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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3분 인문학

인문학의 존재 이유

by윤홍식

요즘 갑자기 인문학 붐이 일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계시고, 저도 여러 곳에서 불러 주셔서 인문학 강의를 많이 하는데요, 사실 인문학이 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막연히 인문학을 해야 한다는 강박감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여러분은 왜 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계십니까? 우리는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인문학이 지금 우리의 현대 사회에서 해야 할 역할은 바로 ‘힐링’입니다. 힐링이라는 말의 의미가 요즘 너무 가벼워져서 오해의 소지가 있긴 한데, 제가 말하는 힐링은 잠시 위안을 주는 대증요법적인 차원이 아니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치유를 말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곳곳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데, 우리는 어디가 썩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는 채로 살고 있습니다. 건강한 상태가 어떤 것인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어떻게 살 때 가장 건강하게 사는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고 또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어떻게 잘못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죠.

 

예컨대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인간이 패하고 이제 로봇의 시대가 온다고 하면 겁만 낼 뿐이지, 로봇이라는 게 결국 인간을 위해 나온 것이라는 큰 개념 속에서 그것을 소화할 역량이 아직 안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설령 일부 소수가 그런 인문학적 비전을 가지더라도 사회 전체가 그것에 공감해 줘야 하는데, 그런 사회로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반성하는 상황에서, 먼저 ‘힐링’이라는 주제로 사회가 한번 들썩였습니다. 그러다가 이제는 ‘인문학’으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죠.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값싼 힐링으로 잠깐 기분이 좋아질 수는 있겠지만 문제를 해결할 답을 얻지는 못할 테니까요.

인문학의 존재 이유

스치듯 지나가는 내 월급은 '가격파괴 초저가' 힐링... ㅜ_ㅜ (삽화: 차망우인)

결국 인문학을 통해서 여러분이 찾고자 하는 건 무엇인가요? 인류의 오랜 지혜 속에서 지금 내가 살아갈 길을 찾고 싶은 것 아닌가요? 그 수 천 년의 지혜를 응축하면, “인간은 이렇게 살아야 가장 잘 사는 것이다!” 하는 결론이 나는데, 그런 삶을 사는 이상적인 인간상을 저는 ‘군자’와 ‘보살’로서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그런 전형적인 군자요, 보살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소크라테스의 변론』에서 소크라테스는 주장합니다. “하늘은 아테네 사람들에게 진선미를 가르쳐 주라고 내게 명령했다. 그래서 내가 이 일을 하는 것이다. 나는 평생 이것만 했다.” 그런데 아테네 사람들은 그를 추방시키려 했죠. 그러자 소크라테스는 “하늘은 아테네 사람들에게 진선미를 가르치라고 나를 보냈으니, 아테네에서 추방할 바에는 차라리 나를 죽여라.” 하고 말합니다.

 

돈 몇 푼만 쥐어 주면 얼마든지 감옥에서 도망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사형을 주장한 쪽도 위험부담이 커서 추방만 하고 말려고 했는데, 소크라테스가 사형을 원하다시피 해서 죽이게 된 것이죠. 얼마든지 죽음을 피할 수 있는데 소크라테스는 왜 그런 기회를 마다한 것일까요? 그것은 의연하게 ‘진선미’에 맞게 죽는 모습을 아테네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테네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각성할 수 있다면 자신이 희생해도 괜찮다고 생각한 것이죠.

 

이런 고전을 읽어보면, 과거의 철학자들이 얼마나 투철한 보살관 또는 군자관을 갖고 살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우리 모두가 철학자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문학을 통해 인간으로서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건강한 것인지에 대한 표준을 잡고, 그것을 통해 우리 삶의 문제들을 치유해 보자는 것입니다. 역대 4대성인의 삶을 기준으로 삼으면 가장 쉽게 바람직한 표준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그런 삶의 기준을 가지면, 직업 하나를 선택하더라도, 어떤 직업이 연봉이 높은가가 아니라, “내가 한 인간으로서 뿌듯하게 살아갈 수 있는 한편, 인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인문학을 통해 삶의 많은 부분에서 그런 영감을 얻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