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그냥 ‘한국판 교토’입니다”… 단풍과 사찰의 완벽 조합 만나는 무료 가을 명소
입장료 걱정 없는 가을 여행지 완주 모악산도립공원. 금산사 관람료 폐지로 국보급 문화유산과 단풍 명소를 모두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전북의 대표 가을 산행지입니다.
완주 모악산도립공원
천년 불상 만나는 단풍길
완주 모악산도립공원 전경 / 사진=완주군 문화관광 |
바야흐로 만추의 계절, 비용 부담 없이 깊이 있는 가을을 만나고 싶다면 전북특별자치도로 눈을 돌릴 때다. 완주군과 김제시에 걸쳐 웅장하게 솟은 모악산도립공원은 지금, 1년 중 가장 화려한 옷을 입고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이곳을 지금 당장 방문해야 할 결정적인 이유가 생겼다. 과거 산행의 필수 코스이자 미륵신앙의 본거지였던 금산사가 문화재 관람료를 전면 폐지하면서, 이 거대한 사찰과 그 안의 국보급 문화유산을 모두 무료로 만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모악산도립공원
모악산 가을 트레킹 / 사진=완주군 문화관광 |
모악산도립공원은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길 91에 자리 잡고 있다. 어느 쪽에서 출발하든 현재 공원 입장료는 없다.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금산사의 입장료 폐지다. 과거 성인 1인당 3,000원의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했으나, 정부의 문화유산 보호 정책 기조에 맞춰 전국 국립공원 주요 사찰들과 함께 무료 개방을 선언했다.
덕분에 방문객들은 경제적 부담 없이 천년 고찰의 가을 정취와 국보급 문화유산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차량을 이용한 방문객에게도 희소식이다. 완주군에서 운영하는 모악산 관광단지 주차장 역시 무료로 개방되어 있어 주차 부담이 없다.
80개 암자를 품었던 ‘어머니의 산’
모악산 / 사진=완주군 문화관광 |
모악산이라는 이름은 산 정상의 큰 바위가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과 닮았다고 하여 붙여졌다. 그 이름처럼 너른 품으로 예로부터 호남의 4경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1971년 12월 1일, 전라북도에서 4번째로 도립공원에 지정될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해발 793.5m의 정상에 서면 전주 시내와 내장산, 변산반도, 그리고 드넓은 김제·만경평야가 거침없이 펼쳐진다.
모악산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풍경을 넘어선다. 이곳은 불교의 미륵사상이 전래된 이래 호남 지역 미륵신앙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했다.
기록에 따르면 과거 산 전체에 무려 80여 개의 암자가 흩어져 있었을 정도로 불교문화가 융성했던 곳이다. 비록 지금은 그 수가 줄어 심원암, 용천암, 대원사 등이 명맥을 잇고 있지만, 등산로 곳곳에서 민속 신앙의 흔적과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국보 제62호 미륵전을 품은 금산사
모악산 단풍 전경 / 사진=완주군 문화관광 |
모악산 산행의 핵심이자 이번 무료 개방의 최대 수혜지는 단연 금산사다. 금산사는 모악산 서쪽 자락에 자리한 거대한 사찰로, 백제 법왕 원년(599년)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진다.
이곳의 중심은 단연 금산사 미륵전이다. 국보 제62호로 지정된 미륵전은 겉에서 보면 3층이지만 내부는 하나로 트인 통층 구조로, 국내에 현존하는 유일한 3층 목조 법당이라는 독보적인 건축사적 가치를 지닌다.
높이 11.82m에 달하는 거대한 미륵불상이 실내를 가득 채우고 서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압도적이다.
이 외에도 금산사는 송대의 석조물인 노주(보물 제22호), 혜덕왕사 진응탑비(보물 제24호), 오층석탑(보물 제25호) 등 수많은 문화유산을 품고 있어, 모악산 트레킹은 단순한 산행을 넘어 살아있는 역사 박물관을 탐방하는 여정이 된다.
초보자도 문제없는 가을 단풍 코스
모악산 단풍나무 / 사진=완주군 공식 블로그 |
모악산의 단풍은 11월 중순경 절정을 이룰 것으로 관측된다. 등산 코스는 난이도별로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초보자라면 완주군 구이중학교에서 출발해 정상에 오른 뒤, 헬기장을 거쳐 심원암과 금산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총거리 약 10km, 3시간 40분 정도 소요되며, 모악산의 주능선과 핵심 유적인 금산사를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조금 더 여유롭게 숲과 사찰의 고요함을 즐기고 싶다면, 관광단지 주차장에서 시작해 대원사와 수왕사(육각정)를 지나 금산사로 하산하는 루트(약 11km, 4시간)도 좋다. 특히 수왕사 육각정 주변은 가을 단풍이 짙게 물드는 구간으로 유명하다.
모악산도립공원 추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종욱 |
짧고 굵은 산행을 원한다면 상학 주차장에서 대원사와 수왕사를 거쳐 정상에 오른 뒤, 주능선을 타고 연불암을 지나 중인동으로 내려오는 코스(약 2시간 40분)도 인기가 많다.
모악산은 자연, 역사, 신앙이 한데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이다. 올가을, 국립공원 사찰들의 문화재 관람료 폐지라는 반가운 흐름에 동참한 금산사 덕분에 모악산도립공원은 그 어느 때보다 매력적인 여행지가 되었다.
입장료와 주차비 부담 없이, 붉게 물든 단풍과 천년 고찰의 국보급 문화유산이 주는 깊은 감동을 동시에 누려보자. 방문객이 몰리는 주말보다는 평일 오전을 이용하면 더욱 한적하게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하나은 기자 ttnaeun@telltri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