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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내 명품백 휴지조각된 썰 푼다

by사월

제가 버킨을 샀는데 버킨이 아니래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으시겠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다름 아닌 NFT 때문인데요. 도대체 NFT가 뭐길래 여기저기서 이렇게 난리일까? 싶으신 분들을 위해서 준비한 오늘의 이슈는 NFT와 예술계의 이야기입니다. 

에르메스 "메타버킨스는 버킨이 아니야!"

(오픈시에 올라와 있는 메타버킨스들, 출처 = 오픈시 홈페이지)

명품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에르메스, 그리고 그런 에르메스의 시그니처 상품인 ‘버킨백’은 비싼 가격과 특정 사람들에게만 판매하는 ‘스페셜리티 가방’으로 일종의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제품입니다. 기본 모델의 가격도 1500만 원이 호가하는 이 가방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많은 셀러브리티들이 사랑하는 가방으로 유명하죠. 

문제는 오픈시(OpenSea)라는 세계 최대 NFT 거래소를 중심으로 벌어졌습니다. 메이슨 로스차일드라는 이름의 작가가 ‘메타버킨스’라는 이름의 작품을 올린 것인데요. 버킨백의 디지털 그림 파일에 원하는 소재나 그림 같은 것을 입혀서 판매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 NFT에 열광했고, 실제로 우리나라 돈으로 약 1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버킨백이 판매사인 에르메스는 메타버킨스를 거세게 비판하며 공식적으로 불쾌함을 표명했는데요. 기본적으로 장인의 수공예 정신으로 만든 수제품을 기반으로 하는 에르메스는 메타버킨스가 자신들의 상표권과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비난하고 나선 것인데요. 제작에 동의한 적도 없다고 본격적인 나서는 것으로 보아 한동안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NFT, 정체를 밝혀라!

그렇다면 도대체 NFT가 뭐길래 여기저기서 이렇게 시끄러운 걸까요? NFT는 Non-Fungible Token의 약자로, 한국어로 번역하면 대체 불가능한 토큰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체 불가능은 알겠는데 토큰은 또 뭐야? 하는 의문이 생기실 것을 대비해 준비했습니다. 토큰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암호화폐들을 말하는 건데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비트코인 같은 걸 생각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NFT는 이런 토큰에 고유한 성격을 부여한 것인데요. 일종의 인식 값이죠. 기존의 가장 자산들과는 달리 디지털 자산 자체에 부여되는 것이라 위조와 변조가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대체불가능한 토큰’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랍니다.

그렇다면 이걸 어떤 식으로 활용한다는 걸까요? 미술품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NFT로 원본을 확인할 수 있게 된 디지털 작품을 샀다고 합시다. 디지털 작품에 진품을 NFT가 인증하기 때문에 희소가치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죠. 일반 미술품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가치나 작품의 가치가 올라가면 원본을 확인해 시세 차익을 누릴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한 그래픽 디자이너가 NFT를 활용해 9달 사이 2억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답니다.

가능성은 무궁무진, 과연 좋기만 할까?

(당시 NFT화 작품 중 하나로 거론되었던 이중섭 황소, 사진 제공 = 워너비인터내셔널)

지금 NFT의 성장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입니다. 2021년 한해 우리 돈으로 14조가 넘는 거래액을 올렸습니다. 이 수치는 2020년 대비 약 170배 증가한 것으로, 한 해 동안의 성장세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죠. 하지만 이런 성장에는 늘 그림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NFT 성장을 따라잡지 못한 규제들은 여기저기서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데요. 앞서 살펴본 에르메스 사태와 같은 저작권 문제가 대표적입니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 적 있는데요. 지난 6월 한 경매 기획사에서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작가의 그림을 NFT로 판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거론된 작가들 모두 국내 최정상 그림가를 자랑하는 작가들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작가의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재단과 유족 측에서 거세게 반발하면서 이 일을 무산되었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저작권 협의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NFT 거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더해졌습니다.

기회와 버블 사이에서

(박서보 SNS 전문, 출처 = 박서보 인스타그램(@parkseobo))

투자 전문가들은 NFT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아직은 조금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관련 규제도 마련되어 있지 않고, NFT의 법적 지위조차 아직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미술계의 새로운 기대주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미술뿐만 아니라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에서 활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NFT를 활용하여 미술계로 등용하는 신진 작가들은 NFT 미술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현업 작가들의 경우 NFT로 자신의 그림이 거래되는 것에 부정적인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단색화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박서보 화백은 공식 SNS를 통해 “누구도 내 작품 이미지를 NFT라는 이름의 상업적 용도로 사용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밝혀왔습니다.

NFT는 지금 기회와 위기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서있습니다. 국회 등 관계 부처에서는 기술의 가능성과 발전 가능성을 고려해 규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과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 조금 더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