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한 버닝썬 수사 '시작은 창대, 끝은 미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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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알선과 횡령 혐의 등을 받는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김세정 기자

경찰,100일간 150명 투입 결과 …영장 기각에 유착의혹 무혐의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으로 성매매, 횡령 혐의를 받는 가수 승리(29)의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이른바 '경찰총장'으로 불리며 경찰유착 의혹의 정점에 있던 윤모 총경의 김영란법, 뇌물죄 위반 혐의도 불기소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철저 수사 지시와 민갑룡 경찰청장의 명예회복 다짐에 경찰 150명을 투입한 100여일 간의 수사 결과치고는 초라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애초 윤 총경에게 검토된 혐의는 세가지였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 뇌물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다.


경찰에 따르면 윤 총경은 유인석 유리홀딩스 대표에게 식사 6번, 골프 4번 접대를 받았다. 콘서트 티켓도 세번 받았다. 총액으로 따지면 268만원이다. 그런데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이 되려면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년도 300만원 초과' 조건에 맞아야 한다. 한 번에 100만원 이상 접대받은 적이 없고 총액은 32만원이 부족해 청탁금지법은 해당사항이 없다.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됐다.


뇌물죄로 걸려면 대가성이 입증돼야 한다. 윤 총경이 식사와 골프, 콘서트를 즐기며 유인석 대표에게 해준 게 있어야 한다. 윤 총경이 강남경찰서에 클럽 식품위생법 위반 건 을 알아봐준 때는 2016년이고 식사, 골프를 같이 한 때는 주로 1년 뒤라고 한다.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결국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건만 남았다. 윤 총경 부탁으로 전 강남경찰서 경제팀장 A경감, 전 강남서 경제팀 B경장(공무상 비밀누설)이 클럽 단속사항을 확인해줬다는 건 인정돼 세 사람 모두 기소의견 송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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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사태' 최초 고발자인 폭행 사건 신고자 김상교 씨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으로 피고소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수사 결과가 예상밖인 건 이것 뿐만이 아니다. 버닝썬 사태의 발단인 김상교 씨 폭행사건은 최초 신고로 불을 붙인 김상교 씨가 기소된 혐의가 가장 많다.


김 씨는 성폭력범죄처벌에관한특례법 위반, 폭행, 업무방해,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김씨가 클럽에서 여성 3명을 성추행했고 피해 여성과 동행한 최모 씨가 주먹을 날리면서 싸움이 시작됐다. 성추행 당하는 여성을 보호하려다 집단 폭행당했다는 김씨의 기존 주장과 딴판이다.


김 씨를 때린 버닝썬 영업이사 장모 씨와 보안요원 장모 씨 등 2명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공동상해) 위반 혐의로 각각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김 씨를 제일 먼저 때렸다는 클럽 손님 최 씨도 폭행 혐의가 인정됐다.


당시 김씨의 신고로 출동했다가 오히려 김 씨를 폭행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역삼지구대 경찰은 무혐의 처리됐다. 경찰이 지구대 내 CCTV와 순찰차 블랙박스 증거를 인멸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내렸다.


버닝썬 의혹을 최초 제기했지만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김상교 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대한민국의 현실, 나라가 없어진 것 같다"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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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갑룡 경찰청장(오른쪽)이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임세준 기자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3월 국회에서 버닝썬 사건 경찰 유착 의혹을 질타받고 "경찰의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찰 사상 최대규모 수사팀도 꾸렸다. 핵심인 경찰 유착 의혹 수사에만 경찰관 50명이 투입됐다.


경찰의 버닝썬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다. 승리와 유인석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과 윤 총경의 뇌물 의혹 무혐의가 그 핵심결과다. 버닝썬 공동대표인 이문호 씨를 마약투약 혐의로 구속했으나 조직적 마약 유통 혐의는 밝혀내지 못했다. 본류가 아닌 불법촬영물 촬영·유포 사건에서 가수 정준영과 최종훈을 구속기소한 게 성과라면 성과다.


승리와 유인석 대표 영장 재신청이 남았지만 법원의 기각 사유를 뛰어넘는 추가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 한 시도해도 발부받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경찰도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듯 "윤 총경 유착 혐의 수사는 우선 일단락 짓지만 승리와 유인석 대표 횡령 혐의를 계속 수사 중인 사건이 있어 언제든 추가단서가 포착되면 엄정히 수사할 방침"이라며 "다른 강남클럽과 공무원, 경찰 유착 수사도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신속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leslie@tf.co.kr

2019.05.1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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