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토박이와 대구토박이가 함께 한 1박 2일 대구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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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는 봄날입니다. 모두 바쁘게 산으로 들로 공원으로 봄을 즐기고 느끼고 있지만 올 해 저는 봄을 맞는 제 모습이 예전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전에는 봄이면 설레고 몽글몽글하던 것이 이제는 '봄이네 꽃이 예쁘네' 하는 정도로 무심해진 것이죠. 그동안 쉬지 않고 달려와 지친 것일지도 모르고 새로운 곳에 적응하느라 아직 긴장감이 배어있어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는 'Time waits for no one.' 이라는 명대사가 떠올랐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내버려 두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즉흥적으로 1박 2일 대구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대구친구가 늘 서울과 다른 점이 많다고 이야기하곤 해서 내려가는 길에 서울과 대구의 느낌은 얼마나 다른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1. 먹는 게 남는거다! 맛집탐방족을 위한 대구의 음식문화

1) 북적북적 서문시장, 부추 향 가득 '국수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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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만난 대구는 서문시장이었습니다. 서울로 치면 '동대문과 전통재래시장'을 합쳐놓은 느낌입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무척이나 사람이 많고 흥하는 느낌이 든다는 점입니다. 친구도 길을 잃을 수도 있다면서 손을 꼭 붙잡고 다녔습니다. 한 가지 인상깊었던 건 서문시장 안의 '국수골목'입니다. 시장에서 국수를 파는 것이야 그다지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한 라인 전체가 국수를 파는데 그 모든 가게에 전부 손님이 가득가득합니다. 부추를 가득넣은 국수를 한 젓가락하시는 손님들 모습을 보면서 겨우 유혹을 참고 걸음을 옮겼습니다.


2) 대구에 왔다면 짜장면 짬뽕 대신 '야끼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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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성애자인 저와 친구가 국수의 유혹을 참고 맛본 것은 <중화반점>의 야끼우동과 탕수육, 샤오롱바오(육즙이 터져나오는 중국식 만두)였습니다. 대구친구 말로는 서울에서는 야끼우동을 서울에선 본 적이 없난 것 같다고 했는데 서울토박이인 제가 봐도 신세계였어요. 야끼우동이라 그래서 일본식 음식을 상상했는데 맛은 '국물 자박하고 불맛나는 볶음 짬뽕' 맛입니다. 새빨간 비주얼에 비하면 별로 맵지는 않습니다. 중국집의 클래식 짜장면 짬뽕 대신 손님들도 모두 야끼우동에 탕수육을 시켜먹는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옆자리 손님분은 이 두 개를 시키시고 남기고 가셨는데 배가 고팠던 친구와 저는 두 개를 다 비우고 아담한 샤오롱바오까지 고추간장에 살뜰히 챙겨먹었답니다! 친구랑 서로 부끄러워했죠) 대구하면 왠지 기억남을 이미지 하나에 야끼우동 하나 추가요!


3) 대구 딸기케익의 진수, 커피명가 딸기케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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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히 배를 채우고 디저트를 먹으러 커피명가에 들렸습니다. (먹고 또 먹고 디저트 배가 있는 제가 신기하네요) 커피명가는 서울에는 현재 성북구 보문 쪽에 하나 지점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서울에도 홍대의 피오니, 상수의 르쁘띠푸 등 유명한 딸기케익 집이 넘쳐나지만 대구만의 딸기케익을 맛보고 싶다면 커피명가만 한 곳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딸기'케익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큼 가능한 선에서 딸기를 최대화하고 크림과 위아래 빵과 생크림이 놓여있는데 딸기덕후라면 눈도 입도 즐거우실 거에요. 본점은 고풍스러운 느낌인데 분점은 좀 더 현대적인 느낌입니다. 한 때 너무 딸기케익이 잘 나가서 카페 영업에 문제가 생겨 딸기케익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는데 '임신한 아내를 위해 찾아온 남편분들 죄송합니다' 이런 문구가 붙을 정도였으니 인기가 상상이 가시죠? 딸기케익에 가려져 커피의 인지도는 뒤로 밀린 것 같지만 아메리카노 하나만으로도 커피 맛을 즐기실 수 있으니 커피명가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듯합니다.


4) 대구하면 섞어섞어 '납작만두+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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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얘기안하면 섭한 음식이죠, 납작만두와 찰떡궁합인 떡볶이입니다. 최근에 백종원의 맛집추천으로 '중앙떡볶이'가 엄청나게 유명해졌는데요. 대구친구의 추천을 공유하자면 납작만두+간장으로 납작만두 고유의 맛을 느끼려면 '미성당 납작만두', 납작만두와 달달한 떡볶이 맛집으로는 '중앙떡볶이', 납작만두에 양배추, 좀더 칼칼하고 조금 덜 단 떡볶이의 조합이 끌리신다면 제가 친구와 다녀온 '부산왕떡볶이'집을 추천드립니다. 속이 살짝 빈 듯한 게 포인트인 귀여운 납작만두와 떡을 함께 먹으면 부담스럽지 않게 만두와 떡볶이를 즐길 수 있어서 기분마저 좋아집니다. 떡볶이의 단짝 어묵과 어묵국물도 참 어울릴텐데 서울과 달리 대구에는 곳곳마다 어묵이 물어묵과 양념어묵으로 나뉠 만큼 양념어묵을 많이 파는 모습도 신기했습니다.

2. 이야기가 가득 담긴 멋진 거리, 멋진 건축물

1) 한약 내음 퍼지는 한방문화거리, 대구약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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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시내를 걷다 보면 한약 냄새가 짙어지는 곳이 있는데 바로 약령시입니다. 거리마다 한의원과 한약방들이 가득가득한 이 곳에서 구기자차, 국화차 등 다양한 차는 물론 홍삼 등 다양한 약재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한방문화를 이끌었다고 할 정도로 대구약령시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서울도 동대문구 제기동에 서울약령시인 제기동 약재시장, 한의학박물관이 있죠. 동대문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있다는 걸 보니 대구와 서울의 또다른 공통점을 찾은 기분입니다.


2) 근대로의 여행, 3.1운동 정신 깃든 골목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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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로의 여행'이라는 이름 하에 대구 골목투어에는 여러가지 코스가 있는데 제가 친구와 선택한 건 두번째 코스입니다. 지도대로 따라가지 않아 순서는 뒤죽박죽이겠지만 처음에 태극기가 길따라 잔뜩 걸린 3.1운동길에서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3.1운동 때 대구 학생들이 저 90계단을 지나갔다는 설명을 보니 뭔가 느낌이 달랐습니다. 담쟁이가 많아 청라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청라골목에는 옛 선교사들의 집과 우리나라 최초의 가곡 <동무생각>과 더불어 <청라언덕> 등 대표곡을 남긴 대구의 음악가 박태준에 대한 설명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대구를 막창, 납작만두, 분지지형 같은 먹거리나 지형적인 특색으로 기억하곤 하지만 근현대의 역사 속의 대구는 훨씬 뜨겁고 열정적이지 않았나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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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언어나 근현대사를 공부했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반가운 대구 사람들이 있습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같은 일제 저항적 시를 쓴 시인 이상화와 국채보상운동의 대표적인 인물 서상돈입니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고택의 위치 상 둘은 이웃사촌이 되어버렸네요(!)특히 이상화 고택에서는 두루마기를 입고 사진을 찍어볼 수 있었는데 두루마기에 모자까지 쓰면 그 순간은 독립운동가가 된 것 마냥 비장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근현대사에서 일제강점기를 만나면 분노가 불끈불끈하는데 만약 그 시대에 제가 살았더라면 저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3) 고딕양식의 종교 건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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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는 서울의 명동성당과 더불어 3대 성당이자 영화 <검은 사제들>에 나온 계산성당, 그리고 구제일교회와 제일교회가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고딕양식으로 지어졌다는 점입니다. 각지고 위로 갈수록 뾰족뾰족한 점이 특징입니다. 안타깝게도 성당은 미사중이라, 교회 앞에선 웨딩촬영이 한창이라 안에 들어가보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꼭 들어가서 구경해보리라 생각이 들만큼 현대 종교건축물과는 다른 깊이와 깔끔함이 묻어나는 건축물이었습니다.


4) 국내 아름다운 대학교 캠퍼스 top5에 들 계명대학교&계명문화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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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차에 들린 곳은 캠퍼스가 아름답기로 명성이 자자한 계명대학교&계명문화대학교(이하 계명대학교)입니다. 워낙 캠퍼스가 크기도 클 뿐더러 조경은 물론 길의 보도블럭까지도 정말 잘 정돈되어있었습니다. 특히 메타세콰이어 길이 유명한데 아직은 입이 파릇파릇 돋는 중이지만 곧 시원하게 펼쳐진 길을 만나보실 수 있다고 하네요. 교수님들께서도 학교가 너무 아름다워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기에 좋지 않다고 농담을 하셨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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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학교를 구경하면서 발견한 특징은 석상이 참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코끼리와 석등 등 다양한 석상이 나무나 계단근처에 많아서 더 조화롭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큰 틀에서 일관되게 학교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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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훨씬 초여름같은 느낌이라 벚꽃은 이미 져서 아쉬웠지만 수수꽃다리(라일락), 꽃아그배나무 등이 활짝 피어있어서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근처 주민들이 산책 겸 운동하러 오시는 장소로도 자주 애용한다는 계명대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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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구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을 하나 꼽으라면 친구와 친구어머님이었어요. 내릴 곳을 잘 몰라서 헷갈린 서울허당 저를 찾아서 챙겨주고,  같이 아침점심에 만들어먹을 반찬거리 사러 늦은 밤 동네를 걸어다니기도 하고, 라일락 향기 맡으면서 서로 좋아하기도 하고, 고생스럽게도 맛난 아침점심 밥상을 차려주시고도 떠날 때 먹으라면서 과일을 예쁘게 담아주시고, 드린 것보다도 더 많이 선물을 주셔서 마음이 따뜻하고 감사한 기억이 가득했습니다. 어머니께서 해주신 묵은지김치찜과 육개장, 마주스 먹고 더 기운 팍팍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친구는 대구에는 생각보다 별로 구경할 것이 없다고 했지만 저에게는 의미가 달랐다고 생각합니다. 친구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내가 말하면 대구 사람들이 금방 내가 서울 사람인 걸 알까?"


대답은 예상하시듯이 이렇습니다.


"그럼. 당연하지 딱 봐도 말투가 다르잖아"


하루이틀사이에 제가 대구를 다 알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 이거 하나는 분명합니다. 같은 한국이지만 말투는 물론 음식문화며 건축문화며 부분적인 역사까지 너무나 다른 대구는, 너무나 매력적이라는 점 말입니다! 저에게 봄날의 잊지못할 기억을 만들어준 대구, 같으면서 또 다른 문화를 즐기고 싶으시다면 언제든지 들러보세요!


장지원 rhksfl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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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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