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개하다” 비판에도 매년 고래사냥 축제 개최하는 충격적인 나라
과거의 무분별한 고래사냥으로 현재 고래는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동물입니다. 이에 여러 국가에서는 멸종을 막기 위해 고래사냥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죠. 유럽의 야생생물과 자연서식지 보전에 관한 ‘베른협약’에서도 대서양 들쇠고래를 엄격한 보호종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까지도 하루에 수백 마리의 고래가 무참하게 도살당하는 유럽 국가가 있어 논란이 되었습니다. 과연 어떤 곳일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페로제도 돌고래 학살
매년 고래사냥이 어김없이 시작돼 몇백 마리의 고래와 돌고래가 잔혹하게 죽임을 당하는 나라는 화산 폭발로 인해 생긴 작은 섬 페로제도입니다. 덴마크 자치령 페로제도는 대서양 북부에 스코틀랜드와 아이슬란드 사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뾰족한 화산과 거대한 절벽, 길고 어두운 피오르드가 한데 모여 있어 마치 반지의 제왕의 한 장면과 같은 장관이 연출되는 곳이죠.
일 년 내내 고요한 이 마을의 사람들이 단 하루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가 있는데요. 바로 7, 8월 하루 날 잡아 열리는 ‘그린다드랍’(Grindadrap)이라고 부르는 페로제도의 고래사냥 축제날입니다. 전통이라는 명목으로 페로제도 뵈우르 해변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는 행사인데요. 이 행사로 인해 매년 희생되는 고래와 돌고래는 평균 수백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날이 되면 어선 몇 척이 고래 무리를 해안가로 몰아넣어 가둔 뒤 미리 준비해둔 칼과 작살로 도살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저기 고래의 비명 소리가 들리며 이때 흘러나온 피가 바다를 새빨갛게 물들이는 데 단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데요. 해변이 온통 붉게 물든 모습은 충격 그 자체이지만 정작 현지인들은 죄책감을 느끼거나 끔찍해하기보다 전통으로서 즐기는 모습이죠.
코로나에도 행사 개최
심지어 올해 코로나19 사태에도 행사가 예년처럼 열려 논란이 되었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이번 고래사냥은 취소될 수도 있었지만, 덴마크 당국이 승인하면서 정상적으로 개최되었는데요. 이날 페로제도 최남단 섬 수에우로위섬에 있는 흐발바 마을 앞바다에서 고래와 돌고래 총 300여 마리가 주민들에 의해 도살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페로 제도의 섬 주민들은 오랜 옛날부터 고래 고기를 식용으로 섭취해왔습니다. 작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 척박한 환경 때문에 현지인들은 예로부터 농사보다는 사냥에 집중할 수 없었고 따라서 고래고기는 이들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품이 되었는데요. 오늘날 사냥한 고래고기는 시장에서 팔리지 않으며 축제에 참여한 주민들에 의해 고기로 소비되고 나머지는 해변에 그대로 버려집니다.
규제되지 않은 이유
그렇다면 멸종을 막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고래사냥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오늘날까지도 페로제도의 고래사냥 축제가 규제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통문화 유지 측면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현지 주민들이 잡는 고래가 상업적 포경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즉 페로제도 주민들은 가정에서 먹기 위한 용도로만 고래사냥을 해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페로 제도 근해에서 잡히는 고래고기는 중금속에 심하게 오염되어 있어 섭취 시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습니다. 2015년 현재까지 페로 제도의 인구 중 5천 명 정도가 고래고기 속의 수은 때문에 앓고 있거나 사망했다는 발표도 나왔죠. 건강을 생각하자면 고래잡이를 중단해야 하지만 당장의 식량에 문제가 발생하기에 어쩔 수 없이 식용을 이어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사냥 중단 캠페인 열려
고래 사냥 과정의 잔혹성과 야만성 때문에 국제 해양생물 보호단체 시 셰퍼드(Sea Shepherd)를 비롯한 많은 환경·동물보호단체들은 오랫동안 페로제도 주민들에게 고래사냥을 중단할 것을 요구해왔습니다. 시 셰퍼드 측은 “동물을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도살 잔치”라면서 “그라인다드랍 축제의 금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매년 지속되고 있다”라고 비판했죠.
이에 페로제도 주민들은 오랫동안 이어져내려온 전통이라고 반발하며 동물보호단체들과 대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이 매년 잡는 길잡이 고래의 개체 수는 전체 길잡이 고래 개체 수의 0.1%를 조금 더 넘는 정도밖에 안 되기에 고래 개체 수에는 전혀 위협이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요. 페로제도 주민들과 동물단체들의 끝나지 않는 갑론을박, 이에 대한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