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 감독 “타키와 미츠하 이름의 의미는”

[컬처]by 맥스무비

10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초속 5센티미터'로 처음 한국을 찾은 2007년 이후,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우리를 만나러 왔다. 꿈에서 시작한 이야기 '너의 이름은.'이 1월 4일 개봉과 동시에 뜨거운 반응이 일어나자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라며 웃었다. 지난 5일 한국을 찾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게 '너의 이름은.'을 여러 번 볼수록 재미가 배가되는 이유에 대해 물었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여느때처럼 나직한 목소리로 영화의 의미에 대해 조근조근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의 이름은.'을 아직 못보신 분들은 관람 후 읽기를 권합니다. 한 번 보신 분들이라면 두 번 보실 수 밖에 없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타키와 미츠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너의 이름은.'이 지난 1월 4일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소감에 대해 “지금까지 저의 작품을 보고 응원해준 팬들과 많은 영화 관계자들 덕분”이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 맥스무비 김현지(에이전시 테오)

오노노 코마치의 와카(和歌) ‘그리며 잠들어 그이 모습 보였을까. 꿈이라 알았으면 눈뜨지 않았을 것을’이 '너의 이름은.'의 출발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어디서 한번쯤은 들어본 유명한 와카입니다. 저 역시 옛날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작품 구상을 시작할 때는 항상 뭔가를 찾는 듯한 느낌으로 일상을 지냅니다. 그래서 늘 봐오던 것도 작품을 구상하는 시기에는 전혀 새롭게 보이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되죠. 새 영화를 준비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찾다가 꿈에 관한 이 와카를 다시 접하고선 ‘꿈’이라는 것이 남녀가 바뀌는 것을 설정하는데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너의 이름은.'은 노래 ‘꿈등불’과 함께 영화 장면들을 미리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오프닝 장면을 따로 구성한 이유가 있습니까?

 

오프닝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재관람 하는 관객이 즐길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구성했습니다. 짧은 오프닝이지만 영화에서 앞으로 일어날 전개가 압축되어 있습니다. 처음 보는 분들은 오프닝에 나오는 장면들의 의미를 전혀 모르겠지만 다시 보는 분들은 분명히 오프닝만 보아도 새로 발견하는 부분이 굉장히 많을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오프닝을 통해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오던, 특히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선언하고 싶었습니다. ‘꿈등불’이라는 음악이 빠르기도 하고 록뮤직으로서 센 느낌이 있습니다. 템포감도 있고 질주감도 있고요. 한편으로는 애절한 느낌도 있고 격렬한 느낌도 있습니다. 이 음악에 맞춰 영상도 빨리 바뀝니다. 이러한 오프닝을 보여줌으로써 '너의 이름은.'은 무엇보다 젊은 사람들을 위한 영화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타키와 미츠하

'너의 이름은.'에서 문이 열리고 닫히는 장면은 두 세계가 만나고, 단절되고 또 두 세계의 경계를 넘는 역할을 한다. 사진 (주)미디어캐슬

미츠하의 집 방문, 미츠하의 친구 텟시의 방문, 타키가 미츠하를 찾아갈 때 지하철의 문이 열리고 닫히는 장면 등 문이 열리고 닫히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합니다. 어떠한 의미입니까?

 

반복적으로 문이 닫히고 열리는 것은 영화의 템포를 정리하기 위한 목적이 컸습니다. 대화 장면이라든가 신이라는 것이 바로 끊을 수 없고 그것을 정리하는 여운이 필요합니다. 그 여운을 표현하려면 영화가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짧게 끊고 정리하기 위해 문을 활용했습니다. 문이 닫히면서 한 신이 끝나고 동시에 전혀 다른 신을 시작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연출적인 목적으로 사용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또 하나는 제가 만든 비디오콘티를 나중에 다시 보니 문이 열리고 닫히는 것이 영화의 템포 정리만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영화에는 두 가지의 세계가 나오잖아요. 타키와 미츠하의 세계, 도시와 시골, 3년 전과 후, 전혀 다른 시공간이 나옵니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것이 세계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습니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장면을 넣음으로써 두 세계가 만난다거나, 두 세계가 단절된다거나 두 세계의 경계를 넘어섭니다. 아주 짧은 컷들이지만 문이 열리고 닫히는 장면이 무의식중에 의도적으로 들어가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타키와 미츠하

'너의 이름은.'의 주인공 타키와 미츠하의 이름은 모두 물과 연관이 있다. 사진 (주)미디어캐슬

주인공 미츠하와 타키 이름을 어떻게 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타키(瀧)는 옆에 삼수변이 있지만 용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습니다. 용의 이미지가 혜성의 이미지하고 관련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용은 물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존재입니다. '너의 이름은.'에서는 호수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호수를 연상시킬 수 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해서 타키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습니다.

 

미츠하(三葉)는 일본에서는 옛날부터 물의 신 중에 미츠하메가 있습니다. ‘미즈하메’라고도 하는데 그 이름의 울림이 왠지 모르게 좋았습니다. 거기에서 따서 미츠하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타키와 마찬가지로 물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좋다고 생각했고, 특히 이토모리 마을이 호수, 물과 매우 연관이 있기 때문에 미츠하로 이름을 정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타키와 미츠하

미츠하가 머리를 묶는 붉은 매듭끈은 이토모라 마을의 천년 역사를 상징하는 실매듭 방식으로 제작한 것이다. 영화에서 타키와 미츠하를 잇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진 (주)미디어캐슬

미츠하가 머리카락을 단발로 자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기 결심인지 실연 때문인지 관객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미츠하가 머리를 자르기 전에 도쿄에 가서 타키를 만나고 이츠모리 마을로 돌아옵니다. 도쿄에 가기 전에 서로를 만나면 분명히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갔는데 타키는 미츠하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미츠하는 굉장히 충격을 받고 돌아오죠. 마음 상태도 힘들었을 겁니다. 게다가 타키에게 매듭끈을 풀어줬기 때문에 늘 머리를 묶던 끈이 이제는 없는 거죠. 더 이상 머리를 묶을 수도 없고 실연당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할머니께 부탁드려서 머리를 자른 것입니다.

 

타키의 손목을 보면 미츠하가 준 매듭끈을 맬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습니다.

 

영화를 몇 번 보면 알아차릴 수 있는데 타키가 타키일 때는 손목에 매듭끈을 매고 있고, 타키가 미츠하일 때는 매듭끈을 매고 있지 않습니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요. 처음 타키가 등장할 때 미츠하가 들어가 있는데 그때는 매듭끈을 안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전전전세’ 노래가 나오면서 짧은 클립으로 둘이 뒤바뀌는 장면을 보면 타키가 타키일 때는 매듭끈을 하고 있고, 타키가 미츠하일 때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타키와 미츠하

타키가 된 미츠하가 타키가 살고 있는 요츠야 지역의 아파트에서 나와 바라보는 도쿄의 모습은 눈부시다. 사진 (주)미디어캐슬

타키의 몸이 된 미츠하가 도쿄의 전경을 바라보는 장면부터 이어지는 도쿄의 인트로 장면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도쿄 장면을 표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입니까?

 

도쿄는 대도시이고 일본인이 생각하는 도쿄의 이미지는 굉장히 복잡하고 여유가 없고 사람이 많고 길이 좁고 빌딩이 매우 많아서 하늘이 좁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것과 비교해서 시골은 여유롭고 자연이 많고 풍경이 아름답고 좀 더 넓다고 자주 말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양쪽 다 아름다운 풍경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면 이토모리 마을 장면에서 굉장히 아름다운 하늘이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오히려 산이 매우 많기 때문에 하늘이 도쿄보다 좁게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도쿄의 하늘이 이토모리 마을의 하늘보다 탁 트인 느낌이 있어 더 아름답게 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어느 쪽이 더 아름답다, 어느 쪽이 더 좋다 이런 식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도쿄는 도쿄 나름대로 아름다운 면이 있고, 시골은 그 나름의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타키와 미츠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항상 가을을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너의 이름은.'에서 미츠하가 살고 있는 마을 이토모리의 가을을 중요하게 표현했다. 사진 (주)미디어캐슬

전작에서는 봄, 여름, 겨울 장면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가을이 멋지게 드러나는 작품을 보고 싶다는 팬들의 기대가 있었습니다. '너의 이름은.'에서 이토모리의 가을 장면이 그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 같습니다. 특히 가을 장면은 ‘무스비’에 대한 설명이 등장하는 중요한 장면이기도 한데, 가을 풍경 묘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겨울에 대한 영화(초속5센티미터), 봄에 대한 영화(초속5센티미터), 여름에 대한 영화(언어의정원)가 있었던 것 같은데 가을에 대해서 제대로 그려낸 적이 없다는 생각을 저도 하고 있었습니다. 가을을 테마로 하는 영화를 꼭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너의 이름은.'은 대작이자 장편이고, 오랜 기간에 걸친 이야기다보니 모든 계절이 들어가긴 했습니다. 항상 가을을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 가을을 좀 더 중요하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언제입니까?

 

가을이나 겨울입니다. 지금부터 막 추워지려고 하는 계절을 가장 좋아합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웃음)

신카이 마코토 감독 “타키와 미츠하

타키는 흠모하던 오쿠데라 선배와 모리타워에서 데이트를 한다. 하지만 이곳 모리미술관에서 사진전을 본 후 심경의 변화가 일어난다. 사진 (주)미디어캐슬

타키와 오쿠데라 선배가 모리타워 모리미술관에서 보는 사진전의 이름은 ‘향수(鄕愁)’입니다. 타키는 이 전시에서 미츠하의 마을 이토모리가 있는 히다(飛騨) 지역의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봅니다. 이 설정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타키와 미츠하는 꿈속에서만 서로 뒤바뀌어 있었고, 꿈에서 깨어나고 나면 기억이 점점 흐릿해지고 애매해집니다. 사실 타키는 미츠하가 어디 사는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전에서 처음으로 우연히 미츠하가 사는 마을의 사진을 봅니다. ‘어라? 미츠하가 사는 곳이 히다 지역에 있는 건 아닐까?’라고 알아차리게 됩니다. 타키가 처음으로 꿈속에 있었던 것이 현실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장면입니다.

 

'너의 이름은.'에는 혜성 장면이 여러 번 나옵니다. 그중에서 타키가 미야미즈 신사에 가서 쿠치가미사케를 마시고 보는 혜성은 다르게 표현했습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까?

 

그 장면은 아주 예외적으로 다른 감독이 맡았습니다. 제가 그린 그림 콘티가 있긴 했지만 그것을 베이스로 하지 않고 시노미야 요시토시 감독에게 맡겼습니다. 지금까지도 제 작품의 배경미술을 담당해온 감독이고 원래는 일본화 화가입니다. 시노미야 감독에게 타키가 술을 마시고 쓰러진 이후의 상상 장면을 부탁드렸습니다. 디지털로 색을 입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손으로 직접 그려서 신비한 터치감을 나타냈고, 굉장히 많은 정성과 공을 들여서 만든 장면입니다.

 

타키의 환상에 등장하는 혜성 장면만 다른 감독에게 맡긴 이유는 무엇입니까?

 

타키가 상상 속에서 보는 혜성은 화면 터치를 다르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관객이 이전 장면까지 보던 것과 다른 느낌을 받기를 원했고, 타키의 환상 같은 장면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이것은 환상이라고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연출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이 화면을 컨트롤 하는 것이 현실 장면과 환상 장면을 정확하게 구분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비, 눈, 벚꽃 장면은 모두 후반부에 등장합니다. 나중에 배치한 이유가 있습니까?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영화에서 키가 되는 그림의 요소를 처음부터 미리 정하고 갑니다. '언어의 정원'에서는 비, '초속5센티미터'에서는 벚꽃이 키가 되는 요소였습니다. '너의 이름은.'은 혜성으로 가겠다고 정했기 때문에 비나 눈, 벚꽃을 조금씩보여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타키와 미츠하

신카이 마코토의 고향은 일본 나가노 현 코우미마치다. '너의 이름은.'에서 미츠하의 고향 이토모리 마을은 신카이 마코토 고향 마을의 따스함을 담고 있다. 사진 (주)미디어캐슬

마지막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이름’에 관한 질문입니다. 이름을 니이츠 마코토(新津 誠)에서 신카이 마코토(新海 誠)로 바꾼 이유가 있습니까?

 

애니메이션을 처음 만들었을 때 게임 회사에 다니는 회사원이었습니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금지였기 때문에 이름을 바꾸지 않으면 작품을 발표할 수 없었습니다. 펜네임을 따로 생각해 둔 게 없어서 제 고향 마을 코우미마치(小海町)에서 바다 해(海)자를 따와 신카이로 바꿨습니다.(웃음)

 

+그리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일본 젊은이들의 심상 풍경 자체를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하려는 화가이자 시인이다.”-이와이 슌지 감독-

이와이 슌지 감독의 굉장한 팬이고 그의 영화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특히 '4월 이야기'(1998) '릴리슈슈의 모든 것'(2001) '하나와 앨리스'(2004) 등 이와이 슌지 감독의 초기작을 매우 좋아하고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이와이 슌지 감독이 화면을 구성하는 법이나 일상의 풍경을 표현하는 방법 등이 제 작품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이 '너의 이름은.' 중국 전시회 추천사를 써준 것을 계기로 인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글 정유미

2017.02.1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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