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스위치가 흥미로운 5가지 이유

[테크]by 문재승

소식이 뜸했던 닌텐도가 오랜만에 큰 소식을 안겨주었다. 바로 닌텐도 스위치(Nintendo) 출시이다. 닌텐도DS 시리즈와 Wii로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폰에서 IoT로 격변하는 시대를 통과한 닌텐도가 또 한 번 유쾌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완전히 잡아먹힐 것 같았던 콘솔 게임은 아직 살아 있다. 실제로 지금 이 순간 혹은 매일 저녁 집에서 온몸을 움직이며 콘솔게임을 즐기는 마니아들이 소비의 주체이다.

1. 디바이스가 주는 시그니처 사운드의 임팩트

잊을 수 없는 소리가 있다. 듀퐁 라이터의 소리 그리고 모토로라 스타텍을 열 때 나는 소리. 이런 소리에는 중독성이 있다.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가 주는 소리는 소리를 내기 위해 움직이는 손동작 즉 손맛과 어우러져 그 제품을 사랑하게 한다. 그래서 많은 제품이 컨셉만 따라 하다 많은 실패를 겪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예전에 팬택에서 나왔던 듀퐁폰과 같이 말이다.

 

이번에는 닌텐도가 한 번 시도해 볼 모양이다. 닌텐도 스위치의 첫 소개 영상인 'First Look at Nintendo Switch'에 그 느낌이 적나라하게 살아 있다. 게임기와 컨트롤러의 결합과 분리에서 나오는 소리 그리고 인서트 그래픽에서 더해지는 탈착 사운드는 영상 자체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다만 실제 닌텐도 스위치를 쓸 때 나오는 소리가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임팩트 있을지 궁금해진다.

2. 모듈형 스마트폰에 이은 모듈형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는 새로운 제품이다. 하지만 분명 낯설지 않다. 모바일 디바이스인 상태로는 닌텐도DS 시리즈가 떠오른다. 아마도 조작 버튼이 일관성 있게 유지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방향키 조작 버튼이 좌우 대칭인 형태는 PSP 디자인에 가깝기도 하다.

 

일반적인 휴대용 콘솔 게임기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닌텐도 스위치가 기존 게임기와 차별화된 부분이라면 컨트롤러 영역이 분리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승부수이다. 이런 분리 형태는 사용자가 컨트롤러를 자유롭게 움직이며 쓸 수 있다는 위치의 자유뿐만 아니라 분리된 스크린 영역을 게임 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용도의 자유도 함께 줄 수 있다. 다만 G5에서 볼 수 있듯이 모듈형 디바이스는 항상 품질상의 이슈를 동반할 수 있다. 닌텐도가 스위치의 잦은 탈착을 견뎌낼 수 있는 하드웨어 생산 능력을 갖췄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닌텐도 스위치가 흥미로운 5가지 이유

3. 집과 밖은 완벽히 연결될 수 있는가?

닌텐도는 왜 컨트롤러를 분리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마도 그 중심에는 집과 밖의 게임을 연결하기 위한 철학이 담겨있지 않나 싶다. 콘솔은 전형적인 집 안의 게임기였다. 다행히 모바일의 신세계 속에서 PSP와 NDS 등의 제품들이 선방했지만, 집과 밖은 서로 다른 섬처럼 따로 머물러 있었다. 이런 분리된 UX의 흐름은 닌텐도에 잠재된 큰 이슈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집 안팎에서 모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컨트롤러와 게임 본체는 오랜 숙원사업이었을 것이다. 결국, 닌텐도 스위치는 그 둘을 합치는 역사적인 프로젝트인 셈이다. 우리는 'First Look at Nintendo Switch' 영상에 나오는 닌텐도 스위치의 스크린을 집안 도킹스테이션에 끼우는 동작을 보면서 닌텐도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4. 게임만 생각하는 기획자가 만든 User Scene들

닌텐도 기획자를 단 한 명도 알지 못하지만 그들은 분명 세상에서 가장 게임에 미쳐 있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닌텐도는 과거 FPS 게임을 위해 총 모양의 Wii zapper라는 컨트롤러를 만들어냈다. 닌텐도 스위치는 게임밖에 모르는 그들의 창의성이 좀 더 범용적인 영역으로 적용된 제품인 듯하다.

 

닌텐도 스위치가 보여주는 User Scene들을 보면 기존의 닌텐도 제품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보인다. 비행기 안과 같은 좁은 공간에서 화면과 컨트롤러를 분리하고 허리를 구부리지 않은 채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나 파티장소나 농구코트 등을 배경으로 삼삼오오 친구들이 모여서 가볍게 게임을 함께 즐기는 모습 등이 그것이다. 이제 닌텐도 스위치의 성공 여부는 실제로 고객들이 닌텐도가 의도한 대로 제품을 사용해 줄 것인지에 달려있다.

닌텐도 스위치가 흥미로운 5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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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VR과의 궁합에 대한 기대

위에 이야기한 네 가지 특징 혹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내가 생각하는 닌텐도 스위치는 놀라운 혁신과 같은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많은 이들의 열광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라면 오히려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닌텐도가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더욱 근본적으로 게임 유저의 몰입을 끌어낼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시작은 아마도 VR이지 않을까. 이미 모듈화되어 있는 디바이스에 액세서리 형식으로 VR기기를 제공하면서 그 VR기기가 다양한 콘텐츠 그리고 닌텐도가 제공하는 Wii zapper 혹은 조이콘과 같은 기상천외한 컨트롤러들과 섞였을 때 이 산업은 종합예술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닌텐도는 포문을 열었다. 이제는 닌텐도가 왜 강박증이 걸린 것처럼 닌텐도 스위치 프로젝트를 꼭꼭 숨겼는지 이해가 된다. 게임 시장은 스마트폰에 완전히 잡아먹히는 줄 알았지만 결국 살아남았다. 그렇지만 그 땅은 여전히 언제 물이 차올라 사라질지 모르는 몰디브 섬과 같다. 내년 3월로 예정된 닌텐도 스위치는 아직 약 5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3분 37초짜리 영상으로 분위기는 완벽히 무르익었다. 그들이 다시 사람들의 지갑을 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1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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