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자고 보는 걸, 왜 ‘엄근진’이냐고? 믿지 못할 역사, 웃지 못할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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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방송 화면 캡처

역사를 다룬 방송 프로그램들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식 예능을 표방한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는 잇단 오류 지적에 결국 설민석 강사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주말극 ‘철인왕후’도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상상력을 가미한 창작의 영역은 보장해야 하지만, 역사적 내용 전달을 목적으로 한다면 더 정교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스터와 함께 쉽게 세계사를 배운다는 기획으로 출발한 ‘벌거벗은 세계사’는 지난 19일 2회 ‘이집트 편’ 방송 후 상당 부분 내용이 틀리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설 강사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R&B 음악 장르의 역사를 다룬 강의까지 도마에 올랐고, 이어 석사 논문 표절 의혹까지 불거졌다.


결국 설 강사는 2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다른 논문들을 참고하는 과정에서 인용과 각주 표기를 소홀히 하였음을 인정한다”며 “책임을 통감하여 앞으로 출연 중인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겠다”고 밝혔다. 설 강사는 MBC ‘선을 넘는 녀석들’에도 출연 중이어서 방송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벌거벗은 세계사’는 논란 후 주제별 자문위원을 늘리는 등 검증을 강화했다. 그러나 지식 전달이 목표인 만큼 사전 확인이 보다 면밀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장은 SNS를 통해 오류를 짚으면서 “역사적 사실과 풍문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역사 이야기를 할 때 관심을 끌기에 분명히 좋은 전략이지만, 하고자 하는 것이 ‘역사 이야기’라면 사실과 풍문을 분명하게 구분해 언급해 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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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판타지 사극 ‘철인왕후’는 지난 13일 2회 방영 직후 조선 시대를 비하했다는 논란에 시달렸다. 2020년 한국의 ‘난봉꾼’ 남성 장봉환의 혼이 갑작스런 사고로 철종의 비가 될 김소용의 몸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시간이동(타임슬립)물로, 실존 인물에 대한 묘사와 대사가 문제가 됐다. “조선왕조실록 한낱 찌라시네”라는 김소용의 대사가 실록을 비하하고, 신정왕후 조씨를 미신을 믿는 인물로 그려 희화화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논란 후 해당 부분을 삭제하고 극 중 풍양 조씨 등 세도가의 이름을 수정했다.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과 “드라마를 본다고 (역사적 사실을) 잘못 판단하진 않는다”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드라마는 6회 만에 시청률 11.8%(닐슨코리아 기준)로 상승세다. 망가짐을 불사하며 캐릭터 변신을 한 신혜선, 김정현 등 배우들의 호연과 코미디로서의 재미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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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철인왕후’. tvN 제공

그럼에도 실존 인물을 활용하면서 고증 논란을 고려하지 못한 점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다. “유약하기로 소문났던 철종이 파동을 일으킨다면 조선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을까 해서 모티브로 삼았다”는 것이 제작진 의도지만, 되레 판타지에 몰입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최근 트렌드는 역사적 사실을 잘 살린 사극보다 배경만 가져온 로맨스나 판타지물로 정통 사극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며 “‘철인왕후’가 가상의 왕을 세웠다면 오히려 상상력을 더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역사를 단순 설정이 아닌 기록으로 다루면 드라마라 하더라도 역사적 맥락을 중심으로 해석해야 하고, 교양 프로그램은 교육 목적을 갖는 만큼 더 정확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2020.12.3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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