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없는 도로에서 상향등 켜고 주행하면 불법일까?

가로등 없는 도로에서 상향등 켜고 주

숨 쉬기를 인지하는 순간 어색해지는 것처럼, 밤의 어둠을 홀로 가르다가 문득 어둠이 낯설어지면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어느 순간 어떻게 사고가 날지 알 수 없는 공포감. 가로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아직 설치가 안 된 국도에서는 주변의 시야 확보도 쉽지 않다. 이때만큼은 상향등이 필수인 듯하다.

 

종종 반대편 차선에서 어둠을 뚫고 차가 다가온다. 밤 동지의 안전운행을 위해 상향등을 끈다. 차가 지나간 후에 다시 상향등을 켠다. 또 차가 다가와 상향등을 끄고 지나간 후에 다시 켠다. 어둠이 내려 앉은 도로에 통행량이 적지 않다면 상향등을 껐다 켜는 것도 일이다. 법에서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정의할까?

법에는 다 있다. 지키기만 하면 된다.

가로등 없는 도로에서 상향등 켜고 주

도로교통법 제 37조(차의 등화) 1항에 따르면 모든 차와 노면전차는 밤, 안개가 끼거나 비 또는 눈이 올 때 운행하거나 고장이거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정차, 주차하는 경우에 등화를 켜야 한다. 특히 2항에 따르면 모든 차와 노면전차는 밤에 서로 마주보고 진행할 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등화의 밝기를 줄이거나 잠시 꺼두라고 명시되어 있다.

 

도로교통법 시행령에는 제20조(마주보고 진행하는 경우의 등화 조작)에서 더 자세하게 운전자가 지켜야 할 사항을 안내한다. 참고로 법은 법률과 같은 말로 국회에서 만들어지고, 시행령은 법률의 특정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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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 제20조(마주보고 진행하는 경우 등의 등화조작) 1항 1호에 따르면 서로 마주보고 진행할 때는 전조등의 밝기를 줄이거나 불빛의 방향을 아래로 향하게 하거나 잠시 전조등을 꺼야 맞지만, 도로의 상황을 봤을 때 마주보고 진행하는 차의 교통을 방해하는 우려가 없을 경우에는 괜찮다. 2항에서는 지방경찰청장이 인정한 지역이 아니라면, 교통이 빈번한 곳에서 전조등의 불빛 방향을 계속 아래로 유지할 것을 적시하고 있다.

 

간단하게 정리를 하자면 칠흑이 내려 앉은 밤, 가로등이 없어 운전자가 시야 확보가 어려운 도로 상황에서는 안전운행을 위해서 상향등을 켜도 된다. 그러나 앞차와의 거리가 충분히 떨어져야 있어야 하며, 반대편 차선의 교통 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 운행하고 있는 도로가 2차선 이상이고, 반대편 차선에는 교통이 많은 편인데 내쪽에는 그렇지 않다면 오른쪽 차선에서 달리면서 상향등을 켜고 시야를 확보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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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운전을 할 때 등화하는 법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면 다음으로 신경써야 할 부분은 앞차와의 안전거리. 도로교통법 제19조(안전거리 확보 등) 1항에서, 모든 차의 운전자는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앞차의 뒤를 따를 때 갑자기 앞차가 정지할 경우 앞차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는 필요한 거리를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밤을 달릴 때 등화 조작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운전자가 법과 시행령을 다 지켜가면서 달린다고 해도 남이 지키지 않으면 안전은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 스텔스차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전투기인 스텔스기에서 차용한 신조어다. 스텔스기는 레이더망을 교란해 적의 탐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발됐지만, 스텔스차는 존재 의미도 없이 도로를 잠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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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차로 인한 교통사고는 운전자 본인만 다치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교통 흐름 때문에 아무리 어두운 밤이라도 규정 속도 밑으로 달릴 수가 없는 상황. 운전자의 사각지대에서 갑자기 나타난 스텔스차를 피하려다가 차체가 제동력을 잃고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대낮에 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보다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밤에는 그냥 운전하지 말자.

안전한 사회는 우리 손으로 만드는 것

가로등 없는 도로에서 상향등 켜고 주

문명이 발달하면 여러 분야에서 무임승차가 발생한다.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일명 안아키라고 하는 것은 문명사회가 이룩한 위생 덕에 할 수 있는 배부른 소리다. 실제로는 과학적인 근거도 없다. 현대의 기술발달은 일부의 천재가 이론을 만들고 수학적으로 증명한다. 이를 토대로 누군가는 기술 상용화를 하고 대중화를 한다. 인류의 대다수는 이 혜택을 돈으로 사는 것이다. 문명은 그렇게 굴러간다.

 

아쉽게도 안전에는 무임승차가 없다. 내 안전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남도 안전을 지켜야 한다. 안전은 사회 구성원의 예외없는 참여를 필요로 한다. 안전이 지키기 어려운 이유고 그렇게 반복되면서 강조되는 이유다. 오늘 무심코 지키지 않은 안전은 누군가의 행복한 가정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2018.11.2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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