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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3분 인문학

인문학의 결론
'역지사지'

by윤홍식

인문학의 결론은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나는 평생 동안 이것만 했다!” 하고 강조한 것은 ‘서恕’로서, ‘내가 당해서 싫은 일을 남에게 하지 않는 것(己所不欲 勿施於人)’이었습니다. 서恕는 ‘같을 여(如)’에 ‘마음 심(心)’으로, 남과 나를 똑같이 여기는 마음을 뜻합니다. 즉 상대방의 입장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려해서 상대방이 싫어할 것부터 하지 말자는 것이죠.


성경에서 예수는 뭐라고 했나요? 예수가 모든 율법과 예언서의 골자라고 했던 ‘황금률’은 ‘남에게서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에게 먼저 해주라는 것’입니다. 공자와 예수의 대표적인 주장이 결국 하나로 통하고 있지 않은가요? 이것이 바로 ‘양심’이고, 소크라테스가 평생 동안 추구했던 ‘진선미眞善美’의 극치예요. 


그러니 만약 여러분 주변 사람들에게 진선미를 보여주고 싶다면, 나라면 당하고 싶지 않은 그것을 상대방에게 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리고 나라면 원할 것 같은 그것을 상대방에게 해주면 됩니다. 그러면 상대방은 여러분이 옳고, 선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리고 감동을 받게 되어 있지요. 


부처는 『법구경』에서, “자신의 마음으로 남을 헤아려 남을 해치지 말고, 해치라고 시키지도 마라.”고 말했습니다. 동서양의 위대한 성인들이 얻은 결론이 모두 같지 않은가요? 그 마음이 곧 ‘자비’이고, ‘사랑’이고, ‘인仁’이죠. 

인문학의 결론 '역지사지'

내 입장만 주장하는 '돌고도는 물레방아'가 너무 많다. (삽화: 차망우인)

공자가 강조한 ‘인仁’을 한자로 풀면, ‘남’(人)과 자신을 ‘똑같이’(=) 생각하라는 의미가 됩니다. 지금은 ‘두 이(二)’ 자가 되어서 달라졌는데, 원래 갑골문에는 위와 아래의 길이가 같았고, 수학의 이퀄(등호, =) 기호와 통하는 의미였습니다. 결국 남과 나를 똑같이 생각하라는 것이죠. 그러면 내가 당해서 싫은 것은 남도 싫을 것이라고 여겨야 하겠죠.


내가 당해서 싫은 일을 남에게 하지 말고, 내가 남의 입장이었다면 원했을 것을 해주라는 그 명령은 생명체가 존재하는 한 필요하고, 당연히 지켜야 될 규칙입니다. 문화가 다르고 환경이 달라서 그 모양새는 조금씩 다를지라도 그 규칙 자체는 모든 사회에서 공통이죠. 


상대가 싫어할 일을 하면 안 되고,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게 맞다는 규칙이 바로 불변하는 ‘양심’입니다. 겉모습은 그 시대, 그 문화가 좋아하는 대로 변하겠지만,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서 해준다는 역지사지의 본질은 시공을 초월하여 같은 것이죠.


우리는 흔히 ‘나는 상사에게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또는 ‘인간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하고 고민하는데, 자신의 양심을 들여다보면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상사에게 어떻게 해야 될지를 알고 싶다면, 내 부하 직원이 나에게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는지를 돌이켜보아 그대로 상사에게 하면 되니까요. 마찬가지로 효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자식이 나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것을 부모님께 해드리면 됩니다. 


또 만약에 여러분이 정치나 경제 등 각 분야의 리더라면, 리더로서 어떻게 생각하고 움직여야 할까요? 내가 부하직원이라면 당하기 싫을 그것, 내가 국민이라면 싫어할 그 일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에요. 그러면 그때부터 최고의 경영이 펼쳐집니다. 우리는 이미 인간관계의 중요한 열쇠를 갖고 있고, 답을 알고 있는 것이죠. 


양심이 들어가면 모두가 살만해진다는 게 바로 이런 의미입니다. 제가 『양심이 답이다』라는 책을 냈는데, 그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도 이것입니다. 욕망을 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욕망이 주로 문제를 일으키지만, 양심이 투입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죠. 욕망 때문에 괴롭다고 해서 욕망을 없앨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욕망을 관리할 수만 있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당해서 싫은 것은 남에게 하지 말자!"는 '양심'을 어기지만 않는다면, 어떠한 욕망도 잘못될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관리된 욕망은 오히려 축복입니다. 이 간단한 진리를 우리가 삶 속에서 체험하지 못한다면, 인간관계도, 자아실현도 이루기가 어려워집니다. 자아실현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남과 어우러지면서 해야 하니까요.


좋건, 싫건, 우리는 끝없이 ‘인간관계’ 속에서 살다가 가야 합니다. 그리고 인간관계 경영의 달인이 되는 비결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이것만 잘 하면 여러분은 남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 없이, 제대로 평가받을 것입니다. 


결국, 세상의 모든 일은 ‘역지사지’ 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습니다. 동방 고대문화의 정수인,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자!”는 ‘홍인인간의 이념’ 또한 역지사지를 널리 잘 하자는 주장일 뿐입니다. 역지사지가 있는 곳에 공존이 있고 화평이 있고, 없는 곳에 파멸이 있고 불화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와 전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모든 병통의 원인도, 들여다보면 역지사지의 부족일 뿐입니다. 병의 원인을 알면 치유도 가능하기 때문에, 역지사지로 사람들의 양심을 회복시키기만 하면 모든 문제들은 차차 치유되어 언젠가는 건강한 상태로 돌아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