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부라 한 게 어제 같은데"…엔비디아 소식에 현대차 '초위기 상황'
칩 공급사였던 엔비디아가 자율주행 플랫폼과 로보택시로 영역을 확장했다. 현대차는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프레너미’ 관계 속에서 소프트웨어 주권이라는 난제를 마주하고 있다.
정의선-젠슨 황 만남 훈풍에도… 엔비디아, 벤츠와 ‘플레이어’ 행보
“칩만 받는 줄”… 엔비디아 SW 진출에 현대차 ‘계산 복잡’
‘오월동주’ 협력과 경쟁… 자율주행 주도권 ‘불편한 동거’
현대차, 엔비디아 경쟁 / 출처 : 연합뉴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실리콘밸리에서 만나 웃으며 식사를 함께했던 것이 불과 엊그제 같다. 당시 두 수장의 만남은 미래 모빌리티 동맹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5일(현지시간) CES 2026에서 엔비디아가 ‘로보택시 직접 진출’을 선언하면서, 두 회사의 관계는 단순한 협력 파트너를 넘어 미묘하고 복잡한 ‘경쟁 관계’로 재편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단순한 ‘반도체 공급사’의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완성차 업체들의 고유 영역이었던 자율주행 운영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 시장까지 영토를 확장했기 때문이다.
“칩은 주는데, 운전석도 넘보네”… 모호해진 아군과 적군
현대차와 엔비디아는 여전히 떼려야 뗄 수 없는 ‘깐부(단짝)’다. 현대차그룹의 모든 차량에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반도체(NVIDIA DRIVE)가 탑재되어 인포테인먼트와 제어 시스템을 구동한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강력한 동맹이다.
현대차, 엔비디아 경쟁 / 출처 : 연합뉴스 |
하지만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영역으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엔비디아는 이번에 벤츠와 손잡고 자체 자율주행 AI ‘알파마요’를 탑재한 로보택시를 선보였다.
이는 엔비디아가 “우리는 칩만 팔 테니, 서비스는 너희가 알아서 해”라는 기존 입장을 버리고, “우리 솔루션을 쓰면 당장 자율주행차를 굴릴 수 있다”며 완성차 업체의 파이를 직접 건드린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핵심 부품 공급사가 갑자기 경쟁사(벤츠)와 손잡고 시장에 진입한 상황”이라며 “협력은 계속해야 하지만, 자율주행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독자 생존이냐, 편승이냐… 현대차의 ‘SW 딜레마’
현대차의 고민은 깊어진다. 현대차는 테슬라에 대항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들여 독자적인 소프트웨어(SDV)와 자율주행 기술(모셔널)을 개발해왔다. ‘타사의 기술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소프트웨어 주권(Sovereignty) 확보가 목표였다.
현대차, 엔비디아 경쟁 / 출처 : 연합뉴스 |
그러나 엔비디아가 ‘알파마요’라는 완성형에 가까운 자율주행 플랫폼을 내놓으면서 셈법이 꼬였다.
엔비디아의 플랫폼을 채택하면 당장 기술 격차는 줄일 수 있지만, 현대차 고유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사라지고 엔비디아 생태계에 종속될 위험이 크다.
반대로 독자 노선을 고집하자니, 1분기 상용화를 선언한 엔비디아-벤츠 연합군보다 속도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프레너미(Frenemy)’ 시대의 생존법
전문가들은 이를 글로벌 빅테크와 완성차 업계 간의 필연적인 ‘영토 전쟁’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엔비디아 경쟁 / 출처 : 연합뉴스 |
구글, 애플, 엔비디아 등 테크 기업들은 자동차를 ‘바퀴 달린 컴퓨터’로 보고 OS(운영체제)를 장악하려 하고, 현대차 등 완성차 기업들은 하드웨어 하청업체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소프트웨어 방어막을 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엔비디아의 로보택시 진출은 현대차에게 위기이자 자극제”라며 “하드웨어에서는 엔비디아와 손을 잡되, 소프트웨어에서는 차별화된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고난도의 ‘줄타기 경영’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웃으며 밥을 먹던 동맹은 이제 같은 시장의 파이를 두고 다투는 경쟁자가 됐다. 협력과 견제 사이, 현대차의 정교한 ‘투트랙 전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윤상현 기자 ij.with@withnews.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