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도심과 대자연…미니 컨버터블의 낭만

20년간 아이코닉한 디자인으로 사랑받아온 미니 컨버터블. 서울의 도심과 제주 한라산 숲길을 달리며, 오픈카의 진짜 가치를 다시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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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터블 차량은 곧잘 카브리올레, 오픈카 등으로 불리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미니 컨버터블은 모델명 ‘R52’로 2004년 우리나라에서 공식 소개되면서 국내외 차량 가운데 통틀어 가장 작은 컨버터블이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년 세월 동안 아이코닉한 디자인으로 칙칙한 도심 속 활력소가 돼 온 것이다.


우선 미니 컨버터블 S를 통해 도심의 야경과 낭만을 만끽해봤다. 평소 다니던 길이 귀엽고도 날렵한 미니의 감성에 오픈에어링까지 더해지면서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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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만난 미니 컨버터블 S, 또다른 매력 발산

쿠퍼 S는 2.0리터 4기통 터보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192마력, 최대토크 28.6kg·m를 발휘한다. 7단 DCT 변속기와 전륜구동을 조합해, 일반형보다 훨씬 강력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준다.


서울 시내의 골목길과 교차로는 미니가 가진 본질적인 민첩함을 확인하기에 제격이었다. 쿠퍼 S는 도심의 잦은 가속과 감속, 연속되는 코너에서도 가볍게 반응하며 운전자를 즐겁게 했다. 스티어링 휠을 살짝만 돌려도 즉시 방향을 바꾸며, 체급을 뛰어넘는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짧고 굵은 배기음이 실내로 울려 퍼지며 도심 속 작은 스포츠카의 매력을 만끽하게 해준다.


특히 일반형과 달리, 쿠퍼 S는 서스펜션 세팅이 보다 단단해 고속 차선 변경이나 급격한 코너에서도 차체가 흔들리지 않았다. 일반형이 제주도의 숲길에서 유연함을 강조했다면, 쿠퍼 S는 도심 속에서 기민함과 스포티함을 극대화했다. 덕분에 시내 주행에서도 안정감이 크게 향상됐다.


다만 도심의 현실적인 제약도 있었다. 노면이 고르지 않은 구간에서 단단한 서스펜션이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고 연비 역시 일반형에 비해 눈에 띄게 낮았다. 또 미니 특유의 작은 차체와 낮은 시트 포지션은 주차 편리성에서는 장점이지만 장시간 정체 구간에서 탑승자의 피로도가 다소 높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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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곳에서도 선명하고 넉넉한 화각의 후방카메라.

쿠퍼 S는 확실히 일반형과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제주도의 한라산 숲길에서 오픈에어링의 낭만을 즐겼다면, 서울의 도심에서는 민첩함과 퍼포먼스 중심의 운전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두 모델 모두 미니라는 동일한 틀을 공유하지만 주행 환경과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성격을 보여준다.


결국 미니 컨버터블은 그 자체로 다채로운 매력을 품은 모델이다. 일반형이 여유와 낭만을 상징한다면, 쿠퍼 S는 그 속에 스포티함을 더해 도시 속에서도 강렬한 운전 재미를 제공한다. 이번 두 차례의 시승은 미니 컨버터블이 여행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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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컨버터블’ 공식…미니가 만들었다

첫날 공항 주변 렌터카업체에서 차량을 인수한 뒤 서쪽으로 향해 중산간 도로를 달렸다. 제주도의 중심부를 가르는 이 도로는 한라산의 매력을 가장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길이다. 굽이진 커브와 변화무쌍한 고도 차이가 연속된다. 1100고지 주차장에 도착하자 기온은 평지보다 뚜렷하게 낮았고 공기는 더욱 맑았다. 이


곳에서 컨버터블을 열고 천천히 숲길을 달리자 시원한 바람이 실내로 쏟아져 들어왔다.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대에서 맞는 바람의 질감은 도심에서 느끼던 것과 전혀 달랐다. 대자연의 숲과 엔진 사운드가 뒤섞이며 특유의 해방감을 안겨줬다. 그 순간만큼은 속도를 높이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웠다. 미니 컨버터블이 존재하는 이유가 명확해지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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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일찍 동쪽으로 향해 비자림숲으로 이동했다. 숲길로 이어지는 도로는 마치 터널처럼 빽빽하게 들어선 비자나무들이 양옆을 감싸고 있었고, 작은 차체의 미니 컨버터블은 그 속을 부드럽게 빠져나갔다. 차 안에서 들려오는 은은한 배기음과 숲의 정적이 대비되며 제주만의 풍경을 한층 특별하게 완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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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은 미니 컨버터블 일반형, 즉 쿠퍼 모델이었다. 1.5리터 3기통 터보 엔진에 7단 DCT(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맞물렸으며,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22.4kg·m를 발휘한다. 전륜구동 방식을 채택했고, 차체 크기는 전장 3850mm, 전폭 1727mm, 전고 1415mm, 휠베이스 2495mm다. 


공차중량은 약 1335kg으로 경쾌한 주행이 가능하다. 숫자로만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미니 특유의 짧은 휠베이스와 날카로운 조향감각 덕분에 ‘카트 필링’이라 불리는 고카트 같은 드라이빙 감각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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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단점도 분명했다. 제주도 렌트카 업체들의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대부분 차량은 순정 타이어가 아닌 저가형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다. 이번 시승 차량도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코너링 시 접지력이 부족해 미니 특유의 민첩함이 다소 희석됐다. 


특히 한라산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에서 가속 페달을 밟을 때 구동력이 일정치 않아 약간의 미끄러짐이 느껴졌다. 서울 시승 당시 순정 타이어를 장착한 컨버터블S 대비 확연한 차이였다. 당시 비가 내린 다음날 아침에는 젖은 노면에서 그립 부족이 더욱 두드러졌다. 차량 자체의 완성도와 주행 감각은 훌륭했지만 타이어의 품질이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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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승을 통해 미니 컨버터블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여행의 경험 자체를 확장시키는 도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라산 1100고지에서의 오픈에어링은 ‘차를 타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했다. 한편으로는 렌트카 시장의 특성상 타이어가 주행의 완성도를 크게 좌우한다는 사실도 체감할 수 있었다.


미니 컨버터블은 제주도의 좁은 숲길과 한라산의 높은 경사로, 굽이진 해안도로 등을 달리기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차였다. 더구나 이번 서울과 제주에서의 비교 시승을 통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오픈에어링의 진정한 매력을 깊이 체험하게 해줬다.


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

2025.09.1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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