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유채꽃·해변·현무암… 제주의 봄, 사색(四色)에 홀리다
기수정의 여행 in
100년 된 '전농로 왕벚나무'…흩날리는 꽃잎 '황홀'
노란 유채꽃·에메랄드 바다 등 이국적 풍광에 흠뻑
4월은 제주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달이다. 영롱한 물빛 머금은 에메랄드 바다는 잔잔히 흐르고, 길게 터널을 이룬 왕벚나무에서는 분홍빛 꽃비가 내린다. 샛노란 유채꽃 물결, 검은 돌담, 우뚝 서 있는 풍차까지…. 색(色)의 잔치가 펼쳐진 제주의 풍경을 마주하자마자 ‘인증샷’을 남기고 싶은 욕구가 샘솟고, 자연스레 스마트폰을 꺼내 든다.
컬러풀한 제주를 배경으로 수백장의 인증사진을 찍고, 수십장의 인생사진을 SNS에 남긴다. 파스텔톤 가득한 봄의 감성이다.
분홍빛 왕벚꽃 비가 되어 흩날리네 ‘전농로’
왕벚나무가 벚꽃 터널을 이룬 전농로[사진=기수정 기자] |
제주 시내 한복판, 진풍경이 펼쳐진다. 수령이 100년 가까이 되는 아름드리 왕벚나무들이 터줏대감처럼 제자리를 지키고 있고 소담한 꽃송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벚꽃 명소 중 한 곳 '전농로'의 풍경이다.
일반 벚나무와 달리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왕벚나무는 제주도와 전라북도 대둔산에서만 자생하는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한때 일본의 국화(國花)라 해서 베이고 꺾이는 수난을 당하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수령이 100년 가까이 되는 아름드리 왕벚나무들이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키는 전농로[사진=기수정 기자] |
KAL호텔 사거리에서 남성 오거리까지 약 1.2km에 이르는 전농로 왕복 2차선 도로 양쪽에 왕벚나무가 빼곡히 늘어서 있다. 수십 년 된 왕벚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이 거리는 해마다 봄이면 벚꽃이 만발한다. 길게 뻗어 나간 가지마다 벚꽃이 수북이 피어나 하늘을 뒤덮는다. 보기만 해도 황홀한 꽃 터널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도 벚꽃이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꽃비가 가히 장관이다. 검은 아스팔트는 이내 순백색 꽃잎으로 뒤덮여버리고, 위아래로 온통 벚꽃 세상이 된다. 전농로는 차를 타고 달리는 것보다는 은은히 퍼지는 꽃향기를 맡아가며 천천히 걷는 것이 좋다. 벚꽃 사이로 내리쬐는 따사로운 햇살과 향기로운 봄바람이 겨우내 쌓였던 묵은 기운을 훌훌 털어준다.
샛노란 유채꽃과 분홍 벚꽃, 그리고 하얀 풍차까지 '녹산로'
봄꽃의 대표주자인 벚꽃과 유채꽃이 한자리에서 피어 장관을 이루는 녹산로[사진=기수정 기자] |
봄을 만끽하러 가는 길, 제주도 가시리를 빼놓고 가면 섭섭하다. 가시리 유채꽃 군락지는 제주 최대의 유채꽃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유채꽃 군락지로 가는 중간, 봄꽃의 대표주자인 벚꽃과 유채꽃이 한자리에서 피어 장관을 이루는 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시리마을을 가로지르는 녹산로다.
가시리 사거리부터 유채꽃 군락지까지 약 10km에 걸쳐 이어진 녹산로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드라이브 코스다. 차도를 중심으로 길가에 노란 유채꽃이 피어 화사한 봄을 수 놓는 이 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2년 연속 선정됐을 정도로 환상적이다. 매년 많은 이가 차를 타고 녹산로 드라이브를 즐기고, 너나 할 것 없이 차에서 내려 인생사진을 남기기에 여념 없다.
형형색색 화려한 봄꽃의 자태는 잠자던 감성을 일깨우고 향기로운 꽃내음이 지친 마음을 위로한다. 샛노란 유채꽃은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흔들려 황금물결을 이루고 연분홍 벚꽃은 하늘하늘 도로 위에 살며시 떨어진다. 찰나에도 일렁이는 봄의 감성이다.
도로 끝에는 발전 풍차 13기와 넓은 유채꽃밭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는 유채꽃 플라자가 있고, 약 3만여 평의 드넓은 부지에 유채꽃밭의 환상이 가득한 가시리 조랑말 공원도 자리한다. 유채꽃을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까지 즐길 수 있는 이곳에서 사진을 남기며 부지런히 봄을 실어 나른다.
여기가 인증샷 명소네~물빛 아름다운 제주 해변
에메랄드빛 바다가 아름다운 협재해변에서 인증사진을 찍는 여행객들. 맞은편 비양도도 눈에 들어온다.[사진=기수정 기자] |
물빛이 아름다운 제주 협재해변은 이미 삼각대, 셀카봉 등을 챙겨 나온 여행객으로 가득하다. 조개껍질이 많아 햇빛이 조금만 내리쫴도 은빛으로 반짝이는 백사장, 투명한 에메랄드빛 해변이 드넓게 펼쳐져 있어 꽤 이국적인 풍광이 펼쳐진다.
해변 맞은편에 자리한 비양도는 맑고 깨끗한 해수와 어울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섬 속의 섬' 비양도와 해 질 녘 붉은 노을은 장관을 연출해 일몰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멀지 않은 곳에는 한림공원과 협재굴, 명월대, 황룡사, 영각사 등이 있어 해수욕과 함께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중문 색달해변도 아름다운 해안 풍경과 야자수의 이국적인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많은 이가 찾는 '인증샷' 명소다. 아름다운 쪽빛 바다와 활처럼 굽은 모래언덕이 어우러져 해양레포츠 명소로도 손꼽힌다. 매년 1월 1일에는 바다 수영대회인 '펭귄 수영대회'도 이곳에서 열린다. 이곳 해수욕장의 모래는 흑색과 회색, 적색, 백색 등 네 가지가 섞여 있어 해가 비추는 방향에 따라 해변의 색이 달리보인다.
전농로로 향하기 전, 만개한 벚꽃이 시선을 사로잡는다.[사진=기수정 기자] |
가시리 유채꽃 군락지. 제주 최대의 유채꽃 축제가 이곳에서 열린다.[사진=기수정 기자] |
하얀 풍력발전기와 샛노란 유채꽃이 이국적인 풍광을 선사한다.[사진=기수정 기자] |
협재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는 여행객들의 모습[사진=기수정 기자] |
전농로를 찾아 벚꽃을 즐기는 커플의 모습[사진=기수정 기자] |
봄꽃의 대표주자인 벚꽃과 유채꽃이 한자리에서 피어 장관을 이루는 녹산로[사진=기수정 기자] |
봄꽃의 대표주자인 벚꽃과 유채꽃이 한자리에서 피어 장관을 이루는 녹산로[사진=기수정 기자] |
가시리 유채꽃 군락지[사진=기수정 기자] |
가시리 유채꽃 군락지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사진=기수정 기자] |
글.사진 제주=기수정 기자 violet1701@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