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레드, 국내 콘텐츠 산업을 흔들 수 있을까?

유튜브가 유튜브 레드를 내놓았다.

참고 기사 : 구글 '유튜브 레드' 국내 상륙…동영상 시장 '전운'

유튜브 레드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산업에 대한 기본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장 쉽게 나누어보자면 콘텐츠는 크게 UGC와 RMC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RMC는 Ready Made Contents의 약자로서 전문가들이 만드는 기성제작형 콘텐츠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면 기존에 방송국이 만들던 콘텐츠이다. UGC는 우리나라에서는 UCC라고 많이 불리는 콘텐츠 인데 User Generated Contents의 약자이며, 일반인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이다. 기존의 유튜브가 UGC를 중심으로 하는 동영상 포털이었다면 유튜브 레드는 유료의 프리미엄 RMC 콘텐츠를 제공해주는 서비스이다. 


한편 이처럼 이분화된 동영상 콘텐츠의 구분법은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정확하게 시장에 적용되었다. 콘텐츠 시장은 전문가와 일반인으로 딱 구분되어 칼로 자르듯이 나눌 수 있었다. 그 배경에는 일반인들이 전문가 수준의 콘텐츠를 뽑아낼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는 있었을지 모르지만, 일반 장비와 전문가용 장비간의 격차가 있었다. 또, UGC에 등장하는 일반인과 TV에 등장하는 셀러브리티의 영향력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폰으로 찍는 동영상조차도 그 품질이 매우 좋아지고 일반인 인플루언서들이 크게 성장하며 그 두 시장 사이에는 그레이존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이런 변화로 인해서 유튜브는 유튜브 레드라는 사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UGC로 유명한 유튜브가 RMC사업을 하는 것 말이다. 앞서 말했듯 유튜브는 UGC로 성장한 서비스이다. 물론 유튜브가 UGC만을 다루겠다고 선언을 한 적은 없지만 RMC를 송출하던 수많은 서비스들과 유튜브가 차별화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차이점은 분명 UGC에 있었다.

유튜브 레드, 국내 콘텐츠 산업을 흔

그렇다면 시청료를 받고 RMC를 송출하는 유튜브 레드의 모델을 가져온 모습은 채소장수가 과일을 파는 것과 같은 것일까? 사실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유튜브는 애초부터 UGC라는 채소도 팔고 있었고 RMC라는 채소로 몰래 팔고 있었던 형태에 가까워 보인다. 유튜브의 사업 확장 부분에서 그들이 다루고자 하는 새로운 콘텐츠의 이질성이 가지는 단점보다 기존에 유튜브가 갖고 있는 동영상을 보고싶어 하는 수많은 사용자층의 장점이 훨씬 커 보이는 것이다. 나의 관심사는 오히려 UGC와 RMC의 경계선이 희미해져 가는 바로 이 시점에 그에 적합한 서비스를 들고 나오는 유튜브의 Time to Market 전략에 있다. 


참고로 나의 개인적인 유튜브 사용Scene을 살펴보면 첫째로 조깅과 같은 운동을 하면서 음악을 스트리밍하고, 두 번째로 출퇴근과 같은 시간 중에 1인 미디어인 MCN 및 개인이 만든 혹은 촬영한 UGC를 본다. 마지막으로 역시나 소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유튜브에 있는 RMC를 본다. 웹드라마 같은 종류는 마지막에 포함된다. 이처럼 혼합된 유형의 여러 가지 콘텐츠를 나와 비슷하게 소비하는 사람이라면 그 매체를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유리하다. 내가 2015년도에 썼던 책인 ‘One UX’에도 적었듯이 Minimalism이나 Simplicity의 관점에서 자연스럽게 수렴되는 방향성이다. 우리가 은연중에 소비하고 있던 유튜브 내의 RMC 콘텐츠를 양성화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나은 미디어 콘텐츠 서비스는 사실상 없는 것 아닌가?


다만 이처럼 하나의 미디어 매체가 그 모든 콘텐츠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콘텐츠 수준이 그 각각을 따로 제공하는 매체들에 비해서 최소한 떨어지지는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중 하나라도 딱히 볼 것이 없다고 판단되면 사용자는 즉시 콘텐츠가 풍부한 다른 매체로 이동하기 마련이다.  이런 논리에 따라 유튜브 레드가 북미지역에서 성공하지 못하였다. 경쟁 서비스인 넷플릭스나 훌루에 대비하여 딱히 볼 만한 콘텐츠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는 한국이다. 우리나라에는 북미처럼 쓸만한 유료 미디어 콘텐츠 서비스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RMC 콘텐츠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서비스는 사실상 네이버TV캐스트뿐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들의 경쟁력은 계약을 통해 성사된 것이지 전략이나 역량의 범위는 아니지 않나 싶다.


만일 네이버TV캐스트의 UGC영역 빨리 넓히기 경쟁과 유튜브의 RMC영역 빨리 넓히기 경쟁이 국내에서 벌어진다면 승자는 누가 될 수 있을까? 이 역시 단순 계약만으로 콘텐츠 수급이 가능한 RMC쪽의 흡수가 훨씬 빠를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유튜브 내부적으로는 미국 시장이 아닌 곳에서 이 서비스를 성공하게 해야 하는 충분한 동기부여도 있다.


우리나라의 RMC 시장은 곰TV나 다음TV팟이 보여줬듯이 자생력이 크지 않았다. 그들은 대부분 시즌이 지난 영화나 평범한 지상파 프로그램을 송출하였고 시장을 제패하지 못하였다. 이런 허약한 시장이기에 유튜브가 레드 서비스를 빠르게 진출시키려고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유튜브 레드, 국내 콘텐츠 산업을 흔

나는 유튜브 레드가 일단 미드 애청자층을 공략할 콘텐츠를 갖고 한국형 넷플릭스로 거듭난 후 지상파 콘텐츠 송출 계약을 나중에 가져오는 그림이 떠오른다. 이미 유튜브 레드에 있는 영문 콘텐츠에 한글 자막을 제공하고 있는 그들을 보면 한국 전략에 성의가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거기에 더하여 유튜브 레드는 다운로드 기능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유튜브 레드에서 라이선스 이슈가 없는 RMC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아 제작한 패러디 콘텐츠를 오리지널 유튜브에 다시 올리는 긍정적인 선순환 구조도 상상이 된다. 그런 식으로 시장이 흘러가면 유튜브는 최근 페이스북에게 빼앗겼던 콘텐츠 시장의 주도권을 쉽게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네이버TV캐스트 등의 국내 콘텐츠 서비스들 역시 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유튜브처럼 송출하는 콘텐츠의 포맷을 다양화하거나 넷플릭스나 아마존처럼 고퀄리티의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향도 있을 것이다. 일단 네이버TV캐스트는 그 이름부터가 서비스 확장에 제약이 되지 않을까 싶은 걱정이 앞선다.

201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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