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ong glory, 신영숙

[컬처]by Y
One song glory, 신영숙

1999년 뮤지컬 <명성황후>의 손탁부인 역으로 데뷔한 이래 신영숙은 매해 서너 편씩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후 서울예술단에 적을 두면서 연기와 춤의 기본기도 탄탄하게 쌓아온 그녀가 무대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믿음직스러운 쪽으로나 아쉬운 부분에 있어서나 아, 서울예술단 출신 배우로구나 하는 면이 있었다. 2006년의 <크리스마스 캐롤>을 마지막으로 퇴단하기까지 예술단에서 그녀가 보여준 작품 중 특히 기억할만한 것은 <바리>와 <바람의 나라>일 것이다. 

 

일반적인 창작뮤지컬에 비해 안무를 포함한 비주얼 요소가 매우 중요시되었던 실험적인 두 작품에서 신영숙은 각각 타이틀 롤인 바리공주와 주인공 무휼의 누이 세류 공주 역을 맡아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장 뛰어난 것은 물론 가창이었지만 몸을 쓰는 연기에 있어서도 빠지는 것이 없었다. 무대의 정중앙에 섰을 때나 그 바로 뒷줄이 맡은 자리일 때나 신영숙은 작품의 무게중심을 잡는데 적절한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오늘날 한국 뮤지컬계에서는 드물게 긴 극단생활을 해온 경험은 협업으로서의 무대 공연에 임하는 자세와 태도 면에서 그녀의 큰 자산이 되었다. 

 

뮤지컬계에서 주인공은 어지간해서 작품 수가 줄거나 규모가 작아지더라도 그대로 쭉 주인공이다. 데뷔 초 잠시 단역과 조연을 맡을 수는 있지만 한 번이라도 주인공이 되면 그 아래로 내려오는 법은 어지간해서는 없다. 하지만 신영숙은 이러한 제약에서도 자유로운 드문 배우이다. 압도적인 원톱이었던 적은 없지만 한국 뮤지컬계에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여배우들을 생각해야 할 때 언제부터인가 당연하게 그녀의 이름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신영숙은 다카라즈카 가극단에 도전했어도 성공했을 것이라고 상상하게 하는 흠잡을 데 없이 탄탄한 테크닉과 에너지, 그리고 드라마틱한 표현력으로 주책없는 유모와 강인한 공주 역을 모두 무리 없이 소화해낸다. 연기 스타일이 매우 확실한데 그러면서도 소화할 수 있는 역할의 스펙트럼 역시 첫손에 손꼽히는 독특한 방향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진 여배우이다.

 

한국 관객들이 특히 선호하는 서정적인 미성이 아니라 위엄 넘치는 강한 발성을 가지고 있고 그 특유의 탄탄한 목소리를 무기로 관객이 의식할 겨를도 없이 다양한 캐릭터로 자연스럽게 연기 변신을 해낸다. 무엇보다도 신영숙의 가장 빼어난 장점은 한 곡의 뮤지컬 넘버를 부를 때 음악으로 그려낼 수 있는 가장 풍성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이다. 그녀의 One song이라고 할 수 있는 ‘황금별’을 기억해보자. 다른 많은 뛰어난 배우들과 비교하였을 때도 특별히 매력적이었던 신영숙만의 무엇, 어떤 개성이 뮤지컬 <모차르트!>를 상징하는 노래에 그녀의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키게 한 것인지 되짚어보는 것은 배우 신영숙의 가치를 조금 더 잘 이해하는 방법이 된다. 신영숙이 부른 ‘황금별’이 특별한 것은 그 소박하고 익숙한 이야기를 정직하게 전달하면서도 풍성한 표현력으로 입체감과 생명력을 불어넣어 듣는 이의 가슴을 절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스팸어랏>과 <팬텀>에서 거침없는 망가지고 능수능란하게 관객을 휘어잡는 코미디 연기를 선보일 때나 얼음장 같고 강철 같은 카리스마 속에 숨겨진 뜨거운 정염을 폭발적인 가창력과 함께 쏟아내던 <레베카>에서나 신영숙은 언제나 과욕을 부리지 않고 작품에 필요한 만큼의 역할을 수행한다. 누구보다 먼저 눈에 띄는 가장 화려한 꽃이거나 샛별이었던 적은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를 인정받는 더 고된 성취를 이루고 있다. 그녀 자신에게나 한국의 뮤지컬 관객에게나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닌가.

 

글 Y

일러스트 영수(fizzjang@naver.com)

2016.10.2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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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로, 기자로, KBS, 아리랑 TV, 공연 잡지에서 일했고, 지금은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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