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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무명배우의 영화읽기

그러니깐 도대체
그놈의 메소드가 뭔데?

by디아티스트매거진

그러니깐 도대체 그놈의 메소드가 뭔데

@영화 밀정 스틸컷 '대한민국 대표 메소드배우 송강호'

현역 배우들 그리고 배우지망생들에게는 필수 배움의 단어 ‘메소드’


그러나 요즘은 예능과 여러 매체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고 일반 대중들에게도 낮선 단어가 아닌 ‘메소드’는 단순히 연기적 기술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닌 풍자적인 의미로도 많이 쓰이게 됩니다. 오늘은 일반대중들에겐 단어자체가 생소하지 않지만 잘 알지 못하는‘메소드’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를 알아보려 합니다.

 

위키백과를 기준으로 검색하면 ‘메소드 연기(영어: Method acting)란 배우들이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배역에 완전히 몰입시켜 실물과 같이 연기하는 기법을 말한다. 콘스탄틴 스타니슬라프스키가 이러한 연기 방식으로 유명하여 스타니슬라프스키 연기론이라고도 한다’. 라고 나오지만 그냥 텍스트 자체로만 보면 그렇구나 이상의 흥미를 느끼지 못하겠지만 재밌는 사례와 함께 본다면 일반 독자들도 흥미롭게 ‘메소드’에 대해 알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이글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초록물고기>가 개봉되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에서 막동이 역을 맡았던 주연배우 한석규는 그 유명한 '공중전화박스 오열 씬'과 '달려오는 자동차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등의 명장면을 낳으며 일약 충무로 최고 스타의 자리로써 입지를 굳혔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서 한석규의 열연에 갈채를 아끼지 않은 한편으로, 어느 신인배우의 놀라운 연기를 통해 전대미문의 충격과 공포를 체험하게 됩니다. 극 중에서 결국 막동이를 '담궈 버린' 이 라이벌 건달의 배역 이름은 '판수'였습니다. 살벌하게 리얼했던 그의 악역 연기에 전율한 당시 수많은 관객들은 이렇게 생각했다고 하죠.

그러니깐 도대체 그놈의 메소드가 뭔데

@영화 초록물고기 스틸컷 '이때만해도 송강호는 아무도 몰라보던 배우였다'

'아니, 감독이 어디서 진짜 깡패를 데리고 왔나.' 이 '진짜 깡패' 같았던 배우의 이름은 송강호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무도 그의 과거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도 송강호가 연기하는 배역은 언제나 살아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80년대 소도시의 구식 형사를 연기하건(살인의 추억),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퇴물 조폭을 연기하건(우아한 세계), 뱀파이어가 된 신부를 연기하건(박쥐)나 한 나라의 왕을 연기할 때(사도)도 말이죠. 이러한 송강호의 연기처럼, 단지 배역을 연기하기보다 배역 그 자체가 되는 기술을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라고 합니다.

 

메소드 연기는 1930년대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개념입니다. 그 이전에 확립된 연기 기법은 보통 '고전 연기'라 부릅니다. 흔히들 '신파'라고 부르는 신극 연기도 고전 연기에 해당하는데요. 이 고전 연기는 연기 자체의 형식을 중요시합니다. 어떤 장르에서 어떤 인물을 연기하느냐에 따라 그에 맞게 정해진 동작이나 호흡, 발성 패턴이 존재하는 편이죠. 오늘날 텔레비전 사극 배우들의 정형화된 연기들을 떠올리시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메소드 연기를 직역하면 '방법 연기'가 됩니다.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든다는 그 방법이 아닙니다. 정형화된 연기가 아니라 사실적인 배역 그 자체가 되는 것을 지향한다면, 배우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들이 바로 메소드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 방법들은 연기 학교에서 가르치는 걸 꼼꼼하게 노트필기하고 예습 복습한다 해서 배울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 아닙니다. 메소드 연기에서 무엇보다 중시하는 것은 배우 개인의 훈련입니다. 그 훈련들은 대략 감각 훈련, 상상력 훈련, 관찰 훈련, 분석 훈련 등으로 나뉩니다.

 

감각 훈련은 몸과 마음을 백지 상태로 만드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정신줄 놓기 훈련이 아닙니다. 긴장을 얼마나 자유자재로 이완시킬 수 있느냐가 흔히 좋은 배우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이야기하는데요. 배우도 사람인만큼, 성장하면서 경험하고 배운 것들이 자신만의 행동이나 강박관념으로 존재하기 마련이죠. 그렇게 자신을 옭아매는 스스로의 속박에서 벗어나 백지 상태가 되어야 그 위에 새로운 인물을 그릴 수 있다는 얘깁니다. 맡는 배역에 따라 완전히 딴 사람이 된다는 느낌을 주는 배우들은 특히 이러한 감각이 출중하거나 잘 훈련되었다고할 수 있겠지요.

 

몸과 마음을 백지로 만들었다면 이제 사실적인 연기로 백지를 채워야 합니다.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등장인물의 상황을 직접 체험해 보고 그 체험의 기억을 연기로 표현해 내는 일일 것입니다. 배우들은 여러 가지 경험을 두루두루 쌓아야 한다는 말이 다 여기서 나오는 거겠죠. 하지만 경험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송강호가 몇 년간 조폭에 투신하여 건달 생활을 해 보고 뱀파이어가 되어 본 것도 아닐 테니까요. 그래서 필요한 것이 관찰과 상상력 훈련입니다.

그러니깐 도대체 그놈의 메소드가 뭔데

@ 영화 박쥐 스틸컷 '한국형 뱀파이어라는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한 '송강호'

"정형화된 연기가 아니라 사실적인 배역 그 자체가 되는 것을 지향한다면, 배우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들이 바로 메소드인 것입니다."

 

특히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배역이라면 상상력 훈련과 분석 훈련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박쥐의 예처럼 상상의 존재인 뱀파이어를 연기하더라도 '내가 인간의 피를 빨지 않고서는 살수 없는 존재라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에 대해 배우 송강호는 치밀하게 상상하고 분석했겠죠. 이와 같은 작업을 통해 그는 판타지 영화 속 뱀파이어가 아니라 마치 존재할 것 같은 흡혈귀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메소드 연기에 관하여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그 첫째는 '사실적인 연기'라는 말이 '사실'과 동의어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초록물고기]의 송강호를 보며 '아니 어디서 저런 깡패가…'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극히 사실적으로 재창조된 배역에 불과합니다. 만약 진짜 건달이 출연한다고 해도, 화면을 송두리째 삼켜버린 송강호 만큼의 위압감이나 카리스마를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사실적인 연기의 핵심은 바로 배우가 창조한 위압감과 카리스마에 있었습니다.

 

그외의 매소드 연기법의 사례를 간단히 알아볼까요?

그러니깐 도대체 그놈의 메소드가 뭔데

@영화 머니시스트 스틸컷 '감량의 끝을 보여준 크리스찬 베일'

'아메리칸 사이코'(2000년) '다크 나이트'(2008) '아메리칸'(2014)로 국내에 잘 알려진 크리스천 베일은 육체적 한계에 도전해가며 자신의 배역에 100%로 몰입하는 '메소드 연기'로 유명한 배우입니다.특히 2005년 영화 '머시니스트'에서의 파격적인 변신에 팬들의 놀라움은 컸습니다.

 

베일은 이 영화에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환자 역할을 맡아 무려 30kg을 뺀 해골 같은 모습으로 충격을 줬으니깐요. 영화 '머시니스트'에서 베일은 잠을 자지 못해 날로 야위어가는 기계공 트레버 레즈닉을 맡았는데 주인공은 단순 불면증이 아니라 잠만 들면 자신을 괴롭히는 악몽 때문에 수면에 빠져들지 못하는 역할로 나오는데요. 1년째 잠들지 못하는 트레버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은 가끔씩 찾아가는 창녀 스티비의 품 속뿐입니다.

 

심각하게 말라버린 몸과 만성이 되어버린 피로감, 낯설음과 이상한 심리적 체험,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불안감속에도 불꽃처럼 타오르는 스티비와의 사랑이 관객들을 사로 잡았었죠. 크리스천 베일은 영화 '더 파이터'에서도 마약중독으로 활동을 중단한 권투선수 역을 맡아 또다시 극한의 체중감량을 시도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작품의 리얼리티 를 위해 그가 보여주고 있는 잇단 도전과 모험에 동료배우들이 경외감과 함께 아낌없는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는게 사실이죠.

그러니깐 도대체 그놈의 메소드가 뭔데

@ 영화 대부 스틸컷 '전설적인 배우의 전설적인 메소드 연기의 말론브란도(오른쪽)'

이제는 고인이되신 전설적인 배우 말론 브란도는 1954년 카잔 감독의 영화'워터 프론트'에서 메소드 연기의 진가를 보여줬습니다다. 깡패조직에 혈혈단신으로 대항해 노동자의 권익을 찾는 테리 역을 맡은 그는 육체의 고통 뿐 아니라 불안과 희망 등 내면의 정서를 적나라하게 묘사해 찬사를 받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말론 브란도 이후 제임스 딘, 폴 뉴먼, 캐서린 헵번, 로버트 레드포드, 페이 더너웨이, 더스틴 호프만,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톰 행크스 등이 뒤를 이었죠.

그러니깐 도대체 그놈의 메소드가 뭔데

@ 영화 여인의 향기 스틸컷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알파치노'

특히 알 파치노는 영화 '대부'에서 고독한 마이클을 연기하기 위해 본 녹화와 리허설 이외에는 다른 배우들과 전혀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여인의 향기'에서는 눈 먼 퇴역군인 역에 너무나 빠져들어 실제로 실명 직전까지 갔을 만큼 연기에 몰입한 것으로 유명하니깐요.

 

시간이 나시는 분들은 위에 언급한 영화중 본 것이 없다면 배우가 어떻게 몰입을 하며 역할을 했는지 참고하며 영화를 보는 것도 새롭게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재미를 떠나 더 깊이 무언가 체험 할 수 있는 계기가 될테니깐요. 결국 ‘메소드‘라는 단어는 단순 연기방법을 떠나 스타가 아닌 명배우로서의 가치를 보여주는 배우들의 흥미로운 사례로 기억될 듯 싶습니다.

 

[디아티스트 매거진=김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