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졌던 절벽에 이런 길이 생겼어요"… 330m 수변길 품은 5.2km 잔도길

버려졌던 절벽이 힐링 산책로로 되살아났다. 밀양 용두산 생태공원의 5.2km 잔도길은 수변 뷰와 무장애 데크길이 어우러진 최고의 가을 힐링 코스다.

밀양 용두산,

달팽이 전망대서 만나는 도시 전경

밀양 용두산 생태공원

밀양 용두산 생태공원 / 사진=밀양 문화관광

어떤 장소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깊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가 된다. 수십 년간 잊히고 상처 입었던 땅이 마침내 제 모습을 되찾고 도시의 새로운 심장으로 다시 뛰기 시작하는 이야기다. 2025년 가을, 경남 밀양에서 바로 그 감동적인 역사의 한 페이지가 펼쳐지고 있다.


SNS를 타고 입소문이 번지고 있는 이곳은 단순한 ‘뷰 맛집’이 아니다. 멸종위기종의 보금자리였던 자연이 인간과 다시 화해하고, 그 위를 걷는 모든 이에게 완벽한 치유를 선물하는 곳이다. 밀양이 오랜 시간 품고 다듬어 세상에 내어놓은 보물, 용두산 생태공원과 그곳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5.2km의 힐링 산책 코스 이야기다.

“상처 입은 땅에서 피어난, 도시의 새로운 심장”

밀양 용두산 생태공원 전경

밀양 용두산 생태공원 전경 / 사진=밀양 문화관광

새롭게 조성된 용두산 생태공원 힐링 산책코스는 경상남도 밀양시 가곡동 영남루에서 시작하여 삼문송림공원, 구절초 군락지, 용두산 생태공원을 거쳐 유서 깊은 금시당까지 이어지는 총 5.2km의 여정이다. 이 코스의 심장부인 용두산 자락은 본래 큰고니와 수달, 원앙이 뛰놀던 생명의 보고였다.


하지만 오랜 시간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불법 경작과 무단 점유로 신음하며 본래의 가치를 잃었다. 밀양시는 2020년부터 이 아픈 땅을 되살리는 ‘구도심 재생사업’에 착수했다.


목표는 단순한 공원 조성이 아닌, 훼손된 자연을 치유하고 원주인인 야생과 사람이 공존하는 ‘생태 서식지 복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위대한 약속의 결실이 우리 앞에 펼쳐진 것이다.

“모두를 위한 330m의 평온함”

밀양 용두산 잔도길

밀양 용두산 잔도길 / 사진=경상남도 공식블로그 윤근애

본격적인 체험을 위해 내비게이션에 ‘경남 밀양시 용두산길 101-11’의 용궁사를 입력하고 사찰 인근에 마련된 무료 주차 공간에 차를 세운다. 공원 입구에서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이하는 것은 이 코스의 백미, 수변 산책로 ‘잔도길’이다.


본래 험준한 절벽에 선반처럼 내어 만든 길을 뜻하는 잔도지만, 이곳의 330m 데크길은 아찔함 대신 더없이 평온한 풍경을 선사한다. 밀양강의 푸른 물결 바로 옆을 따라 걷는 내내, 반대편 절벽의 수직적인 아름다움과 잔잔한 강물 위로 부서지는 윤슬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한다.

밀양 잔도길

밀양 잔도길 / 사진=밀양 문화관광

하지만 이 길의 진정한 가치는 눈에 보이는 풍경 너머에 있다. 바로 폭 1.5m의 데크길 전체가 휠체어나 유모차도 아무런 제약 없이 지날 수 있는 ‘무장애 데크길’로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편의시설을 넘어선다.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권리는 노약자나 장애인 등 교통 약자를 포함한 모두에게 평등하다는 밀양시의 깊은 철학, ‘포용적 관광’의 살아있는 증거다. 누구나 차별 없이 강변 절벽의 절경을 누릴 수 있는 이 길은, 그 자체로 완벽한 치유의 공간이다.

“밀양의 어제와 오늘을 한눈에 품다”

밀양 용두산 생태공원 달팽이전망대

밀양 용두산 생태공원 달팽이전망대 / 사진=밀양 문화관광

잔도길 끝에서 야자 매트가 깔린 숲길을 따라 오르면, 공원의 화룡점정인 ‘달팽이 전망대’로 향하는 나선형 공중 산책로가 나타난다.


가파른 산길을 완만하게 이어주는 이 길은 오르는 내내 조금씩 시야를 넓혀주며 정상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마침내 3층 높이의 달팽이 집 모양 전망대 꼭대기에 서면, 360도로 펼쳐지는 파노라마에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유유히 흐르는 밀양강이 선명한 태극 문양으로 도시를 감싸고, 방금 걸어온 잔도길이 서쪽 벼랑에 그림처럼 걸려있다. 이곳은 단순히 높은 곳이 아니라, 도시의 시간을 조망하는 특별한 무대인 것이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다. 이번 주말,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자연과 역사가 건네는 위로를 만나러 밀양으로 떠나보는 것을 추천한다.


유다경 기자 ttgyeong@telltrip.com

2025.10.2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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