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여행 ] 잠시 추억여행, 어떠세요?

떠날 수 없는 자, 떠나라!

by디아티스트매거진

떠날 수 없는 자, 떠나라!

뉴올리언스의 어느 골목에서 만난 예술가

아, 여행가고 싶다. 아, 떠나고 싶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니, 어쩌면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이 말이 입 밖으로 새어나올 때가 있다.

 

며칠 전, 엄마와 얘기를 나누던 중 나도 모르게 ‘아, 미국 가고 싶다.’라 말해버렸다. 이 말을 들으면 내가 미국을 꿈꾸는 사람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고, 왜 하필 미국이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사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다만 1년 전, 교환학생의 신분으로 6개월간 미국에서 지냈고, 그 여유로운 생활을 마음껏 즐겼으며 교환학생을 마친 후 여러 곳을 여행하며 만끽했던 그 즐거움이 그리워졌을 뿐이다. 나는 지금 취업준비생이니까.

 

그랬더니 엄마가 하신 말씀. ‘그래도 너는 그리워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니 좋은 거야. 힘들면 그때를 생각하면 되잖아.’

 

사실 그 말을 들었던 순간에는 ‘그리워하면 뭐해. 현실은 아닌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엄마의 말이 맞았던 것 같다. 정말 엄마의 말은 구구절절 다 옳은 말이란 말인가. 하여튼 사진 인화에 취미가 있는 나로서는 그 사진들을 모두 모아 앨범을 만들곤 하는데, 미국에서 찍은 사진이 담긴 앨범을 보곤 행복했으니. 정말 엄마의 말을 들으면 떡 하나 더 생기는 걸까.

 

그래도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었다. 하지만 막상 여행을 떠나려니 돈도, 시간도, 그럴만한 명분도 충분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별 수 있나. 추억여행 떠나야지. 그래서 다시 한 번 그때의 앨범을 펼쳤다. 아마 누군가 내가 앨범을 보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면, 나는 어딘가 좀 모자라는 듯 ‘흐흐’하며 웃고 있었겠지.

 

교환학생 생활이 끝난 직후 약 한 달가량 미국 이곳저곳을, 캐나다에도 다녀오며 여행했지만 교환학생 시절에도 시간만 허락한다면 열심히 여행을 하려 노력했다. 그 중 한 곳이 루이지애나 주의 뉴올리언스. 미국의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다녀온 곳이었다.

 

내가 예술가라면(?) 이곳의 골목에서 꼭 버스킹을 해볼 것이다. 그 어떤 예술 활동도 가능하다. 나는 자유의 여신상이 되어 가만히 서있어도 되며 혼자 탭댄스를 춰도 되며 친구들과 밴드 연주를 해도 된다. 물론 가만히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겨도 좋다. 내가 누구든, 내가 무엇을 하든 예술이 되는 곳. 하지만 동시에 웬만큼 ‘예술’을 해선 안 되겠다 싶은 곳.

그곳이 바로 뉴올리언스다.

떠날 수 없는 자, 떠나라!

뉴올리언스이기에 가능한 풍경 또 한 가지. 골목,골목마다 예술가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정말이지 골목마다 버스킹이 있는 곳은 처음이었다. 몇 발자국만 옮기면 또 다른 음악이 흘러나오고 또 다른 그림이 그려지고 또 다른 춤을 추고 있으며 또 다른 행위 예술을 볼 수 있다. 괜히 재즈의 본고장이겠는가. 아니, 재즈를 넘어 예술의 본고장은 아니더라도 혹시 예술의 천국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떠날 수 없는 자, 떠나라!

뉴올리언스의 골목에서라면 쉽게 볼 수 있는 밴드

계속해서 떠오르는 선명한 장면이 하나있다. 앞앞 골목에서 기타 연주를 하는 청년을 보고 앞 골목에서 밴드의 버스킹을 보았다. 그리고 이 골목에서는 기타를 연주하는 중년의 남성과 그 곡에 맞춰 탭댄스를 추는 젊은 여성의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둘의 공연이 끝난 후 사람들은 그들을 향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좀처럼 여운이 가시지 않아 그 자리에 잠시 서있었다. 그런데 그때 기타를 치던 아저씨는 기타를 내려놓고는 탭댄스를 추던 아가씨와 어딘가 아주 정중하게, 그리고 아주 우아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서로에 대해 다정한 눈빛이지만 너무나 정중해 마치 남같이 느껴졌달까. 아직 결성한지 얼마 안 된 팀인가, 하는 의문이 들 때 그는 관객들에게도 인사를 하더니 훌훌 떠났다. 엥?

 

알고 보니 그 남성은 지나가던 행인이었던 것. 원래 탭댄스 아가씨는 음악 CD를 튼 채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 지나가던 그 남성이 옆에 있던 기타를 들고 연주를 시작한 것이다. ‘뭐야, 여긴 행인도 예술가야?’ 하는 생각에 웃음이 지어졌다. 다시 한 번, 이곳에선 누구든 뭘 하든 괜찮은 곳이구나, 아니, 행복한 곳이구나. 또, 함께 할 수 있는 곳이구나.

떠날 수 없는 자, 떠나라!

탭댄스 아가씨와 기타 아저씨. 그렇게 인사를 나누곤 아저씨는 다시 자신이 가던 길을 걸어갔다.

아,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그때의 기억에 빠져버렸다. 엄마 말이 맞네, 맞아.

그때의 여행을 떠올리며 마지막으로 몇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다. 만약 뉴올리언스로 여행을 가게 된다면 잊지 말 것!

 

첫째, Preservation Hall의 공연을 예약할 것. 아주 작은 공연장에서 브루스 재즈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현장구매도 가능하지만 표가 매진될 수도 있기에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특별 공연도 있는데 아마 가격은 더 비쌀 것이다. 재즈에 조예가 깊거나 특별히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이 아닌 이상 정기공연을 보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그리고 공연시간의 한 시간 전에는 가서 줄을 서 있을 것. 그래야 앞줄에서 공연을 볼 수 있다. 나는 맨 첫 줄에서 공연을 보았는데, 손만 뻗으면 연주자의 발을 만질 수 있을 거리였다.

 

둘째, 뉴올리언스에는 아주 유명한 맛집인 Cafe Du Monde(카페드몽)이 있다. 언제가든 줄을 서야하고 사람이 넘쳐날 것이니 추천할 만한 시간대는 없는 듯하다. 프랑스식 빵인 비녜와 커피 한 잔은 아주 환상적이다. 다만 조용한 분위기를 기대해선 안 되고 종업원들도 그다지 친절하진 않다. 사실 미국에서 돌아온 이후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 프랑스에 갔었는데 역시 비녜 본고장의 맛이란. 아주 잠시, 내가 왜 뉴올리언스에서 그 비녜를 먹으려 그렇게 줄을 기다렸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카페드몽에 안 가면 섭하지.

 

셋째, 미국의 남부인 뉴올리언스는 맛있는 음식이 참 많다. 그리고 어딘가 우리의 입맛과 비슷하다. 사실 나는 비녜도 좋았지만 뉴올리언스의 남부 음식이란 정말 환상적이었다. 검보, 잠발라야, 오이스터는 꼭 먹어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침부터 밤까지 오랫동안 뉴올리언스를 즐길 것. 정말이지 해가 떠 있을 때와 해가 졌을 때의 분위기가 아주 다른 곳이다. 그리고 음악이 울려 퍼지는 골목에서 바라보는 석양의 모습은 꼭 추천하고 싶다.

떠날 수 없는 자, 떠나라!

뉴올리언스에 간다면 꼭 가야하는 맛집, Cafe Du Monde

떠날 수 없는 자, 떠나라!

Cafe Du Monde에 간다면 비녜와 커피 한 잔은 꼭 해봐야 한다.

떠날 수 없는 자, 떠나라!

골목에서 바라본 뉴올리언스의 석양

지금 내 모습을 누군가 사진으로 찍는다면 나는 ‘흐흐’하고 웃고 있는 모습일 것이다. ‘추억 여행’, 참 괜찮네. 떠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때,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와 함께 ‘추억 팔이’는 어떨까.

 

바쁠 때 바쁘더라도 ‘추억여행’ 정도는 괜찮잖아?

 

[디아티스트매거진=정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