스는 중국에 액화 천연가스를 판매하면서 위안화 지급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타스 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18일 엘비라 나비울리나(Elvira Nabiullina)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없는 자산으로 국제 준비금을 쌓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의 외환 보유고 절반에 달하는 약 3천억 달러를 동결하고 SWIFT에서도 러시아를 배제한 바 있다. 러시아가 국제 준비금을 쌓는 행위는 서방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러시아를 분리하는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한 대책으로 보인다.(관련링크)

지난 3월에는 브라질이 중국과 자국 통화로 직접 무역 결제를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 후 중국을 방문한 룰라 대통령은 남미 국가들이 왜 달러로 무역을 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포효했다. 2월에는 이라크가 중국과의 무역 결제에 위안화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브라질, 러시아, 이란, 아랍에미리트, 인도, 싱가포르, 베네수엘라, 튀르키예 외에도 현재 30여 개국이 대외 무역 결제 또는 투자에 위안화를 사용하기 시작하여 미국 달러 결제가 감소했다.(관련링크)

 

왜 위완화를 선택했냐면 이렇게 여러 나라가 위안화를 사용하기 시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체제에서 유명한 '트리핀(Triffin)의 딜레마'가 있다. 이를 간단히 설명하면 글로벌 경제가 발전하고 성장하려면 미국이 달러를 생산하여 제공해야 한다. 다시 말해 미국은 수출보다 많은 양을 해외 각국으로부터 물건을 수입하며 달러로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무역 적자가 지속되면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여 달러의 안정성이 무너진다. 이를 트리핀 딜레마라고 한다. 미국이 무한정 무역 적자를 지속할 수 없는 한 결국 어느 시점에 오면 달러 가치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

또 그것이 아니더라도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 금리 인상을 하게 되는데, 이때 기타 국가에 있던 달러가 미국으로 유입되게 된다. 이에 특히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 위기가 나타나기 쉽다. 실제로 과거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여 촉발된 신흥국 금융위기로는 1982년 중남미 위기, 1994년 멕시코 금융위기, 1997년 동남아시아 금융위기, 2001년 아르헨티나 금융위기, 2018년 터키 금융위기 등이 있다. 정작 문제는 미국에 있는데 고통은 다른 나라가 겪게 되는 꼴이다.

다음 그래프를 보면, 이와 같은 환경 하에서 여러 국가들이 달러 자산을 줄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파란 선은 외국 투자자 보유 미 국채 비중, 붉은 선은 연준 보유 미 국채 비중이다.

 

 

미국 달러의 경쟁 우위가 중국 위안에게 추격 당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은 자본과 기술 덕분에 세계 생산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했고, 이는 달러에 대한 세계적 수요로 이어졌다. 그러나 점차 미국은 제조업을 비용이 싼 개도국으로 이전했고, 결국 중국이 세계 공장으로 부상했다. 이에 미국은 실물 경제에서 주도권을 상실하게 됐다. 쉽게 말해 이제 세계 각국이 상품을 수입하려는 나라는 더 이상이 미국이 아니며 중국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무역 대금 지불은 미국과 관계없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 미국은 달러의 귀환 없이 무역 적자를 보며 달러를 세계 각국에 주어야 하는 꼴이 됐다. 이를 지켜본 국가들은 미국의 과도한 달러 발행이 실물 자산 체계인 ‘페트로 달러’*가 지원하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고 깨달았다.

여기에 더해 전통적인 에너지가 더 이상 경제적 미래가 아니며 ‘석유 달러’가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도 작용하기 시작했다.

 

*페트로 달러

: 중동을 포함한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및 관련 상품을 수출해서 벌어들이는 수출 대금, 즉 오일머니(oil money)를 뜻한다.

© 시사상식사전

 

리하이타오(李海涛)와 리시(林锡)가 지적하였듯이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이 점차 다양한 국제 통화 시스템의 핵심 참가자가 되고 있다. 에너지 혁명은 중국의 에너지 비용과 안보를 보장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게다가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산업 체인 시스템과 거대한 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술자들이 풍부하다. 그리고 규모의 경제는 원가 경쟁력을 제공한다. 이는 세계 각국이 달러 대신 위안화를 상당 규모 보유하고 있어도 괜찮다는 의미를 주는 것이다.

 

미국 금융 제재의 칼끝, 내게 향할지도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후 미국이 러시아를 SWIFT에서 제외한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SWIFT는 미국의 지원을 받는 기관이 아니라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중립적인 국제기구로 벨기에와 유럽연합의 법률 소관이다. 미국은 이에 대한 직접적인 관할권이 없다.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SWIFT의 25개 이사석은 각 국가에 할당되며 개별 국가 의석은 2석을 초과하지 못한다. 현재 25개 이사회 중 유럽 국가가 17석, 미국이 2석, 중국이 1석을 차지한다.

하지만 미국은 SWIFT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정치적 힘 외에 SWIFT 데이터 센터가 미국에 소재하는 것과 관계 깊다. 미국에 소재를 두고 있기에 SWIFT는 미국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 2005년 미국은 반테러리즘을 이유로 SWIFT의 모든 회원 결제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으며, 그 결과 SWIFT를 통해 글로벌 달러 거래를 추적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미국은 도매결제시스템 CHIPS를 통해 사실상 SWIFT를 통제한다. 2대 미 달러 결산기관인 Fedwire(Federal Reserve Communications System)와 CHIPS의 거래량이 전 세계 미 달러 청산 사업에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전 세계 은행 간 미 달러 결제의 95%가 CHIPS를 통해 청산된다. 국제 기축 통화로서 미국 달러의 지위와 함께 미국 CHIPS가 국제 결제 및 결제 시스템에서 절대적인 이점을 제공한다. 이에 미국은 CHIPS를 통해 SWIFT를 통제하는 셈이다.

미국은 2008년 이란에 대한 금융 제재를 단행했다. CHIPS 시스템을 통해 이란의 미국 달러 사용과 미국 금융거래시스템 참여를 직접 차단했다. 그러나 이란은 여전히 ​​유로와 같은 통화를 사용하여 SWIFT를 통해 메시지를 전송하고 다른 국가의 금융 시스템과 거래를 수행할 수 있었다. 그래서 미국은 다시 이란의 4개 주요 은행을 SWIFT에서 배제했다. 결국 2015년 이란 핵 협상이 이뤄졌고 금융 제재는 해제됐다. 하지만 2018년 트럼프 행정부는 일방적으로 이란 핵협정 탈퇴를 강행했고 이란의 SWIFT 제재를 주장했다. 이 주장은 UN에서 통과되지 않았고 유럽도 지지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은 SWIFT를 강요했고 SWIFT는 유감을 표명하면서 이를 수용했다.

이 일련의 사건들은 이란 외의 국가들에게 미국이 언제라도 금융 제재를 가하고 SWIFT에서 축출할 수 있다고 자각하게 만들었다. 각국이 미국의 제재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매우 당연한 수순이었다. 사우디가 일부 석유 거래를 위환화로 거래하게 된 것은 이런 시각에서 당연하면서도 미국의 철통같던 페트로 달러 시스템을 탈피한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미국 리스크를 벗어나려는 움직임 사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 위기 이후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앙은행 금융정보 전송시스템(SPFS)을 구축했었다. 현재 SPFS에는 14개국의 115개 외국 기관을 포함해 469개의 참여자가 있다.

또 중국의 경우, 자체 국경 은행 간 지불시스템(CIPS)을 구축했다. 국제 지불은 여전히 ​​SWIFT가 정보를 전송해 줘야 하지만, 국내에서 주로 사용되는 CIPS 자체 독립 메시지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요구로 SWIFT가 CIPS와의 연결을 끊으면, 제재 대상 해외 기관들은 CIPS에 직접 연결하여 위안화로 국제 거래 결산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BRICS 국가들이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고 BRICS 지불 시스템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모두 ‘미국 리스크’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이다.

중국도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위안화의 국제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런 위안화의 국제화는 위안화에 대한 글로벌 수요의 증가를 가져올 것이다. 현재 위안화의 국제결제 비중은 2.2%에 그친다. 확인된 공식 외환보유액 총액은 미화 2,984억 달러에 상당하여 전체 글로벌 외화 결제액의 2.7%에 불과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위안화 준비금의 증가는 여러 국가의 중앙은행과 기업이 위안화에 대한 수요를 높인다. 위안화가 중장기적으로 평가절상 압력에 직면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중국의 경제가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위안화의 국제화는 양날의 검 대부분의 실물 무역에서 유용하므로 이렇게 위안화 결제가 증가하면 세계 무역은 점점 더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의 제재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의 석유 수입 대금을 받지 못해 항의를 거듭하고 있는 이란도 당초 위안화로 지불을 받았다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위안화가 국제화되기 위해서는 중국이 전보다 금융을 개방해야 하는데, 이미 중국 정부는 이 정책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위안화를 가져가는 대신 상응하는 외화가 중국에 보다 큰 규모로 유입된다. 그리고 서방의 중국 직접 투자는 감소하더라도 이들 국가로부터의 투자는 늘어 결국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더 증가할 수도 있다. 그리고 새로운 국가로부터의 투자는 중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안화의 국제화는 중국이 지금까지 집행해온 고도의 통제를 점점 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회주의 계획 경제 비중이 큰 중국이 이런 상황을 과연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지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결국 위안화의 국제화는 중국에게나 다른 국가들에게나 모두에게 있어 양날의 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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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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