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인정할 만 하네"... 1.7km 걷는 내내 감탄 나오는 해안 트레킹 명소
1.7km 해안 트레킹 중 만나는 경주 양남 주상절리의 경이로운 절경!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된 파도소리길을 따라 지구가 만든 부채꼴 조각을 감상해보세요.
경주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세계가 인정하는 지구의 예술 작품
![]() 경주 파도소리길 / 사진=경주시 공식블로그 |
천년 고도 경주. 대부분의 여행자는 불국사와 첨성대, 고분군으로 대표되는 신라의 역사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동해를 마주한 양남면으로 발길을 돌리면, 지금까지 알던 경주와는 전혀 다른 얼굴이 드러난다.
2천만 년의 시간이 빚어낸 경이로운 지질학적 유산이 바로 그곳에 숨어있다. 단순한 해안 산책로인 줄 알았던 길 끝에서, 우리는 지구가 펼쳐놓은 가장 위대한 전시와 마주하게 된다.
세계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거대한 부채가 파도 위에 펼쳐지다
![]() 경주 파도소리길 전경 / 사진=경주시 공식블로그 |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은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읍천리 405-4 일원 해안을 따라 장대하게 펼쳐져 있다. 이곳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길이 바로 읍천항과 하서항을 잇는 1.7km의 ‘파도소리길‘이다.
읍천항에서 부터 탐방이 시작된다. 넓고 쾌적한 무료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바다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소나무와 대나무 숲 사이로 푸른 동해와 함께 탐방로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2012년까지 군부대가 주둔하며 민간인의 발길이 통제됐던 곳이다. 덕분에 수천만 년의 비밀을 간직한 태고의 풍경이 고스란히 보존될 수 있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는 것은 위로 솟은 일반적인 주상절리다.
![]() 기울어진 주상절리 / 사진=경주시 공식블로그 |
하지만 이곳의 진정한 가치는 제주나 포항 등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의 주상절리 군락에 있다. 뜨거운 용암이 식으며 수축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돌기둥이, 이곳에서는 마치 조각가가 의도한 듯 다양한 모습으로 누워있고, 기울어져 있으며, 활짝 펼쳐져 있다.
이 놀라운 형태의 다양성과 발달 규모를 인정받아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은 2012년 9월 천연기념물 제536호로 지정되었다.
지구의 숨결이 빚은 조각,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심장
![]() 부채꼴 주상절리 / 사진=경주시 공식블로그 |
파도소리길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부채꼴 주상절리’다. 전망대에 서서 바라보는 이 주상절리는 마치 거대한 검은 부채를 펼쳐놓은 듯한 형태로,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매우 희귀한 지질 현상이다.
지질학자들은 이를 두고 한 지점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여러 방향으로 동시에 식으면서 형성된 기적 같은 작품으로 평가한다. 그 압도적인 모습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마저 불러일으킨다.
![]() 파도소리길 출렁다리 / 사진=경주시 공식블로그 |
이러한 독보적 가치를 바탕으로,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이 포함된 ‘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은 2025년 4월, 마침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인류가 공동으로 보전해야 할 세계적인 지질 유산으로 공인받았음을 의미한다. 이제 파도소리길을 걷는 것은 유네스코가 인정한 살아있는 지질 박물관을 탐방하는 것과 같다.
산책로는 나무 데크와 출렁다리, 쉼터 등이 잘 정비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입장료는 없으며, 연중무휴 상시 개방되어 언제든 자유롭게 방문이 가능하다.
![]() 경주 파도소리길 모습 / 사진=경주시 공식블로그 |
읍천항에서 출발해 주상절리 전망대를 거쳐 하서항까지, 혹은 그 반대로 걸으며 각기 다른 각도에서 주상절리가 보여주는 다채로운 표정을 감상해 보자.
기울어진 주상절리의 역동적인 모습과 수평으로 길게 누워 파도에 씻기는 와상 주상절리의 고요한 아름다움은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는 생생한 감동을 선사한다.
역사 유적 탐방이 주를 이루는 경주 여행에서 잠시 벗어나 동해안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신라의 유적만큼이나 깊은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과 파도소리길은 당신의 경주 여행에 가장 특별하고 지적인 한 페이지를 더해줄 것이다.
세계가 인정한 자연의 걸작 앞에서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지구의 거대한 예술성에 흠뻑 빠져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하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