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을 꿈꾸는 사람들과의 Q&A
귀농은 단순한 로망이 아니다. 작물 선택부터 마을 관계, 텃세까지 — 청양에서 6년째 살아가는 90년대생 귀농 부부가 전하는 현실 조언과 생생한 Q&A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 지난달 귀농 강의를 통해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여러 질문도 받았다. /청양=박우주 |
8월 말에 서울에서 귀농 강의를 하고 왔다. 평소에 해왔던 2~3시간 강의는 아니어서 부담 없이 나의 귀농 스토리를 요약·발표하고 왔다. 현장에서 여러 질문을 받았고, 강의가 끝나고 개인적으로 질문을 해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시사위크의 ‘MZ부부의 청양 귀농 실전노트’ 연재를 통해 더 많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고 알려줬는데, 연재를 본 뒤에도 궁금한 게 있다는 연락이 오기도 했다.
이번 강의는 청년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중장년층이 주된 대상이었다. 그분들이 궁금해 했던 것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몇 가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특수작물을 해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귀농에서 가장 중요한 게 지역과 작물이다. 나는 작물 추천은 하지 않지만, 지역 특산물을 하라는 조언은 꼭 해준다. 판로나 교육 등이 잘 갖춰져 있어 귀농 초기에 어려움이 덜하기 때문이다.
반면, 처음부터 특수작물을 하는 건 난 반대다. 예전에 청양에서도 아스파라거스 작목반을 만들어 교육도 하고 재배도 하게 했다. 그런데 지금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면 별다른 발전 소식이 없다. 물론 공부를 정말 많이 하고, 소규모가 아닌 대규모로 몇 억씩 들여서 시설을 만들고, 판로까지 다 확보해둔 상태로 시작한다면 다를 거다. 하지만 소규모로 시작해 개척해나가면서 특수작물을 하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크다.
처음에는 특산물 위주로 하면서 농업을 익히고 판로도 개척해본 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특수작물을 시도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농업을 하면 하루 종일 일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 연재를 통해서도 자주 언급했던 ‘반농부’ 이야기를 하니 사람들은 무척 궁금해 하며 관심을 가졌다. “아니, 농사를 지으면서 어떻게 다른 일을 해요?”라며 깜짝 놀라 물었다.
농업으로 365일 수익을 낼 수 있는 큰 농장을 운영하는 대농은 농업에만 전념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소농은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일반적으로 농업에 대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농한기인 겨울을 제외한 봄·여름·가을은 밖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거다. 아니다. 내가 아는 분을 예로 들면, 농사를 4,000평 이상 지으며 공무원 일도 겸하고 있다.
공무원은 다른 직업을 겸할 수 없지만 농업은 가능하다. 4,000평 넘게 농사를 지으며 공무원 일까지 하는 게 가능할까 싶겠지만, 농사에는 각각의 시기가 있다. 심는 시기, 관리하는 시기, 약을 치는 시기, 수확하는 시기 등인데 이러한 시기만 잘 맞추고, 돈을 주고 일꾼을 부르면 충분히 농사가 가능하다.
물론 어떤 작물인지도 중요하고,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 계획이 있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어느 정도 갖춰지고 나면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나 역시 6년 정도 농업을 하다 보니 노하우가 쌓여서 아내 없이 혼자서도 하우스 4동의 구기자를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참고로 내가 반농부를 생각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분의 삶을 3년 이상 지켜보며 느꼈기 때문이다. 일과 농업을 병행하는데, 심지어 농사도 잘 짓고 돈도 많이 버는걸 보면서 굳이 농사를 크게 짓는 것보단 다방면으로 수익을 내는 게 리스크가 적겠다고 생각했다.
“귀농을 해보고 싶은데 텃세가 걱정이에요”
가장 많은 질문이 나온 건 다름 아닌 ‘텃세’에 대한 걱정이었다. 귀농에 관심 있는 분들이 가장 먼저, 또 쉽게 접하게 되는 게 유튜브다. 그런데 유튜브는 자극적이거나 화제가 될 만한 내용이 많다 보니 텃세 관련 영상들을 접하고 지레 겁을 먹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시골이든 도시든 이상한 사람들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반대로 좋은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답했다. 또 우리는 처음 시골에 왔을 때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특히 이장님을 잘 만나서 이렇게 귀농생활을 계속 할 수 있었다고 말해줬다. 실세를 잘 파악해서 그 사람에게 잘하라는 팁도 빼놓지 않았다.
참고로 우리는 처음 귀농해 3년 정도 살다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했는데, 이곳 이장님은 우리에게 특별히 관심도 없고, 텃세라고 할 것도 없어 편하다.
텃세 문제에 대해선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볼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시골엔 도시와는 달리 이런 저런 공지사항들이 있다. 국가 정책이나 보조 사업, 각종 지원 등이다. 이장님하고 친하면, 아무래도 이런 정보를 얻는 게 수월하다. 우리는 이장님과 왕래가 없다보니 알아서 찾아야 한다. 그래도 연초나 그때그때 면사무소에 가면 책자 또는 안내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큰 어려움은 없다.
최근엔 몇 년 전부터 매년 벌레기피제를 마을 전체에 나눠줘 왔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에겐 알려주지 않았던 거라 뒤늦게 알았고, 전화해서 받아왔다. 어쩌면 이런 것들도 텃세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우리가 그들의 마을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서운함은 없다.
마을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지내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우리도 처음 귀농했던 마을에선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며 시골문화에 녹아들었었다. 그때는 마을발전기금과 이장세, 반장세도 다 냈고 일 년에 1~2번 마을 예초기 돌리기나 상수도 물통 들어가서 청소하기, 마을 행사 및 잔치 일손돕기 등을 다했다. 마을 분들이 우리에게 너무 잘해주셨기 때문에 마음에서 우러나와 했던 일이다.
한편으론, 텃세와 관련해 이런 생각도 든다. 세상이 변한 만큼, 관련 제도를 새롭게 고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시골에서 이장의 역할은 꼭 필요하다. 마을이나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여러 사람들, 특히 초보 귀농인에게 멘토가 돼주는 사람들의 역할도 무척 중요하다. 문제는 그것이 일종의 ‘권력’이 되는 거다.
그렇다면, 이런 역할들을 ‘일자리’로 전환시키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 필요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게 하면서 그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는 거다. 그러면 일자리도 창출되고, 텃세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고, 꼭 필요한 서비스들이 보다 확실하게 제공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또한 지금 우리 사회는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다. 시골은 더욱 그렇다. 이 방안은 이장 등의 공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도 막을 수 있다.
얼마 전 한 마을에서 누군가 돌아가신 걸 몇 년 동안 모르고 있었다는 뉴스를 봤다. 마을 이장이 몇 년째 공석이라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앞으로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지속 및 가속화하면 이런 일이 더 많아질 수 있다.
청양=박우주 sisaweek_cy@naver.com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