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윤석열이 몰고 온 '검찰개혁 회오리'
2019 법무·검찰
기소독점권 깬 공수처법 국회 통과...피의자 인권보호도 강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은 지난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해 답변하고 있는 조 전 장관의 모습. /배정한 기자 |
2019년 한 해 법무·검찰 분야를 관통한 키워드는 '검찰 개혁'이다. '조국 사태'가 이를 촉발했고, 사태의 중심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있었다. '조국 사태' 후폭풍으로 검찰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놓고 보수와 진보세력간 분열 및 갈등은 증폭됐고 대한민국이 둘로 쪼개지는 사태를 빚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일가 대대적 수사로 '피의자 인권 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얻으면서 공개 소환제도 폐지 등 다양한 개혁안이 실행됐다. 지난 7월 퇴임한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임기 한달을 남긴 시점에 검찰의 과거 부실수사와 인권침해 등과 관련해 국민들께 사과해 화제가 됐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하며 "형사사법절차에서 민주적 원칙이 굳건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30일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이자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평가되는 공수처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기에 검·경 수사권조정안까지 내년 초 처리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검찰개혁을 위한 동력을 얻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최근 '청와대와 검찰'의 대립 구도를 바꾸는 변수로 작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팩트>는 2019년 한 해를 돌아보며 이같이 법무·검찰 분야를 강타한 다섯 이슈를 정리해 봤다.
조국 장관 35일 '검찰개혁' 화두로...보수vs진보 양극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 우리 사회는 전에 없던 극심한 분열에 휩싸였다. 조 전 장관을 수호해야 한다는 진보 진영과 퇴진을 요구하는 보수세력 간 세 갈등은 올 여름부터 지금까지 진행형이다.
조 전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검찰개혁을 기치로 내걸며 광폭 행보를 보였다. 취임 첫날 '검찰개혁추진지원단'을 구성했고, 이후 현직 검사를 비롯한 비법조인 등이 참여한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도 발족했다. 취임 사흘 차에 인사권에 이어 감찰권을 꺼내 들며 검찰개혁을 위한 고삐를 죄었다. 하지만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입시비리 의혹,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으로 구속되자 결국 35일 만에 돌연 사퇴했다. '조국 사태' 여파로 보수와 진보단체가 여전히 광장에서 집회를 이어가는 등 이념 갈등에 더욱 불을 붙였다. 국민적 공감을 끌어내면서 검찰 개혁의 동력을 마련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조 전 장관 사퇴 이후에도 검찰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수사로 조 전 장관을 비롯 청와대 핵심에 칼끝을 겨눴다. 검찰은 자제 개혁안을 잇따라 발표하며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검찰의 수사가 '살아있는 권력'에만 엄격하고 패스트트랙 사건 등 야당에는 관대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지난 27일 새벽 조 전 장관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3일 만에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극한으로 치닫던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이 어떤 양상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은 지난 10월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윤 총장 모습. /더팩트 DB. |
'파격에 파격' 윤석열 총장 취임...특수통의 시대
현 정부 출범 이후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된 윤석열 총장이 검찰총장에 지명되자 검찰 안팎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국정농단 사태부터 사법농단까지 적폐청산 수사를 이끌어온 그가 각종 사회 부조리와 부패 척결에 앞장 설 적임자라는 긍정적 평가도 많았다. 반면 전임 총장보다 사법연수원 5기수 후배라는 점에서 후속 인사 폭이 커질 수 밖에 없어 내부 조직의 안정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지난 7월 25일 윤 총장 취임 이후 검사장 이상 고위간부 14명을 비롯해 70여명의 검사들이 줄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특히 윤석열 사단이라 불리는 특별수사부, 이른바 특수통 검사들의 주요 요직을 차지하면서 노골적인 코드 인사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윤 총장은 취임식에서 "형사 법집행은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력이고 가장 강력한 공권력"이라며 검찰의 중립성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 일가에 검찰의 수사가 강도높게 진행되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실제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는 조 전 장관 자택 및 부산대의전원 등 70여 곳이 넘는 곳을 압수수색했다. 첫 강제수사 후 122일만인 지난 2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출석을 위해 서울동부지법 앞에 선 조 전 장관은 "그동안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검찰의 끝없는 전방위적 수사를 견디고 견뎠다. 혹독한 시간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등을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 4일 청와대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정권 핵심부를 향해 강제수사에 나서면서 양측의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2018년 11월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부산 형제복지원사건'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사과한 뒤 이들의 사연을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
'문무일의 눈물' 검찰 인권침해 과거사 사과
7월 임기를 마친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임기 한달 여를 남기고 과거 검찰 부실수사와 인권침해를 놓고 국민에 사과했다. 검찰의 어두운 과거사를 놓고 거듭 머리를 숙였다.
문 전 총장은 지난 6월 25일 대검찰청 청사 검찰역사관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공정한 검찰권 행사라는 본연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음을 깊이 반성한다. 큰 고통을 당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적 사건에서 중립성을 엄격히 지켜내지 못하거나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지 못해 사법적 판단이 끝난 후에도 논란이 지속되게 한 점에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검찰은 향후 권한을 남용하거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제도와 절차를 개선해 나가고, 형사사법 절차에서 민주적 원칙이 굳건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2017년 12월 출범한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등 17개 과거사 사건을 재조사한 뒤 용산참사 사건 등 8건과 관련해 검찰의 부실수사나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책 등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문 전 총장은 2017년 취임 이후부터 꾸준히 검찰 과거사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2018년 3월 박종철 열사의 부친 고 박정기 씨를 생전에 방문해 검찰의 과오를 사과한데 이어 11월에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을 만나 "마음 깊이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 자리에서 피해자들의 사연을 듣고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 23일 오전 영장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김세정 기자 |
조국 사태가 부른 '피의자 공개소환 금지' 등 인권강화
지난 10월 23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영장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다수 언론은 정 교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해 내보냈다. 검찰과 법원 모두 "언론과 협의한 바 없다. 언론사 자체 결정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국 사태 이후 피의사실 공표와 피의자 인권 보호 문제가 꾸준히 제기된 영향이다.
이처럼 조 전 장관 일가 검찰 수사가 4개월 여간 지속되면서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됐다.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가 거세지고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9월 30일 윤석열 총장에게 인권 보장에 초점을 둔 검찰 개혁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대통령 지시 직후인 10월 4일 '피의자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했다. 이로써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청에 출석한 관계자들이 취재진 앞에 서는 '포토라인'도 자취를 감췄다. 대검찰청은 피의자 공개소환 수사 과정에서 이를 엄격히 준수하라고 전국 검찰청에 지시했다.
검찰은 이밖에도 인권침해 가능성에 노출된 특수부를 축소하고 변호인의 조사 참여권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오후 9시 이후 심야 조사 폐지, 대검 인권위원회 설치와 자체 감찰 강화 등도 개혁안으로 제시했다. 법무부도 형사사건공개금지 규정을 시행해 피의사실 공표를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시작했다.
30일 저녁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4+1 협의체가 발의한 공수처법이 가결됐다. /국회=문혜현 기자 |
검찰 기소권 독점 깨뜨린 공수처법 통과
'조국 사태'를 거치며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검찰개혁에 큰 관심을 갖지 않던 국민들도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보면서 공수처 설치 등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졌다. '서초동 촛불집회'도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결국 30일 문 대통령 공약 1호인 '공수처설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수처는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의원과 국무총리, 검사, 판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 등 고위공직자들이 직무와 관련해 저지른 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기구다. 검찰을 견제하고 검찰이 독점한 기소권을 분산시킨다는 점에서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꼽혀왔다. 여기에 내년 초 처리가 예상되는 검·경 수사권조정안까지 통과되면 검찰은 대변혁기에 놓이게 된다.
반면 최근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 수사로 불거진 '청와대와 검찰'의 대립 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그동안 속도를 내던 검찰 수사에 힘이 빠지면서 팽팽히 맞서 온 대치구도가 허물어질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오히려 균형잡힌 수사를 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날 대검찰청은 공수처법 통과 후 검찰의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happ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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