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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수박을 들고 지하철 역을 통과한다고?

by클룩 KLOOK

유튜브에서 재밌는 영상을 하나 봤다. Suica 라는 영단어가 일본어들 사이에 섞여 있는 자막이 눈에 띄어 썸네일을 클릭해 보았는데, 몇몇 일본인들이 수박을 들고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는 영상이 플레이됐다. 수박을 들고 지나가는 게 뭐 그리 특별해? 라고 할 수 있겠지만... 수박을 그냥 들고 가는 게 아니란 게 문제였다. 마치 교통카드처럼, 수박을 개찰구에 틱! 하고 찍고서 들어가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었다. 뭐지 이건?

곧이어 그들이 들고 있던 수박에 교통카드가 부착돼 있었단 사실은 알게 됐지만, 굳이 왜 이런 영상을 만든 건지 궁금해졌다. 수박을 재배하는 농가의 꿀수박 홍보영상인 것인지, 그런 수박을 유통하는 마트에서 만든 건지... 결국 밝혀진 사실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스이카(Suica)라는 교통카드 때문에 이 영상이 만들어졌단 거다.

 

‘Super Urban Intelligent Card’의 약자인 SUICA(스이카)는 JR 히가시니혼에서 발행하고 운영하는 충전형 IC교통카드다. 2001년에 처음으로 등장한,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사용된 RFID방식 교통카드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수박이냐고? 수박의 일본어가 바로 스이카(すいか) 이기 때문이다. 헌데 수박이라는 명칭과는 달리 귀여운 펭귄이 마스코트라는 점이 재밌다. 여름의 상징인 수박에 겨울이 떠오르는 동물인 펭귄이라니. 교통카드에도 그런 캐릭터를 부여한 일본은 역시 캐릭터산업의 강국다웠다. 그러다 이런 생각까지 들게 된 것이다.

 

"여태껏 일본여행을 갈 때 왜 교통카드를 살 생각을 하지 않았지?"

 

해외여행 시 은근히 불편하고, 또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바로 현금처리다. 얼마를 환전해야 좋을지. 남은 금액은 다 쓰고 와야 할지. 재환전은 어디서 어떻게 해야 이익인 것인지. 남은 동전을 기념품 삼아 갖고 있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저금통 속에 담겨 몇 년간 눈에 띄지도 않던 동전을 청소 중 우연히 발견하기라도 한다면, 역시 동전처리는 제대로 해야 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 거다.

수박을 들고 지하철 역을 통과한다고?

특히 일본이 그렇다. 일본여행 시 넉넉한 현금준비는 필수다. 신용카드를 쓸 수 없는 음식점이 꽤 많고, 각종 랜드마크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시 현금이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코인락커를 이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동전을 마련하기도 하고, 굳이 먹지도 않는 껌까지 샀었는데, 남은 껌과 동전들이 그대로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게 눈에 띈다.

 

아무튼 그런 순간에 교통카드를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선 너무나 자연스레 교통카드를 이용하면서도, 어째서 여행 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아마도 현금처럼 활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포함해 많지 않을까 싶다. 현재 일본에서 상용 중인 스이카와 같은 카드는 *FeliCa를 기반으로 한 IC카드다. 교통수단뿐 아니라 카페, 음식점, 편의점, 자판기, 코인 로커 등에서 전자 머니로 쓸 수 있는 만능형이다. (*FeliCa : 소니가 개발한 비접촉 IC 카드 기술 방식이다. 영어로 행복을 의미하는 Felicity 와 Card 를 조합해 만들어진 명칭으로, 소니의 등록 상표이다.)

 

본디 지역마다 사용되는 카드의 종류가 달랐지만 이젠 지역끼리 호환도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카드를 요약해 보자면 이렇다.

 

PASMO(파스모)

수박을 들고 지하철 역을 통과한다고?

@PASMO 공식 홈페이지

스이카와 함께 가장 유명한 교통카드다. 2007년, 일본 관동 지역 내 운수회사들이 뭉쳐 만들었으며 일본 교통카드 중에 가장 큰 회사이다.

 

ICOCA(이코카)

수박을 들고 지하철 역을 통과한다고?

@Japan Station 홈페이지

‘IC Operating CArd’의 약자다. 이코카 라는 말은 ‘가볼까(行こうか)’ 라는 말의 간사이 사투리이기도 하다. 마스코트는 이코짱(イコチャン)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파란색 오리너구리다.

 

MANAKA(마나카)

수박을 들고 지하철 역을 통과한다고?

@Nagoya International Center 홈페이지

나고야 민영 교통사업자들이 주축이 되어 발행하는 교통카드다. 대중교통을 탑승할 때마다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것이 특징이다.

 

KITAKA(키타카)

수박을 들고 지하철 역을 통과한다고?

@JR Hokkaido railway company 홈페이지

하늘다람쥐 캐릭터가 매력적인 키타카는 JR 홋카이도에서 발행하는 교통카드다. Kitaca는 JR홋카이도의 IC카드(JR北海道のICカード)에서 ‘홋(키타-북쪽)카이도’와 ‘카드’의 앞글자를 따서 형성된 단어다. Kitaca를 그냥 해석해서 읽으면 왔냐? 캐릭터의 이름은 キタカちゃん(키타카짱)으로 불린다.

 

HAYAKAKEN(하야카켄)

수박을 들고 지하철 역을 통과한다고?

@Japan guide 홈페이지

하야카켄(はやかけん)은 후쿠오카시 교통국(후쿠오카 지하철)이 도입한 승차권이다. 다른 카드와 달리 자동충전 기능이 없다. 대신 지하철 이용 시 보너스 적립 포인트가 있다.

 

일본에 사는 친구의 말론 2020년 하계 동경올림픽쯤엔 이 IC카드가 완벽히 상용화 될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가상화폐 기능까지 탑재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쯤 일본여행을 가는 사람들에겐 필수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현재엔 이 카드가 어느 정도로 활용이 되고 있을까? ‘使(つか)えます[츠카에마스]’ 라는 표식이 눈에 띈다면 그곳은 사용 가능한 곳이다. ‘츠카에마스’는 ‘쓸 수 있다.’는 일본식 표현인 使える[츠카에루]에 정중형인 ます[마스]가 붙어 ‘쓸 수 있습니다.’ 라는 말이 된 것인데, 스이카나 파스모를 사용할 수 있는 가게에 가면 ‘Suica Pasmo 使えます’ 라는 문장이 쓰인 결제 기기가 눈에 띌 거다. 기기 아래 동그라미 부분에 카드를 갖다 대면 파랗게 불이 들어오며 결제 완료. 계산한 금액과 잔액이 표시되니 충전할 시점을 편히 알 수 있다.

 

남은 금액을 확인할 수 있는 앱도 있다. ‘SUCIA Reader’라는 앱을 다운 받고 휴대폰의 NFC 기능을 활성화 시켜 놓으면 언제 어디서든 잔액을 확인할 수 있다. 앱의 이름은 SUICA이지만, 모든 IC카드의 확인이 가능하다. 이 같은 카드의 존재를 알고 있다 해도, 아마 구입 및 충전이 번거롭다 생각돼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싶다. IC카드의 편리함은 잠깐의 번거로움보다 훨씬 크니, 일본 여행 시 꼭 사용해 보길 바란다. 일본에서 일본인과 마주해서 구매하는 게 꺼려진다면, 한국에서 미리 구매할 수도 있다. 클룩과 같은 사이트에서 미리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하고 난 뒤, 수령만 하면 그만이다.

필자 김정훈

연애만 한 여행이 있으리. 연애&여행 칼럼니스트, tvN 드라마 <미생>, OCN <동네의 영웅> 보조작가, 책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연애전과>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