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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공조'
사람이 먼저다, 유해진

by맥스무비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에 더 끌렸다.” 유해진이 '공조'를 선택한 이유다. 그는 “사람의 정(情)과 인간미”를 찾은 '공조'(1월 18일 개봉)를 놓치지 않았다. 애드리브도, 상대 배우를 편하게 하려는 의도도, 스케줄을 조정하면서 '삼시세끼'(tvN)에 출연한 이유도 ‘사람’이 우선이라는 유해진의 모습이 가정적이고 코믹한 남한 형사 강진태에게서도 드러난다.

'공조' 사람이 먼저다, 유해진

'공조'에서 남북한 최초 합동 수사를 맡게 된 남한 형사 강진태는 서민적이고 친근함으로 무장했다. 사람 냄새를 풍기는 강진태를 유해진은 놓치기 싫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공조'의 강진태와 '럭키'(2016)의 형욱은 진지하면서 코믹하고, 액션을 구사한다는 점이 닮았습니다. 비슷한 캐릭터를 피하고 싶다고 이전 인터뷰에서 밝혔는데, 강진태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비슷한 캐릭터를 연달아 연기하는 것을 경계하지만, 어떻게 만날 다 피해가겠어요? 많은 사람이 저에 관해 이야기할 때 ‘친근감’이란 단어를 많이 써요. '럭키'로 그 친근감 지수가 더 올라갔죠. '공조'의 강진태는 서민적이고 친근한 형사라 '럭키'의 형욱과 겹쳐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캐릭터는 겹칠 수 있지만, 이야기는 다르죠.

 

'공조'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나요?

 

남북한 형사로 만나 데면데면했던 강진태(유해진)와 림철령(현빈)이 남북한 합동 수사를 위해 힘을 합치는 이야기가 좋았어요. ‘사람’의 이야기를 하잖아요. 저는 인간적인 부분이 잘 드러나는 시나리오에 끌려요. 사람의 정, 인간미가 잘 드러나는 캐릭터를 담은 영화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공조'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죠.

 

강진태는 진지함으로 가득 찬 림철령과 차기성(김주혁) 사이에서 영화의 분위기를 환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캐릭터들의 균형을 맞추는 데 중점을 뒀어요. 림철령은 과거의 아픔이 있고, 과묵하고 자기 목적이 뚜렷한 사람이죠. 강진태는 림철령과 반대예요. 그래서 강진태는 여백과 빈 구석이 많은 캐릭터로 만들어졌죠. 김성훈 감독은 저한테 '나쁜 녀석들'(1995)을 예로 들었어요. '나쁜 녀석들' 등장인물들처럼 강진태가 무겁지 않고 오락적인 면을 보여주길 바랐죠. 제가 해왔던 역할들 가운데 강진태와 비슷한 캐릭터가 많아서 감독님의 의도를 쉽게 눈치챘어요.

 

형사 캐릭터는 '광복절 특사'(2002) 이후 15년 만이에요. 수많은 영화에 나온 경찰 캐릭터와 강진태를 다르게 표현하려고 하진 않았나요?

 

다른 배우의 연기와 차이를 두려고 하지 않아요. ‘유해진’이란 배우는 무엇을 연기해도 유해진이라고 생각해요. 제 연기 자체는 예전과 지금이 다르지 않은데, 사람들이 제가 연기 변신을 했다고 할 때가 있어요. 영화 속 이야기에 따라 캐릭터도 변하니까 그에 맞는 연기도 달라지는 것이죠. 제일 중요한 건 캐릭터에 차이를 두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시나리오에 적합한 캐릭터 연기를 하는 것이에요.

'공조' 사람이 먼저다, 유해진

유해진에겐 철칙이 있다. 연기의 합을 위해 상대 배우를 편하게 해야하고, 관객이 실제처럼 느끼도록 애드리브를 넣는 것. 결국, 유해진의 목표는 사람을 위한 연기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상대 배우를 편하게 해야 본인이 영감을 받는다고 했는데, 현빈과 작업은 어땠나요?

 

일단 상대 배우와 무조건 편해야 해요. 그래야 제가 아이템이 생기면 상대 배우에게 쉽게 제안할 수 있고, 상대 배우도 마찬가지로 저한테 아이디어를 편하게 제안할 수 있죠. 현빈 씨가 촬영 초반에 저한테 술 사달라고 했거든요. 현빈 씨가 먼저 가깝게 접근해주니까 고마웠어요. 그다음부터 현빈 씨와 관계가 편해졌죠. 한 영화에서 같이 연기하는 배우는 편해야 돼요. 현빈 씨는 촬영 전부터 액션뿐만 아니라 북한 사투리도 준비해야 해서 바빴어요. 서로 힘든 걸 아니까, 현장에서 요구 사항이 있으면 간단하게 이야기하고 자연스럽게 연기했어요.

 

애드리브를 밤새도록 연구하고 고민해 감독과 자주 상의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공조'에서도 애드리브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요?

 

저는 강진태의 가족을 평범하게 보이기 위해 노력했어요. 집에서 아내가 청소하는데, 진태가 “여보, 그것 좀 가져와” 하면 아내가 “자기가 가져가”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의 애드리브가 있어요. 이런 애드리브가 영화를 풍성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관객이 ‘진태 가족은 온기가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으니까요. 현빈 씨가 휴지를 물에 적셔서 맨손 액션을 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걸 보고 ‘옳거니!’ 했어요. 제가 중국집에서 액션 하는 장면에 쓰자고 감독님에게 제안하기도 했죠.

 

'공조'가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영화를 보면 단번에 알 수 있어요. 제가 찍은 영화들을 보면 블랙 코미디가 많은데, '공조'도 그중 하나죠. '공조'는 남북문제를 다루기도 하지만, ‘감시’에 대한 풍자도 해요. CCTV부터 스마트폰까지, 사람들은 사생활이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살잖아요. 북한이나 우리나라나 그런 면에서 비슷해요. 너무 안타깝죠.

'공조' 사람이 먼저다, 유해진

유해진에게 연기는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연기로 보람을 느끼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먹고 자고 할 수 있게 됐으니, 유해진은 연기에 욕심을 부릴 수밖에 없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공조'를 포함해 48편의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다양한 역할을 연기를 했는데 여전히 연기로 배고픈 부분이 남아있나요?

 

특정 캐릭터를 연기 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없어요. 하지만, 사람들의 가슴 깊숙이 박힌 아픔을 건드리는 짠하고 쓰린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그런 이야기를 연기하는 것에 목마름이 많이 생겨요. 제가 어느 날, “오늘 소고기 먹고 싶다”고 하면 사람들이 “네 몸이 소고기를 원해서 그래”라고 하거든요. 본능이죠. 짠하고 쓰린 영화를 하고 싶은 것도 마찬가지예요. 요즘 제가 너무 달콤한 사탕만 먹고 있지 않나 싶더라고요. 가끔 쓰디쓴 칡즙도 먹고 그래야 하는데요.

 

단짝인 차승원은 “유해진이란 배우는 연기 욕심이 너무 많아서 부럽다”고 했습니다. 본인의 연기 욕심을 채우도록 자극하는 것이 있나요?

 

‘살아가야 한다’는 것 같아요. 제가 살아가는 아주 기본적인 방법이 연기죠. 제가 연기로 먹고살고, 연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연기하면서 보람도 느끼거든요. 저를 계속 살아가게끔 해주는 게 연기니까, 연기에 욕심을 부릴 수밖에 없어요.

 

작년에 영화 촬영 스케줄이 겹쳐 '삼시세끼'에 출연을 못 할 정도였는데, 어떻게든 출연하는 걸 보고 '삼시세끼'에 대한 애정이 크다고 느꼈어요.

 

저는 '삼시세끼'를 100%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생각 안 해요. '인간극장'(KBS) 정도는 아니지만, 저에게 '삼시세끼'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 있어요. 서로 장난도 치고, 탁구도 하고, 밤이 되면 서로 평소에 못 나눈 이야기도 해요. 차승원 씨랑 동년배이기 때문에, 세월이 흘러가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저희 둘의 이야기를 공감하시는 것 같았어요. '삼시세끼'가 100% 예능이었다면, 제가 도미뿐만 아니라 상어까지 잡았을 걸요?

 

‘타짜’ 시리즈의 고광렬,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의 철봉 등 코미디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끼'(2010)의 김덕천, '극비수사'(2015)의 도사 김중산 등 다양한 캐릭터를 자주 보여줬지만, 코믹한 캐릭터로 유독 주목 받은 점이 아쉽지 않았나요?

 

관객이 코믹한 제 모습을 더 많이 좋아해 주는 건 어쩔 수 없죠. 다만, 그렇다고 새로운 연기를 계속 도전하지 않을 순 없어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만 할 순 없잖아요. 솔직히 이런 고민을 늘 해요. 코미디뿐 아니라 다른 모습을 관객에게 어떻게 선보여야 할지,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요즘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공조' 사람이 먼저다, 유해진

유해진은 연기한 작품 하나하나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만큼 모든 작품이 다 소중하다. 유해진은 ‘배우’라고 말했을 때, ‘저 사람이 배우야?’라는 말은 듣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들들 볶는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2016년을 되돌아보면, '럭키'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럭키'는 이제 제 추억 속에 간직해야죠. '인사이드 아웃'(2015)처럼 제 기억 저장소에 '럭키'를 놓고 있거든요. 저한테 ‘럭키’였던 '럭키'를 항상 바랄 순 없잖아요. 작년에 '럭키' 덕분에 많은 분한테 사랑을 받아 감사했어요. 연기 생활하면서 자주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럭키'에만 빠져있을 순 없어요.

 

1997년 '블랙잭'의 단역을 시작으로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지 20년이 됐습니다. 20년 넘게 연기 생활해오면서, 본인의 연기 철학이나 신조가 있을까요?

 

“배우 유해진입니다” 했는데 “저 사람이 배우야?”라는 말은 듣지 말아야겠다는 것이요. 그래서 연기를 함부로 할 수 없죠. 배우는 들들 볶아져야 하는 직업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볶아주기도 하지만, 제가 스스로 볶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연기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을까 걱정도 해요.

 

'공조'가 스크린 데뷔 20년이 되는 해의 첫 작품이라 뜻깊을 것 같아요.

 

저한테 '공조'는 제가 한 모든 영화와 똑같이 ‘하나의 작품’입니다. 그만큼 큰 의미가 어디 있겠어요? 다른 영화와 마찬가지로, '공조'는 저의 소중한 몇 달을 같이 씨름했던 작품이에요. '공조'는 저에게 중요한 또 하나의 작품으로 남은 거죠.

 

관객이 '공조'를 보고 어떤 부분을 즐겼으면 좋을까요?

 

어떤 부분보다는 '공조'를 보는 2시간 동안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현빈 씨의 화려한 액션을 보고 감탄해도 좋고요. 그 시간이 관객에게 아깝지 않았으면 해요.

 

글 박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