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이즈 킬링 잇!”… ‘케데헌’ 황금 혼문 완성한 이재의 ‘K’ 자부심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골든’으로 글로벌 차트를 휩쓴 작곡가 이재(EJAE)가 내한했다. 한국적 감성을 전 세계에 전한 그는 “K-콘텐츠는 이제 세계 중심”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한국을 찾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작곡가 겸 가수 이재가 벅찬 소감을 전했다. / 넷플릭스

한국을 찾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작곡가 겸 가수 이재가 벅찬 소감을 전했다. / 넷플릭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 ‘골든(Golden)’으로 ‘황금 혼문’을 완성한 작곡가 겸 가수 이재(EJAE)가 한국을 찾았다. 한국적 감성과 언어를 음악 안에 녹여내며 전 세계를 뒤흔든 그는 케이팝과 한국 문화를 향한 확신과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재는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내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과 만났다. 밝은 미소와 에너지로 현장을 물들이며 흥행 소감부터 작업 비하인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국 문화에 대한 진솔한 생각도 전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케이팝 슈퍼스타인 루미·미라·조이가 화려한 무대 뒤 세상을 지키는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은 액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몬스터 호텔’ 등을 만든 미국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을 맡은 작품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를 만났다. 연출은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과 크리스 아펠한스 감독이 맡았다.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팝과 케이팝 가수를 소재로 오컬트와 액션을 더해 신선한 이야기를 완성한 영화는 한국적 정서와 요소를 디테일하게 녹여내 다채로운 볼거리를 완성하며 글로벌 시청자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공개 후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 리스트 영어 영화 부문에 빠짐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물론, 역대 넷플릭스 영화 흥행 1위에 등극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역시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특히 메인 곡인 ‘골든’은 8주 연속 미국 빌보드 ‘핫 100’ 1위라는 기록까지 달성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누구나 공감할 희망적 가사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 노미네이트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그 중심엔 작곡가 겸 가수 이재가 있다. ‘골든’을 포함,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작사 및 작곡에 참여했고 주인공 루미의 노래 가창까지 맡아 전 세계를 매료했다. 트와이스·레드벨벳·에스파 등 그동안 수많은 K팝 아티스트들의 곡을 작업하며 쌓아온 경험과 내공을 고스란히 녹여낸 결과물로 신드롬을 이끌었다. 뜨거운 관심 속 한국을 찾은 그는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다”며 “낯설고 신기하다.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 넷플릭스

전 세계를 사로잡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 넷플릭스

-뜨거운 인기를 실감하나. 소감은.

“실감이 안난다, 아직도. 계속 일정이 바빠서 소화할 시간이 없다. 기쁘다. 감사한 마음밖에 없다. 2개월 전에는 그냥 작곡가였는데 갑자기 사랑해 주시고 관심을 많이 주시니까 되게 낯설고 신기하다.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케데헌’의 큰 성공 이후 한국에 돌아온 기분은 어떤가.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케데헌’을 하고 싶었던 이유가 한국 문화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애니메이션 하면 중국이나 일본 게 많았다. 어릴 때는 항상 ‘일본? 중국?’ 이러면서 한국이 어딘지도 몰랐다. 그게 너무 화가 나서 한국어도 열심히 연습하고 아이돌도 하고 싶고 그랬다. 열심히 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니 정말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이다. 가족들도 정말 좋아한다. 벨소리가 다 ‘골든’이다.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웃음)”

-8주 연속 미국 빌보드 ‘핫 100’ 1위도 달성했는데 애니메이션 영화 OST로는 최초다. 이에 대한 소감은. 그래미 수상에 대한 기대감은. 

“실감이 진짜 안 난다. 말도 안 된다. 너무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밖에 없다. 열심히 한 만큼 보람이 있구나 싶다. (그래미상) 너무 받고 싶지. (받게 된다면) 그냥 계속 울 것 같다. ‘엄마 아빠, 나 해냈어, 한국 여러분 사랑합니다, 고 코리아!’라고 수상 소감을 하지 않을까.(웃음)”

-‘골든’이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선 멜로디컬한 곡이 요즘 별로 없는 것 같고 세계적으로 또 많은 일들이 생겼잖나. 이러한 상황에서 희망적인 가사와 멜로디가 힐링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나도 그랬거든. 작업 당시 나도 조금 힘든 시기라 희망적인 노래가 내게도 필요했던 것 같다. 모두에게 필요한 노래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OST 중 흥행을 예상한 곡이 있다면.

“‘골든’이었다. ‘골든’과 ‘소다팝’. 우리 역시 ‘소다팝’을 좋아했다. ‘골든’은 마지막으로 만든 노래였다. 마무리했을 때 동료와 ‘이거 히트될 것 같은데?’ 했다. 음악감독님에게 보내고 나서도 바로 답장이 왔고 다들 좋아했다. 매기 강 감독님도 노래를 듣고 울었다고 하더라. 다 같이 느꼈던 것 같다.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지만 우리에게도 히트곡이었다.”

-‘골든’은 웬만한 가창 실력이 있지 않고서는 소화하기 힘든 곡이다. 고음으로 어렵게 만든 이유가 있나. 

“그러게. 왜 그랬을까.(웃음) 녹음할 때 코러스를 해주는 분들도 처음에 듣고는 ‘어떡해’ 하더라. 매기 강 감독님이 요청한 부분이다. 스토리에 맞게 현실적이지 않은 고음을 넣으라고 했다. 루미는 혼문을 닫아야 하잖나. 그의 간절한 마음과 자신을 압박하면서 올라가는 게 표현돼야 해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들었다. 실제 내 범위보다도 더 높게 했다. 이 곡을 하면서 나도 나의 음역대를 찾았다. 내 범위가 아닌데 더 압박하는 챌린지를 나 역시 했다. 간절함도 느껴지면서 루미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다가 결국 해내는 그걸 표현하고자 했다.” 

-작사할 때 한국어 가사를 넣은 의도가 있다면.

“‘케데헌’은 한국 문화를 보여주는 게 중요한 거라서 나뿐 아니라 감독님, 스튜디오 모두 ‘한국어는 무조건 넣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후렴에도 넣는 게 중요했다. 거의 후렴만 알잖나. 미국 싱어롱 상영에 가면 한국인 아닌 모든 사람들이 ‘영원히 깨질 수 없는~’을 불러주니까 너무 좋더라. 정말 자랑스러웠다.”

-‘골든’을 작업하면서 떠올린 한국 가수가 있나. 또 앞으로 협업하고 싶은 케이팝 가수가 있다면. 

“작업하면서는 루미를 생각했기 때문에 특정 가수를 떠올리진 않았는데 지금은 에일리가 생각난다. 정말 잘하잖나.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가수는) 너무 많다. 우선 에스파와 같이 작업하고 싶다. 잘 어울릴 것 같다. BTS도 너무 좋다. 정말 영광이지. 특히 정국이 정말 노래를 잘하니까 영광이고 재밌을 것 같다.” 

-루미에게 공감을 많이 했다고. 

“우선 일을 많이 하고 완벽주의라는 점이 나와 비슷하고 나도 연습생 시절을 보냈다. 그때 힘들었던 게 나의 단점을 계속 가리려고 했던 거다. 특히 목소리가 콤플렉스였다. 여성스럽지 않고 낮아서 지적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있다. 트렌드가 달라지잖나. 당시에는 깨끗한 목소리가 트렌드라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리고 싶었다. 단점을 가리려고 하는 지점이 너무 공감됐다. 거기에 꿈을 이루고 싶어하는 마음, 열심히 하고 싶어 하는 마음에 공감이 많이 됐다.”

작업 비하인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 이재. / 넷플릭스

작업 비하인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 이재. / 넷플릭스

-사자보이즈도 많은 케이팝 보이그룹을 떠올리게 했다. 어떤 특징들을 참고했나. 

“H.O.T.와 동방신기를 진짜 좋아했는데 보이그룹들을 보면 항상 처음엔 발랄하게 나오다가 갑자기 섹시한 콘셉트로 바뀌잖나. 매기 강 감독님도 그런 걸 원했다. ‘전사의 후예’처럼 어두운 느낌? 또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면을 본 걸 많이 넣었다. 아이돌 생활이 다 화려해 보이지만 어두운 면도 있잖나. 또 팬들이 너무 아이돌만 바라보면 무서울 수도 있다. 위험한 느낌 같은 것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멋있지만 약간 이상하고 무섭고 그런 느낌을 일부러 주고자 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10년 이상 연습생 생활을 했다고. 당시 데뷔하지 못한 것에 대한 좌절, 상처도 있었을 것 같고 그때의 경험이 지금을 만드는 데 영향을 줬을 것도 같다. 돌아보면 어떤가. 

“제일 많이 느낀 건 모든 게 다 이유가 있다는 거다. 연습생을 오래 했고 어린 나이라 떨어지고 나서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상처도 받고 고생할 때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걸 어떻게 넘어서느냐가 더 중요하다. 거절당하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SM의 이유도 이해됐고 때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성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다시 하면 되지’라는 마음도 컸다. 엄마가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을 항상 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자꾸 해야 스스로 설득할 수 있다는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 그때 계속 비트를 만들었다. 당시 연희동에 살았는데 홍대까지 걸어가서 카페에서 12시간 동안 비트만 만들었다. 그렇게 표현하니 마음이 좋았다. 그렇게 나를 찾은 것 같다.” 

-원로배우 신영균의 외손녀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외할아버지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나. 

“노래도 확실히 연기라고 느낀다. 100% 몰입해야 듣는 사람도 믿게 되거든. 할아버지도 어릴 때부터 ‘노래하는 것도 연기다, 그것이 항상 중요하고 가사에 몰입하라’고 하셨다. 할아버지도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열심히 해서 그 자리에 오르게 되신 거다. 그런 점에서 정말 큰 영감을 받았다. 항상 할아버지가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 지금도 ‘잘했어, 더 열심히 해’라고 하신다.” 

-케이팝에 대한 관심과 위상을 어떻게 체감하고 있나.

“케이팝뿐 아니라 ‘케이(K)’가 들어간 모든 것이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고 되게 사랑받고 있다. 한국 사람으로서 정말 자랑스럽다. 어디 가서 ‘나 코리안이야~’라고 하면 ‘오! 코리아!’라고 한다. ‘코리아 이즈 킬링 잇!(Korea is killing it!, 한국이 완전히 대세야!)’이라고 이야기한다. 정말 멋지다. 열심히 하는 한국 사람들의 모습이 멋있고 자랑스럽다.”

-케이팝이 앞으로 더 발전하려면 어떤 부분을 강화해야 할까. 

“케이팝도 팝 쪽으로 많이 가는 느낌이 들긴 하다. 영어 가사가 많고. 이해는 간다. 다만 중요한 것은 한국어가 너무 아름다운 언어라는 거다. 케이팝이면 ‘케이’잖아. 한국어도 있어야 한다. 영어와 한국어를 잘 섞일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가사를 쓸 때 그런 걸 더 생각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너무 팝 쪽으로 가려고 하는 게 아니라 한국의 문화를 보여주는 것, 한국에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한국은 예쁘고 아름답고 문화도 너무 개성이 있기 때문에 계속 한국 사람처럼, 뭘 하든 한국스럽게 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이후 활동 계획은.

“계속 작곡가로서 성장하고 싶고 케이팝뿐 아니라 미국 음악을 연결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아티스트로서의 곡도 만들 거다. 나는 내가 아티스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너무 사랑을 주시고 ‘이재 노래를 듣고 싶다’고 하니까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들어간 노래라면 내가 부르는 게 맞는 것 같더라. 작곡가니까 노래는 많거든. 나한테 제일 와닿는 노래들은 내가 부르고 싶다. ‘골든’ 같은 노래를 하나 더 드리고 싶었고 그중 하나가 ‘인 어나더 워드(In Another Word)’다. 산책하면서 생각하고 있을 때 듣기 좋은 노래일 거다.”

-끝으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르는데 나를 응원해 준다는 건 정말 아름다운 경험이다. 메시지가 엄청 왔고 나도 너무 감사해서 다 답했다. ‘꽃길만 가라’면서 악플이 있어도 보호해 주고 ‘이제는 이재의 시간’이라고 하는 것도 정말 재밌고 좋았다. 보면서 눈물이 났다.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도 들고. 내게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해주기 때문에 나도 그들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한국에도 또 오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올해가 가기 전에 다시 올 예정이다. 스케줄이 장난 아닌데 ‘케데헌’이 한국에 대한 영화니까 최대한 찾아뵙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다시 방문할 예정이다. 최선을 다하겠다.”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2025.10.2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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