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수에서 이걸 잡는다고?"... 23년째 100만 명 이상 몰리는 겨울 축제
매년 100만 명 이상 찾는 화천산천어축제. 빠른 결빙으로 기대감이 높아진 2026 축제 현황부터 얼음낚시·눈썰매·얼음조각 등 핵심 즐길거리까지 정리했습니다.
2026 화천산천어축제단 23일 간 열리는 체험형 축제
화천산천어축제 / 사진=강원도 공식 블로그 |
차가운 공기가 유난히 일찍 내려앉은 올해, 강원도 화천의 강 위에서는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얼음이 번지기 시작했다.
새벽이면 은빛 막이 수면을 덮고, 낮에도 녹지 않은 살얼음이 축제를 기다리는 듯 조용히 굳어간다. 내년 1월 10일 개막을 앞둔 화천산천어축제가 한 달여 전부터 분위기를 달구는 배경에는 이 얼음이 있다.
결빙은 해마다 반복되는 겨울의 신호지만, 올해는 그 속도가 더 빠르고 강했다. 그 덕분에 축제를 준비하는 현장 곳곳에서는 기대감이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화천산천어축제
화천산천어축제 풍경 / 사진=강원도 공식 블로그 |
강원특별자치도 화천군 화천읍 하리 2-1에서 열리는 화천산천어축제는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으며, 지난해에는 약 186만 명이 방문해 겨울 관광의 위상을 다시 확인시켰다. 축제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3일에는 화천천 상류 수면에 살얼음이 맺히기 시작해 전면 결빙 시점이 예년보다 나흘에서 닷새가량 앞당겨졌다.
이처럼 예상보다 빠르게 얼어붙은 강을 안전한 축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화천군은 즉각 수위와 유속 조절에 나섰다. 단단한 얼음층을 형성하기 위한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시설 점검과 흐름 제어가 정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류에는 이미 가물막이가 설치되었고, 갑작스러운 겨울비에 따른 수량 변화를 대비해 펌프 시설도 강화됐다. 주변 지형에서 빗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한 방지턱까지 더해지며,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얼음 위에서 진행되는 축제 특성상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대응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화천산천어축제 선등거리 / 사진=강원도 공식 블로그 |
곧 열릴 불빛 행사도 겨울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오는 20일 예정된 선등거리 점등식에서는 거리 위로 산천어 모양 등이 켜져 도심 풍경을 바꿔 놓는다.
이 장식들은 지난 1년 동안 지역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작품들이라 더욱 특별하다. 실내얼음조각광장은 그보다 하루 앞서 타빙식을 통해 문을 연다.
세계 건축물을 본뜬 얼음 조형물과 독창적인 형태의 작품들이 전시될 예정이며, 1700㎡ 공간에 8500여 개의 얼음 조각이 더해져 겨울의 규모감을 실감하게 만든다.
얼음 위에서 즐기는 겨울 체험의 진짜 매력
산천어 맨손잡기 / 사진=강원도 공식 블로그 |
축제의 중심에는 2003년부터 이어져 온 산천어가 있다. 1급수에서만 자라는 이 물고기는 화천의 겨울을 대표하며, 얼음에 구멍을 내고 낚싯대를 드리우는 순간부터 여행객들의 즐거움이 시작된다.
강물 속을 빠르게 움직이는 산천어를 잡는 경험은 단순한 낚시 이상의 체험으로 받아들여진다. 얼음 속으로 직접 들어가 맨손으로 잡는 프로그램은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다.
낚시 외에도 눈 위를 미끄러지듯 내려오는 슬로프, 얼음판에서 즐기는 가족용 썰매까지 다양한 체험이 준비된다. 출렁다리 상류에 있는 눈썰매장은 평일 다섯 번, 주말 세 번 운영되며, 전용 튜브를 이용해야 한다.
체험료는 5000원이지만 반납 시 화천사랑상품권으로 돌려받을 수 있어 부담이 적다. 얼음낚시는 현장 상황에 따라 선착순 입장이며, 주말에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성인은 1만5000원, 우대자는 1만 원이며, 초등학생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잡은 산천어는 1인당 3마리까지 반출이 가능하다.
도심까지 이어지는 축제의 흐름
화천산천어축제 얼음작품 / 사진=강원도 공식 블로그 |
빛으로 물든 선등거리는 축제의 현장을 강에서 도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저녁이면 거리에 걸린 산천어 등이 색색의 불빛을 내며 겨울 공기 속에서 유영하듯 흔들린다.
화천읍 시가지는 축제 기간 동안 관광객의 발걸음이 몰리는 곳이기 때문에, 21일 오후 4시부터는 안전을 위해 주요 구간의 교통이 통제될 예정이다. 이런 변화는 불편함보다는 기대감을 키운다. 화천의 겨울을 알리는 장식과 빛,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손길이 합쳐져 작은 도시 전체가 축제의 일부가 된다.
실내얼음조각광장은 또 다른 볼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외부 기온의 영향을 받지 않아 언제 방문해도 안정된 환경에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하얼빈에서 참여한 전문 기술진의 디테일이 담긴 조형물들은 얼음이 가진 투명함과 빛의 굴절을 이용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야외 프로그램을 즐긴 뒤 실내에서 잠시 쉬어가기에 좋은 공간으로, 축제의 다양성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화천산천어축제 눈썰매 / 사진=화천산천어축제 |
이번 겨울 화천은 축제 준비 단계부터 이미 활기를 띠고 있다. 일찍 찾아온 추위가 만든 단단한 얼음과 이를 활용하기 위한 세심한 조치들, 그리고 도심을 밝혀줄 선등거리까지 곳곳에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산천어축제는 단순한 겨울 행사에 머물지 않고, 지역의 전통과 자연, 그리고 주민들의 정성이 어우러진 한 계절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내년 1월 10일 개막을 앞두고 있는 지금, 화천을 찾을 계획이 있다면 얼음 위에 펼쳐질 다양한 체험과 특별한 풍경을 기대해도 좋다.
하나은 기자 ttnaeun@telltri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