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일본인만 여행 가능, 한국인은 못 간다는 휴양지
해외 여행길이 다시 열리는 등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여행 추세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일부 동남아 국가들은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까다로운 규제로 미국, 유럽과 달리 관광 방역에 성과를 냈다고 평가받았는데요. 이들 중 싱가포르와 홍콩은 내달 22일부터 방역 안전국가 간 항공 교류를 뜻하는 ‘에어 트래블 버블(ATB)’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죠.
이처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재시동을 거는 국가들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해외 입국자 규제를 강화해 진행하는 나라들도 있지만 되려 완화하는 나라도 있었는데요. 그중 오직 일본인에게만 완화된 규제를 우선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지역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일본인 입국자만 자유롭게 여행이 가능하다는 이 지역의 특별 조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일본인은 하와이 여행 의무 격리 면제
지난 10월 미국 하와이 주가 처음으로 미국 외 해외 입국자에게 면제 조치를 적용한다고 전했습니다. 그 대상은 바로 일본인데요. 일본에서 입국하는 관광객이 지정 기관의 사전 검사를 통해 코로나19 음성임을 증명하면 하와이 내 2주간 격리 조치가 면제되는 것입니다. 해당 조치는 지난 6일 일본-하와이 노선 항공편부터 적용되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해외 입국자에 대한 2주 자가격리가 의무 방침으로 운영되고 있죠.
이는 미국인 여행객에게 적용되는 사항과 동일합니다. 하와이 주지사 데이비드 이게는 ‘일본 관광객을 다시 받아들이는 것은 하와이 경제와 고용 회복에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입장은 조금 달랐는데요. 일본 매체 NHK에 따르면 해당 조치가 단번에 하와이 관광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 지적하기도 했죠.
‘알로하’보다 ‘곤니치와’ 하와이에 일본이 중요한 이유
하와이가 해당 조치를 일본에 우선 적용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와이 주지사는 ‘많은 하와이 주민들의 조상이 일본에 있다’며 ‘일본 관광객을 다시 받아들이는 것은 두 지역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조치’라고 표현했는데요. 주지사 역시 일본 오키나와계 조상을 두고 있죠. 하와이 주의 이번 조치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 더불어 일본과의 관계 유지 목적이 더해진 것입니다.
실제로 하와이에 거주하는 약 40%의 아시아계 인구 중 절반 이상이 일본인입니다. 일본인 거주민뿐만 아니라 하와이를 찾는 일본 여행객의 비율도 매우 높은데요. 하와이 관광 당국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대유행 직전인 2019년 12월에만 13만 7천 명에 달하는 일본인 관광객이 입국했습니다. 해당 여행 기간 동안 그들은 1인당 평균 1500달러(한화 약 165만 원)를 지출했죠.
현재 하와이는 ‘일본인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일본인이 많습니다. 출입국 심사 직원, 학교의 교사부터 일반 여행객까지 하와이 내 주변 사람들의 대다수가 일본인이죠. 사람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및 관광 산업 측면에서도 일본의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하와이 도로만 보더라도 자동차의 상당수가 일본 기업 ‘도요타’ 자동차이며 관광 셔틀버스는 일본 유명 여행사인 JTB, HIS 등이 운영하는 것입니다.
200년 역사 가진 하와이와 일본
하와이가 미국의 주로 편입되기 이전에는 폴리네시아계 국가인 하와이 왕국이었습니다. 당시 왕이 토지를 국가가 아닌 개인 소유로 바꾸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는데요. 서구의 부호들이 하와이 땅을 사들이며 사탕수수, 파인애플 등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1806년 일본 선박이 하와이에 도착하면서 각 농장의 노동자로 고용돼 정착한 것이 일본인 이주의 시작이었죠.
당시 노동자로 일한 일본인들은 심각한 인종차별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의 하와이 이민은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일본 본토보다 하와이 농장에서 얻는 수익이 더 컸기 때문이죠. 1885년 6백 명을 뽑는 ‘제1회 하와이 관악 이민지’에서는 2만 8천 명이 응모하기도 했죠. 이후에도 수백 명의 계약 노동자 이주가 꾸준히 이루어졌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일본의 이주는 잠시 중단되었는데요. 당시 일본이 미국 기지였던 진주만을 공격하며 이에 분노한 미국이 하와이 거주 중이던 일본인들을 강제수용소에 집단 수용하기도 했죠. 그러나 1959년 하와이의 미국 주 편입과 1993년 미국 대통령이 하와이 통치 및 착취에 대한 공식 사과 이후 일본인의 이주는 더욱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하와이와 일본의 관계는 종종 ‘애증의 관계’로 표현되기도 하죠.
면제 조치 확대하는 하와이주
최근 하와이 주는 일본에 이어 다른 국가들과도 2주 격리 면제 조치에 대한 안전 여행 협약을 논의 중입니다. 그중에는 한국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현재 뉴질랜드, 호주와 협의를 진행했고 한국, 대만, 캐나다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와이주 측에 의하면 협의 대상국은 코로나 감염률이 낮은 국가들이라고 하죠.
이러한 노력의 이유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여행객 급감으로 하와이의 지역 경제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계 네티즌들은 반감을 보이고 있죠. ‘관광이 목마르다고 해도 저건 좀’, ‘무증상자 넘어가면 난리일 텐데’, ‘미국 확진자가 급증했는데 하와이는 관광을 열다니, 미쳤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최근 하와이주의 코로나 일일 확진자 수는 평균 100명 내외로 집계되고 있는데요. 까다로운 방역이 더욱 요구되고 있는 현 시국, 하와이의 해당 조치 확대는 더욱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