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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박상완의 드라마 공작소

양육과 훈육 사이에서 멍드는 사회

by웹진 <문화 다>

조현탁 연출, 유현미 극본의 'sky 캐슬'(2018)


JTBC의 'sky 캐슬'(유현미 극본, 조현탁 연출)이 심상치 않다. 방송 시작 3주 만에 두 자릿수에 가까워진 시청률이 보여주듯 이 작품의 인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다.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선보인 신작들이 실망감만 안겨 2018년도 이렇게 막을 내리나 싶었던 찰나 방송된 'sky 캐슬'은 그래서 가뭄의 단비처럼 느껴지는 작품이다. 전작 <즐거운 나의 집>, <각시탈>, <골든 크로스> 등에서 선보였던 유현미 작가의 날선 비판의식은 사교육 광풍이 부는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대한민국 상위 1% 상류층들이 그들만의 성을 짓고 사는 ‘스카이 캐슬’. 그곳은 부모가 지닌 부와 지위를 온전히 물려받는 것이 지상과제인 곳이다. 이 유일한 목표를 위해 스카이 캐슬의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사교육이다. 부모의 모든 것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이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다.

 

양육과 훈육 사이에서 멍드는 사회

'sky 캐슬'에서 그려내는 대입 사교육은 우리가 풍문으로는 들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정말로 저러겠어,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극렬하다. 스카이 캐슬에서도 가장 훌륭한 엄마라는 평가를 받는 주인공 한서진(염정아 분)을 보자. 그녀는 고등학생 딸과 중학생 딸의 스케줄을 24시간 관리한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두 딸을 고급 승용차로 픽업을 해 학원에 데려다주고, 지문인식시스템을 통해 자녀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분 단위로 파악한다. 자녀들이 학원에서 공부하는 사이에도 그녀는 쉬지 않는다. 다른 학부모를 만나 입시정보를 얻고 최고의 사교육 전문가를 찾아다닌다. 그뿐만이 아니다. 늦은 시간 집에 온 자녀들을 위해 정신과 육체건강에 도움이 되는 간식을 준비하고, 학습효율을 위해 집안의 온도부터 습도, 심지어는 조도까지도 섬세하게 조율한다. 이쯤 되면 한서진의 자녀가 부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른 것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고 오직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그 공부가 자신이 원하는 것일 경우에만 한해서. 혹자는 'sky 캐슬'을 두고 강남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교육 현실을 지금까지의 텔레비전드라마보다는 그나마 사실적으로 그렸지만 현실은 이보다 더하다고도 말한다. 아마도 이 작품이 일으키고 있는 반향도 그래서일 것이다. 엄연히 존재하지만 지금껏 쉬쉬해왔던 현실을 돌직구처럼 파고드는 것.


흔히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그래서 왜 이런 교육 현실이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한 마디로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교육 광풍의 이유를 꼽으라면 공교육의 붕괴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교사가 수업시간에 인터넷 강의만 틀어주는 에피소드에서도 그려지듯이 'sky 캐슬' 또한 공교육에 대한 불신의 시선을 견지한다. 대학 진학이 필수가 되고, 명문대 입학이 신분 상승내지 신분 유지의 기본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공교육만으로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으니 사교육을 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한서진의 말 또한 공교육에 대한 현실인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대목이다.

양육과 훈육 사이에서 멍드는 사회

필자 역시 옛날 사람이고, 교과서와 EBS 교재만으로 수능을 준비한 입장이기 때문에 요즘 입시 현실이 어떤지는 잘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소위 명문대와 그렇지 않은 대학의 학생은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서울대 학생들은 머리가 좋아 암기력은 좋지만 창의력은 떨어진다는, 반대로 명문대가 아닌 학생들이라 하더라도 창의력이 있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다르다. 'sky 캐슬'에서 그려지듯이 암기와 응용, 발표와 토론, 심지어 포트폴리오와 논문까지도 사교육을 통해 경험한 명문대생은 모든 면에서 다른 학생들보다 월등하다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입장에서 명문대생은 유스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를 받고 훈련한 프로 선수 같은 느낌이라면, 다른 학생들은 다듬어지지 않은 아마추어 선수 같다는 느낌을 종종 받곤 한다. 명문대를 가지 못한 학생들이 루저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진실, 대학 이후의 삶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고 노력 여하에 따라 인생의 방향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공교육을 불신하고 내 자식의 인생은 내가 책임진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사교육은 활성화된다. 그리고 그 주체는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아니라 훈육하는 부모들이다. 양육과 훈육은 자녀를 대하는 부모의 관점을 보면 쉽게 구별된다. 스카이 캐슬의 부모들은 자녀가 자신의 뒤를 이어 명문대에 진학하고 스카이 캐슬에 연착하기를 바란다. 그 속내는 조금씩 다르지만 원리는 똑같다. 신분 세탁을 한 한서진처럼 엄마들은 자식들이 나보다 나은 삶을 살기 바라는 욕망이 있고, 차 교수를 위시한 아빠들은 자식을 통해 자신의 꿈을 대신 이루고픈 욕망이 있다. 이런 부모들의 공통점은 자녀들의 뜻은 무시한 채 오직 자신의 욕망만을 투사한다는 것이고, 그것이 곧 훈육이다. 그래서 훈육은 아무리 아름다운 말로 포장해도 사랑이 아니다. 한서진의 둘째딸이 편의점 절도와 관련해 분노하는 것은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자신을 위해서라는 엄마의 말이 사실은 사육이라는 것을 사춘기 소녀는 눈치 챈다. 아무리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맛있는 먹이를 준다 하더라도 동물원의 본질이 사육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듯 말이다.


이런 현실에서 이수임(이태란 분)은 한서진과의 극적 갈등을 위해 정반대로 설정될 수밖에 없는 인물이지만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녀는 의사 남편을 두었다는 점을 빼면 현실의 관점에서 높게 평가될 만한 것이 전무하다. 동화작가지만 수년째 작품 활동을 안 하는 사실상의 전업주부. 그녀가 당당하게 자신의 교육관을 어필할 수 있는 것도 결국은 아들이 공부를 잘하기 때문은 아닐까? 다시 말하지만 내신을 포함한 학생부 평가까지도 이미 사교육이 담당하고 있는 현실이고, 자유방임주의로는 이것이 충족되기 어려워졌다. 이수임이 어떤 행보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그런 엄마와 자녀라는 존재 자체가 한국사회가 바라는 판타지일 수 있다.

양육과 훈육 사이에서 멍드는 사회

다시 훈육의 이야기로 돌아와, 결국 문제의 근원은 교육 자체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세계인식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왜 한국사회의 부모들은 자녀에게 욕망을 투사하는가. 어쩌면 양극화가 고착된 사회에서 스스로의 실패를 인정하기 싫어 자녀에게 헛된 꿈을 주입하는 것은 아닐까? 부모들이 살았던 시대와 자녀들이 살고 살아갈 시대는 달라졌다. 공부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삶의 목표, 행복의 의미, 가치의 추구 등 한국사회에서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논점 자체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스카이 캐슬의 사람들이 진짜 상류층은 아니라는 사실은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유력 정치인의 자녀, 재벌 후계자와 같은 로열패밀리는 명문대 진학에 목을 매지 않는다. 혈통 자체가 권력이고 그것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스카이 캐슬의 사람들은 나름대로 노력해서 어느 정도의 위치까지 올라온, 하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언제든 추락할 위험이 있는 중간자들이다. 이들이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불안감이 자녀를 향한 욕망으로 전이되고 훈육으로 나타났다고 할 때, 이들은 현실의 평범한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얼마 전 교사가 자녀의 성적을 위해 답안지를 유출한 정황이 포착되어 수사가 진행 중이다. 부모가 자식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 사랑이 호도되어 훈육이 성행하게 되면 사회의 앞날은 더욱 어두워진다. 'sky 캐슬'은 첫 회를 통해 훈육이 가져올 비극을 이미 보여주었다. 그 어떤 부모도 자식보다 오래 살지 못한다. 진정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라면 자식들이 하나의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도록 권리를 돌려줘야 할 것이다.

 별점

 대중성

 ★★★★☆ 9 

 평균

 최종 별점

 예술성

 ★★★★ 8

8.5

9.0


박상완(드라마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