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 없어도 그냥 건너가세요” 영국에만 있는 얼룩무늬 기둥의 정체
영국은 ‘무단횡단의 천국’이라 불립니다. 신호와 횡단보도가 존재하나 그것을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죠. 반면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호를 준수하고 무단횡단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인데요.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교통사고 사망 보행자 비율이 영국은 25.0%, 한국은 39.9%로 한국이 무려 15%나 높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수치가 나올 수 있는 것일까요? 그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브라, 펠리컨 신호등만 2개인 영국
영국에는 두 종류의 보행자 신호등이 있습니다. 횡단보도의 종류에 따라 신호등이 달라지는데요. 교통량이 많은 곳에서는 Pelican Crossing이라 불리는 횡단보도와 우리가 흔히 아는 신호등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교통량이 적은 곳에는 Zebra Crossing이라 불리는 횡단보도와 국내와는 다른 모습의 신호등을 볼 수 있습니다.
초록 불이 들어오지 않는 신호등?
우리가 아는 모습을 띠고 있는 이 신호등은 기능 역시도 같습니다. 빨간 불과 초록 불로 보행 신호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죠.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신호등 아랫부분에 위치한 버튼을 누르면 보행 신호가 빨리 바뀐다는 것인데요. 주변에 차가 없는데 신호가 바뀌지 않을 때 사용하면 유용하게 쓰일 수 있죠.
대부분의 영국 사람은 신호가 바뀌지 않아도 차가 오지 않으면 신호를 무시하고 무단횡단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벌금을 물거나 경찰의 제재가 있지도 않죠. 영국은 도로가 좁고 차선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데요. 여기서 주의할 점은 무단횡단을 해서 사고가 날 경우, 보행자 과실이 100%라는 것입니다.
이 Pelican Crossing에는 ‘LOOK RIGHT’, ‘LOOK LEFT’ 등의 주의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영국 사람들이 신호를 잘 지키지 않기 때문에 ‘차가 오는지는 확인하고 건너라’라는 의미를 담고 있겠네요. 이 횡단보도에는 보통 도로 중앙선 지역에 보행자 대기 장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대기 장소에서 안전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건너라는 뜻이죠.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영국은 세계 최초로 횡단보도가 설치된 곳입니다. 전차가 다니던 시절,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전차를 통제하는 철도용 신호기를 설치했는데요. 이후 보행자들이 이 신호에 맞춰 길을 다니다 사고가 발생하며 도로에 줄을 긋기 시작했는데요. 이것이 바로 횡단보도의 시초입니다. 이후 간편한 식별을 위해 가로 선을 추가한 것이 지금의 Zebra Crossing이 된 것이죠. 단어 그대로 얼룩무늬를 가진 데서 이름이 유래되었습니다.
이 횡단보도에선 펠리컨 횡단보도와 다르게 ‘무조건 보행자 우선주의’인데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건너기 전 도로변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차는 무조건 멈추어야 합니다. 오토바이와 자전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죠. 보행자 신호가 따로 없어도 차도를 건널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데요. 이 횡단보도에는 주황빛을 내는 등과 얼룩무늬 기둥의 신호등이 있습니다. 밤에는 번쩍번쩍한 빛까지 나와서 보행자가 더욱 눈에 띌 수 있다고 합니다.
지브라 횡단보도는 교통량이 적은 곳에 설치되기도 하지만 학생들의 움직임이 잦은 학교 앞에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서죠. 그리고 관광객들이 붐비는 곳에도 설치는 하는데요. 이 역시도 지역이 낯설고 보행이 잦은 관광객들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함입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영국 외에도 미국과 독일, 그리고 호주에서도 두 형식의 신호체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영국에선 펠리컨 횡단 신호등 버튼을 누르면 보행 신호가 빨리 바뀌는 것이지만, 이 세 나라에서는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신호가 아예 바뀌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국내에서도 펠리컨 횡단보도가 시도된 적이 있는데요. 그 결과 지금 우리나라에도 시골이나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엔 버튼식 횡단 신호등이 있다고 합니다. 단, 한국은 신호등 설치 여부에 상관없이 지브라 횡단보도 노면 표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상 영국의 신호등과 횡단보도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영국을 비롯한 많은 서양 나라들은 우리와는 다른 신호 체계를 가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영국, 미국, 독일 등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우리나라와는 다른 횡단 신호등이 있다는 점, 꼭 유의하고 떠나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