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예술이 정치가 되고, 때로는 정치가 예술이 된다

[컬처]by 디아티스트매거진
때로는 예술이 정치가 되고, 때로는

프란시스 알리스 (Francis Alys, Belgian, b. 1959)

프란시스 알리스 (Francis Alys, Belgian, b. 1959)는 벨기에 출신의 현대 행위예술가이다. 그는 원래 벨기에 서부 투르네(Tournai) 와 베니스에서 건축을 공부하였는데 1986년 프랑스 아트 프로그램에 참여자로 멕시코에 왔다가 이 낯선 땅에 매료되어 현재까지 멕시코 시티에서 활발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프란시스는 벨기에와 멕시코 그밖에 다른 나라를 오가며 예술 작업을 하기에 '노마딕아티스트' (nomadic-artist) 우리말로는 ‘여행하는 예술가’ 라고도 불린다. 또한 멕시코라는 지역적 특징이 프란시스 예술의 모티프이자 예술 재료가 되기에 우리는 그를 '장소 특정적 미술가'(site-specific artist)라고도 부른다.

 

프란시스는 현재 서양현대미술계에서 꼽는 <TOP 100 Artist Ranking>*에서 18위(2015년 15위)를 차지할 정도로 상당한 영향력을 갖춘 작가인데, 그의 작업이 이토록 주목을 받는 것은 어지러운 사회적 문제를 그만의 유머를 가미한 시적인 유머로 풀어내기 때문이다. 본 글의 제목에서 이미 주지하였듯이 “때로는 예술이 정치가 되고, 때로는 정치가 예술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제 그의 예술세계를 살펴보자.

 

때로는 예술이 정치가 되고, 때로는

Sometimes Doing Something Leads to Nothing(1997)

1997년 프란시스의 퍼포먼스 Sometimes Doing Something Leads to Nothing(1997) 는 우리의 노동이 때때로 들인 노력과는 별개로 아무런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는 태양이 작열하는 오후 한 낮에 꽁꽁 얼린 얼음을 질질 끌면서 멕시코시티를 돈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단단했던 얼음은 뜨거운 태양아래 다 녹아 온데 간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힘겨운 노동이 그 어떤 생산적인 결과물도 남기지 않고 허무하게 소비되었다. 이 퍼포먼스는 멕시코 시티 근로자들의 고된 노동과 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임금을 은유하는 것이다. 퍼포먼스는 15분짜리 영상물로 제작되었고, YouTube에서 5분짜리로 편집된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때로는 예술이 정치가 되고, 때로는

Sometimes Doing Something Leads to Nothing(1997)

Rehearsal 1(1999-2004)은 프란시스가 빨간색 VW 비틀즈를 타고 Tijuana라는 언덕을 오르는 퍼포먼스이다. 차에는 멕시코 포크밴드 음악이 울려 퍼진다. 이 음악은 ‘이어지다 끊기다’를 반복한다. 프란시스도 이에 맞춰 ‘가다 서다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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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hearsal 1(1999-2004)

이를 지켜보는 관람객은 ‘대체 어느 세월에 언덕을 오를까나’ 하며 답답해진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프란시스가 의도한 것이다. Tijuana는 멕시코의 우범지역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골치 아픈 지역이라고 한다. 해마다 이 지역은 어두운 이미지를 벗고 보다 살기 좋은 곳이 되겠노라 야무진 공약을 펼친다고 한다. 그러나 늘 무성한 말뿐이다. 프란시스는 이것을 꼬집어 자신의 예술로 풍자하고자 한 것이다. “대체 어느 세월에 바뀌는데?”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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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faith moves mountains(2002)

When faith moves mountains(2002) 프란시스의 가장 대표작이라 말 할 수 있다.'산을 옮길 만큼의 믿음'이란 말이 있다. 긍정적인 믿음이 기적을 불러온다는 의미이다. 2002년 프란시스는 페루와 리마의 경계 지역인 Ventanilla 의 거대 모래 언덕을 옮기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프란시스는 500명의 자원봉사자들을 대동하여 이들에게 삽을 쥐어주고 줄을 맞춰 세워 구호에 따라 삽질을 시킨다. 이 프로젝트는 15분가량의 비디오로 제작되었는데 앞부분에는 여기에 동원된 자원봉사자들의 작업 전 인터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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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faith moves mountains(2002)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사람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바보 같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작업을 마치고 난 후 소감을 담은 인터뷰에서는 '할 수 있다! 우리가 해났다'라는 성취감으로 들떴다. 이것이 바로 프란시스가 기대한 것이다. 그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때로는 아주 우스꽝스러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 할지라도 신념을 가지고 서로 힘을 합친다면 작은 변화라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멕시코 국민들에게 아무리 고질적인 문제라 해도 ‘함께라면 해결 할 수 있다’라는 희망과 응원을 보내는 작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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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rnado, 2000-2010

멕시코에는 1년에 한 번꼴로 모래 언덕에서 토네이도가 발생한다고 한다. 프란시스는 2000년도부터 매년 이 토네이도 발생지에 가서 어깨위에 카메라를 얹고 토네이도를 향해 돌진하는 퍼포먼스를 해왔다. 그는 왜 이 위험천만한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일까? 바로 이 물음이 그가 던지는 화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따금씩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심지어 성공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을 한다. 프란시스는 바로 이 '무모한 도전'을 외치고 싶은 것이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부딪혀 보라는 것이다. 그것도 적당히가 아니라 온몸으로 달려들어 정면 돌파 하라고. 이는 멕시코가 안고 있는 사회, 정치, 경제적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온몸 부서 저라 노력하자는 메시지를 담는다.

 

끝으로, 서양의 어느 아트 매거진이 다룬 프란시스 인터뷰 중 “당신은 정치적인 예술가입니까?” 라는 질문에 대한 프란시스의 답변을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 하겠다.

“정치적 언어라는 게 수백만 가지 있을 테죠. 매우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저는 제 작업을 시적인 언어로 풀어요. 그래서 관람객으로 하여금 이야기를 듣게 하죠. 이야기에 빠진 관람객은 차츰차츰 이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정치적 문제, 우스꽝스러운 사건들, 사회 제도 문제를 인식할 수 있게 되요. 무엇이든 상관없어요. 영상물이던 그 어떤 작업방식이던. 단 한 번이라도 관람객을 내 작업으로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난 내 예술세계 있어 두 번째 층인 정치적 담론의 장으로 이끌고 가죠.”

*자료출처: http://www.artfacts.net/index.php/pageType/ranking/paragraph/4/lang/1 

 

[디아티스트매거진=양효주]

2016.12.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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