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꽃구경은 여기가 최고죠"… 돌담길 따라 만개한 배롱나무 명소
"돌담길 따라 붉게 물든 배롱나무가 장관" 논산 충곡서원에서 여름의 절정을 걸어보자. 입장·주차 모두 무료라 더 매력적이다.
논산 충곡서원,담장 너머 붉게 피어난 배롱나무
![]() 충곡서원 배롱나무 / 사진=논산 공식블로그 김태현 |
한여름의 태양이 가장 뜨겁게 내리쬐는 8월, 사진 전문가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카메라를 챙겨 논산의 한적한 시골 마을로 향한다. 이들의 목적지는 단 하나, 백일 동안 붉고 또 붉게 피어나는 배롱나무의 절경을 담기 위해서다.
그 무대는 바로 고즈넉한 서원, 충곡서원지다. 이곳은 단순한 출사 명소를 넘어, 조선 시대 대학자의 고결한 정신이 한여름의 작열하는 꽃과 만나 펼쳐지는 감동적인 역사 현장이다.
“한여름의 작열하는 붉은 꽃, 고결한 선비 정신을 기리다”
![]() 충곡서원 배롱나무 / 사진=논산 공식블로그 김태현 |
여행을 떠나기 전, 한 가지 명확히 해야 할 사실이 있다. 일부 온라인 정보와 달리 배롱나무는 벚꽃처럼 봄에 피지 않는다. 7월 중순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해 8월에 만개하며 절정을 이루고, 9월 초까지 그 붉은빛을 이어가는 명백한 ‘여름의 꽃’이다.
충곡서원지(충청남도 논산시 부적면 충곡리 142)에 도착하면,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왜 이곳이 여름의 명소가 될 수밖에 없는지 실감하게 된다.
![]() 충곡서원 배롱나무 / 사진=논산 공식블로그 김태현 |
수백 년은 됨직한 배롱나무 고목들이 서원의 기와 담장과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낸다.
매끄러운 나무줄기의 짙은 갈색과 선명한 진분홍 꽃잎, 그리고 서원의 단아한 흰 벽이 이루는 색의 대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예술 작품이다.
사진작가들이 이곳을 선호하는 이유는 바로 이 강렬한 색채 대비와 함께,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꽃잎의 투명한 질감까지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이며, 상시 개방되어 언제든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이곳은 왜 ‘서원’이 아닌 ‘서원지(址)’로 불릴까?
![]() 충곡서원 배롱나무 / 사진=논산 공식블로그 김태현 |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이곳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충곡서원은 1976년 충청남도 기념물 제12호로 지정된 곳으로, 조선 중기의 대학자인 김계휘, 김집(金集), 안여, 김익희 네 선현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공간이다.
특히 이곳에 모셔진 신독재 김집 선생은 송시열, 송준길과 같은 거목을 길러낸 조선 예학(禮學)의 태두로, 그의 학문적 깊이와 정신이 서원의 격을 높인다. 하지만 이곳은 고종 8년(1871),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 따라 훼철되는 아픔을 겪었다. 지금의 건물들은 1957년에 후손과 유림들이 뜻을 모아 복원한 것이다.
이 때문에 원래의 터 위에 다시 세워졌다는 의미로 ‘서원’이 아닌 ‘서원지(書院址)’로 공식 명명되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훼손의 아픔을 딛고 더욱 붉게 피어난 듯한 배롱나무의 꽃송이가 더욱 애틋하고 장엄하게 다가온다.
충곡서원을 제대로 즐기는 여행 코스
![]() 충곡서원 배롱나무 / 사진=논산 공식블로그 임영선 |
서원 입구에 들어서면 동재와 서재 양옆으로 당당하게 서 있는 배롱나무가 방문객을 맞는다. 이곳에서 첫 기념사진을 남긴 뒤, 내삼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서면 사당 주변으로 또 다른 배롱나무 군락이 펼쳐져 다양한 구도의 사진을 시도할 수 있다. 고요한 서원과 질서정연한 돌담길을 따라 사색에 잠겨 걷는 것 또한 충곡서원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이다.
매년 8월, 충곡서원지의 배롱나무는 마치 위대한 학자들의 식지 않는 학문적 열정을 대변하듯 가장 뜨겁고 화려하게 피어난다. 단순한 꽃구경을 넘어 역사와 자연이 교감하는 깊이 있는 울림을 느끼고 싶다면, 지금 바로 논산으로 떠나보자.
유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