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zine] 내륙의 숨겨진 속살 ①

[푸드]by 연합뉴스

서울에서 1시간 남짓…'新단양팔경'을 만나다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충북 단양은 청량리역에서 KTX 이음으로 1시간 18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과거 교통이 불편할 때와 비교하면 천지가 개벽한 느낌이다.


이제 단양은 획기적으로 좋아진 접근성 덕분에 수도권과 견줄 만큼 편리한 여행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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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을 배경으로 한 패러글라이딩 [사진/성연재 기자]

◇ '높은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행복'


단양은 패러글라이딩 천국이다.


단양군 남쪽은 높이 1439.67m의 소백산이다.


단양은 산세가 수려하지만, 소백산 지역과는 달리 남한강을 끼고 있어 예로부터 물놀이와 천렵의 천국이었다.


산이 높고 계곡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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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무에 싸인 단양 [사진/성연재 기자]

덕분에 풍광이 아름다워 높은 곳에서 아래쪽을 조망하는 경치가 다른 고장에 비해 탁월하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패러글라이딩 명소인 단양군 가곡면 사평리의 두산(斗山)이다.


이곳은 전망에 있어서는 대한민국 둘째가라면 서러운 카페가 한 곳 있다.


평생 펜션업을 해 오다 팬데믹 시절 카페로 바꾼 '구름 위의 산책'이다.


동네 이장도 역임한 카페 주인 연태응 씨는 이곳에서 20여년 살면서 카페를 한 땀 한 땀 본인의 손으로 가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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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계단 뒤로 보이는 단양 풍경 [사진/성연재 기자]

그는 목공에 소질이 있어 한쪽에 목공소를 뒀다.


신기한 것은 이 카페 건물부터 모든 것이 연 씨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공산품처럼 규격화된 것처럼 보이는 테이블과 의자까지 모두 연 씨의 작품이다.


이곳은 흔히 말하는 '노을 맛집'이다.


서쪽으로 난 야외 테이블과 실내 테이블 모두에서 탁 트인 전망을 바라볼 수 있다.


특히 2층은 40여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대형 연회장까지 갖췄다.


주인장이 펜션업을 했던 기억이 나서 방 하나 얻어 며칠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노을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 위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탄 2명이 나타났다.


흥분에 찬 목소리로 외치는 말이 카페에 앉은 사람들에게도 들린다.


그들은 아래쪽 단양 읍내 쪽으로 둥실 떠내려간다.


해발 520m에 달하는 이곳 두산에만 활공장이 4개나 된다.


양방산 등에 소수가 있지만 패러글라이딩은 두산 쪽에 대다수가 몰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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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의 잔도 [사진/성연재 기자]

◇ 절벽 길 따라 걷는 남한강 잔도


고저 차이를 통해 즐길 수 있는 행복은 또 있다.


휘휘 도는 남한강 줄기 풍경을 따라 아슬아슬한 절벽 길을 걷는 적성면 애곡리의 단양강 잔도(棧道)가 그것이다.


잔도는 벼랑길에 걸린 길이다.


충북 개인택시 단양군지부 건물 옆에 있는 단양강 잔도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편리하다.


이곳에서 이정표를 따라 걷다 보면 KTX 이음이 지나가는 철교가 오른쪽으로 눈에 띈다.


그 밑으로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면 본격적인 잔도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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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바라본 단양강 잔도 [사진/성연재 기자]

담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의 아슬아슬함이 느껴진다.


일부 구간에서는 강물이 훤히 내려다보이도록 바닥에 구멍이 뚫려있다.


높이도 20m에 달하기 때문에 담력이 있는 사람도 스릴이 느껴질 정도다.


총길이는 1.2㎞가량이지만, 걷는 데 걸리는 시간은 서너시간이 훌쩍 넘는다.


난간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아름답고 또한 스릴 넘치기 때문이다.


이곳을 걷는 사람 절반은 현지인이며, 절반은 관광객이다.


현지인들은 이 길을 산책 삼아 걷는다.


산책길이 너무나 호화롭다는 생각이다.


현지인의 발걸음은 빠르지만, 관광객의 발걸음은 느리다.


사진을 찍고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다 보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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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바라본 단양강잔도 [사진/성연재 기자]

◇ 새로운 인공 구조물 만천하 스카이워크


잔도 위는 단양군에서 새로 세운 만천하 스카이워크다.


절벽 위로 죽 뻗은 전망대 3개가 서 있어 '쓰리 핑거'라는 별명을 얻은 스카이워크는 올라서면 가슴 쫄깃한 느낌이 든다.


바닥이 고강도 투명 유리와 철망 구조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올라서면 올망졸망 소백산 자락의 높은 산과 깊은 남한강 푸른 물이 만들어내는 산수화 같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는 외줄에 몸을 맡긴 채 맞은편 산 아래로 내달릴 수 있는 집와이어와 물놀이장 슬라이드 느낌의 '만천하 슬라이드', '알파인코스터' 등 색다른 즐길 거리도 체험할 수 있다.


만천하 스카이워크는 월요일이 휴장일이다.


10월 29일까지 매주 금∼일요일 오후 6~10시 야간 관람도 가능하다.


그 아래쪽에는 차 한 대만 아슬아슬하게 통과가 가능한 천주터널과 애곡터널이 있다.


두 터널 모두 터널 내부를 화려한 불빛으로 장식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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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와이어 타는 관광객들 [사진/성연재 기자]

◇ 오지마을 헌책방에서 나를 되찾다


올여름 유난히 사람들을 괴롭혔던 길고도 끈질긴 장마와 태풍, 지긋지긋한 가마솥 무더위도 지나가고 아침저녁으로 가을 기운이 신선한 9월이다.


달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제 나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다.


이름 없는 시골의 헌책방이던 단양군 적성면 현곡리의 새한서점은 영화 배경지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우장훈 검사(조승우 분)의 아버지 집으로 나오면서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오지마을에 자리한 서점은 생뚱맞기까지 하다.


현곡리 마을에서 10여분 꼬불꼬불 시골길을 달려야 서점 입간판을 만날 수 있는데, 시골길 한가운데 차를 세운 뒤 오른쪽 밑으로 난 좁은 비포장 길을 한참을 걸어 내려가야 한다.


차 출입은 사양한다는 표지판이 있는데, 실제 걸어보면 이해가 된다.


승용차는 바닥을 긁기 십상이다.


이윽고 도착한 헌책방은 왠지 친근감이 가득한 모습을 하고 있다.


얼핏 보면 옛 시골 학교 분교 같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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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모습의 새한서점 [사진/성연재 기자]

낡은 지붕과 나무 벽면 등은 시간을 거슬러 간 느낌을 준다.


내부에서의 사진 촬영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휴대전화로 몇 장 찍는 정도만 허용된다.


책방 곳곳에는 '책은 사진 촬영을 위한 소품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제발 책 사진 촬영하러 서점에 가는 일은 그만했으면 하는 마음 가득하다.


SNS 발달 이후 얼마나 많은 촬영용 책방과 촬영용 도서관이 세워졌던가?


돈 냄새에 빠른 대기업들은 이러한 사람들의 허영을 이용해 쇼핑몰에도 '촬영용 책방'을 세웠다.


계곡을 따라 지어진 건물 내부를 내려가면 헌책방 특유의 쿰쿰한 내음이 전해져온다.


바닥도 흙바닥이다. 책방 한쪽에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삽 한 자루가 놓여 있다.


비가 많이 왔을 때 아마 흙바닥으로 물길이 나 이를 막기 위한 용도였으리라 생각됐다.


지나가다 오랜만에 옛 어린 시절 잡지 몇 권을 발견했다.


어릴 적 친구를 발견한 것처럼 반갑다.


그때의 나는 어디로 갔을까.


오랜 친구가 묻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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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이 가득 찬 이끼터널 [사진/성연재 기자]

◇ '사랑이 이뤄지는' 이끼터널


적성면 애곡리의 이끼 터널은 콘크리트 옹벽의 사면에 온통 이끼가 가득 자리 잡는 바람에 명성을 얻은 곳이다.


실제 아무런 이름 없는 도로였다.


심지어 터널도 아니었다.


젊은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사진 촬영을 한 뒤 '인생샷을 건졌다'고 소문이 나면서 알려진 곳이다.


도담산봉 등 전통적인 여행지는 젊은 층들의 외면을 받고 사진 찍으면 잘 나오는 관광지들이 최근 뜨고 있다. SNS용 관광지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실제 터널은 아니지만 사면 위쪽에는 나무들이 녹색 터널을 만들어 마치 이끼 터널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인도가 없으므로 도로 가운데서 인증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주변 공사 현장에서 대형 트럭들이 자주 다녀 교통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어 다소 주의가 필요하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왔다는 김민지 씨는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사랑이 이뤄진다고 해서 남자친구와 함께 찾아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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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굴 구석기 유적지 [사진/성연재 기자]

◇ 금굴 구석기 유적지


최근 단양을 찾는 젊은 여행자들이 구석기 유적지 방문에 열을 올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약 70만 년 전 구석기 시대 문화 유적지인 단양읍 도담리 금굴은 관광객의 외면을 받아온 남한강 변의 유적지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이곳에서 사진 촬영을 하면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최근 이곳을 찾는 젊은이들이 많이 늘었다.


금굴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구석기 문화 유적지로 손꼽힌다.


70만 년 전 구석기 시대부터 3천 년 전 청동기 시대까지 우리 선조들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민무늬 토기와 주먹도끼 등 다양한 유물들이 동물 뼈 등과 함께 발견됐다.


이곳도 별다른 이정표가 없어 찾아가기가 다소 어렵다.


단양 읍내에서 차를 몰고 삼봉대교를 건넌 뒤 도담터널을 지나자마자 우회전한 뒤 자세히 보면 강가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그러나 차는 내려가지 못하므로 길가에 차를 대고 도보로 200m가량을 걸어 내려가면 굴을 만날 수 있다.


굴 바깥은 뙤약볕이 내리쪼이는 엄청나게 더운 날이었으나 내부로 들어가니 이내 시원해졌다.


이곳에서도 전남 순천에서 왔다는 젊은 여성들을 만났다.


굴 내부에서 바깥을 향해 찍는 것이 요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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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떡갈비 [사진/성연재 기자]

◇ 마늘요리 먹지 않으면 손해


단양 육쪽마늘은 조직이 단단하고 미네랄 함유량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중성에 가까운 약산성의 석회질 토질이 많다.


단양 농부들은 타지역보다 일찍 마늘을 파종하지만, 수확은 대체로 늦은 편이다.


땅에서 자라는 기간이 타지역에 비해 길어 땅의 기운을 많이 받는다는 말이다.


대략 10월쯤 파종하고 수확은 6월쯤이다.


덕분에 조직이 단단하고 저장성이 좋다.


맛도 강한 편이다.


조리 시 조금만 넣어도 강한 마늘 향을 느낄 수 있다.


단양에는 마늘을 소재로 한 요리가 예로부터 많이 발달해 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마늘 떡갈비다.


마늘과 쇠고기를 다져서 경단처럼 빚은 것이다.


단양 읍내에는 수많은 마늘 요리 전문점들이 있다.


그 가운데 단양 마늘 떡갈비 전문점을 한 군데 찾았다.


단양강변에 자리 잡은 이 음식점은 수십 년 전통을 가진 곳이다.


조금 기다렸더니 철판에 지글지글 익어가는 마늘 떡갈비가 한 상 나왔다.


상추에 마늘을 조금 넣고 떡갈비를 함께 먹었더니 매콤한 마늘 맛과 함께 고소한 갈비 맛이 잘 어우러져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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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갈비 마늘만두 [사진/성연재 기자]

다음날 들른 곳은 단양 읍내의 구경시장이다.


장을 보기 위해 읍내로 나온 많은 주민과 관광객들이 섞여 북적이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새우를 넣은 마늘 만두가 유명하다.


사실 마늘보다 새우의 모습이 더 부각돼 주객이 전도된 모습이긴 하지만 젊은 여행자들 사이에 이곳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새우가 들어간 새우마늘만두와 인삼이 들어간 인삼 갈비마늘만두 등을 팔고 있었다.


하나씩 맛봤다.


이곳은 30분 거리의 인삼 산지 풍기와 가깝다.


소백산 자락에선 자란 인삼을 만두에 쓴다.


쌉싸래한 인삼의 맛이 그대로 전해졌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3년 9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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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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