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자녀가 셋 이상일 때 청약이 가능한 다자녀가구 특별공급 유형에서 0건의 청약이 속출하고 있다. 같은 단지의 다른 청약 유형은 수천 명이 몰리는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어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19926가구 배정했지만
5973명만 청약 당첨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포레나 안산 고잔’은 지난 4월에 분양을 진행했다. 일반분양 1순위 청약은 82가구를 모집했지만 1586명이나 접수해 20대 1의 평균 경쟁률과 184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전용면적 59㎡B에서 다자녀가구 유형 7가구를 모집했지만, 단 한 건의 청약도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북수원자이렉스비아’도 지난 3월에 분양을 진행했다. 일반분양 청약에서는 모든 유형의 주택이 높은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지만. 다자녀가구 특별공급 유형은 12개의 주택형 중 7개가 미달이었다. 전용면적 48㎡A, 48㎡B, 59㎡C의 경우 청약자가 말 그대로 0명이었다.
수도권에서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해 아파트 청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다자녀 특공은 낮은 달성률을 보이고 있다. 같은 단지라도 일반분양에서는 백자리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지만, 다자녀 특공은 0건의 청약이 이뤄질 정도로 양극화가 심각하다. 작년에 정부가 다자녀 특공에 배정한 주택은 19926가구인데, 실제 청약 당첨자는 5973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서울에도 청약 가능해
더욱 몰리는 양상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전문가들은 청약 조건을 채운 사람들이 경기, 인천 지역이 아니라 서울을 중심으로 청약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자녀가 3명 이상이면 다자녀 특공 자격이 생기고, 서울 아파트에도 청약을 도전할 수 있다. 이런 이점 때문에 굳이 시세가 낮은 경기, 인천 지역보다는 집값이 높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 서울에 청약하는 것이다.
서울시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의 경우 서울에 2년 이상 거주한 사람 50%, 서울에 2년 이하 거주했거나 수도권에 거주한 사람 50%로 청약을 진행한다. 경기도는 경기도 50%, 서울+인천 50%, 인천은 인천광역시 50%, 서울+경기 50%로 배정했다. 이런 구조로 인해 경기나 인천에 거주하는 다자녀가구 실수요자는 서울로 더욱 몰리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경기, 인천에서 분양하는 단지에서는 속속히 미달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경인지역과 다르게 서울의 다자녀가구 특공은 높은 경쟁률을 자랑한다. 강동구에서 분양한 ‘고덕강일제일풍경채’는 다자녀가구 특공에 59가구를 배정했는데, 1122명이 몰려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21가구를 모집하는 유형에는 서울 거주민 317명과 경기, 인천 거주민 319명이 몰렸다. 반면 경기도 포천시에서 분양한 ‘포천 리버포레 세영리첼’은 다자녀 유형 43가구를 모집했지만, 단 한 명의 청약자만 있었다.
전용면적이 너무 작아
청약 가능한 가구도 적어
다자녀가구 특공으로 제공하는 주택의 크기가 가족 구성원 수를 고려하지 않은 채 턱없이 작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부모와 다자녀 기준은 3명의 자녀를 합하면 최소 5명의 가족이 거주할 것인데, 통상 제공되는 59㎡나 84㎡는 작은 면적이다. 전용면적 84㎡는 대게 3개의 방은 갖는데, 자녀가 성장해서 프라이버시가 필요한 나이가 된다면 생활에 더욱 불편을 겪을 구조다.
실제로 경기도 화성시에서 분양한 ‘봉담자이 프라이드시티’의 다자녀가구 특공에서 이런 양상이 나타났다. 전용면적 59㎡에서 47가구를 모집했지만 3명이 지원했고, 84㎡에선 56가구를 모집했지만 58명이 지원했다. 실수요자 조건에 맞는 주택 크기가 제공돼야 서울이 아니더라도 청약하려는 것이다.
또한, 다자녀가구 유형으로 청약할 수 있는 가족 유형 자체가 적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가족 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다자녀가구에 많은 주택을 배정했다고 지적했다. 인구 통계에 의하면 3자녀 이상의 가구는 전체 중 10% 밖에 안 된다. 그런데도 다자녀가구의 눈이 서울로만 향하기 때문에 경기, 인천 지역에 미달이 속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