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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디지털을 포기할 수 없는
당신에게 선물하는 아날로그

by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꾸준한 나의 영감님

 

나는 꽤나 자주 영감이라는 단어에 애정을 담아 이를 사용하곤 한다. 꾸준한 나의 영감님, 오늘의 영감님, 하면서. 영감이라는 것은 사전적 정의로 보았을 때 신령스러운 예감이나 느낌, 혹은 창조적인 일의 계기가 되는 기발한 착상이나 자극을 이야기하는데, 정말이지 나의 기준에서 영감이라는 것은 이토록 거창한 것뿐만이 아니라, 나의 모든 생산적 활동(―일기, 메모 등 주로 글―보통은 이를 창조적인 일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의 원천이 되는 일상 속의 소소한 마주침들이다. 이는 언제든 어디서든 튀어나올 수 있는 사소하고 흔한 것들이기에 나는 확신을 가지고 모든 하루에는 아주 작은 영감이라도 항상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다만 나의 경우에는, 그 흔한 마주침을 알아보고, 감각이나 생각을 통해 기억으로 확장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영감이라는 단어는 왜인지 모르게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라는 단어와 더욱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는 듯 하고, 사람들은 세상이 빨라진다며 흐름과 느림의 미학이라는 아날로그를 더욱 동경하고 쫓는 것 같다. 때문에 결국 사람들은 완벽하게 100퍼센트 아날로그하진 않아도, 최첨단의 길을 걷는 이 시점에서 나름대로 그를 곱씹을 길을 개척해 낸 것이다. 이제는 없이 살기 힘든 스마트폰을 통해 사람들은 저마다 아날로그와 영감을 조금씩 찾아가고자 한다.

디지털을 포기할 수 없는 당신에게 선

글을 쓴다는 것

나에게 있어 글을 쓴다는 행위는 머리 속을 떠도는 추상적인 생각들을 언어적으로 정리해서 보관하는 것과 같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겨울철에 과일청 따위를 차곡차곡 통 안에 쟁여놓았을 때와 같은 안정과 편안함을 불러오는 행위인 것이다. 글씨를 쓰는 것이 어색해진 지금, 늘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도 이러한 안정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이 어플은 매일매일 하루에 두 번씩 글쓰기에 영감을 주는 단어, 즉 글감을 전해준다. 나의 생각을 적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씀’을 읽을 수도 있으며 보관할 수 있다. 평상시에 굳이 생각하지 않던 소재들,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단어들을 접했을 때 잠시라도 혼자서 가지게 되는 사색의 시간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며, 하루 24시간 중 가장 반짝이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이 어플은 ‘일상적 글쓰기’를 추구한다. 이 빛나는 시간이 한 사람에게 일상이 되는 순간, 그는 시간을 더욱 느리고 여유롭게 만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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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 하루

이 앱에는 매일 하루를 기록할 수 있는 100자 원고지가 있습니다. 이 원고지를 어떤 하루로 채울 것인가는 인생의 작가인 당신의 결정입니다. 매일 같은 일상도 자세히 보면 모두가 다릅니다. 그러니 어떤 하루도 빈 칸으로 남겨두시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매일 쓴 하루가 일년이 되고, 십년이 되고, 끝내 당신의 인생이 될 것입니다. 좋은 책 쓰시길 응원하겠습니다. -개발자 올림

개발자는 어플 설명에 ‘100자는 짧지만 그래서 어렵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글자수의 제한이 있는 글을 써본 적이 있는 누군가라면 글의 분량을 늘리는 것보다 줄이는 것이 더욱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문장에는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꾸밈들을 없애고 줄이고 줄여서 하루를 꽉꽉 채워넣었을 때, 문장은 단순해지고 가벼워지며 담담해지고 소박해진다. 나는 추상적인 생각 자체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고 싶어 꾸밈을 잔뜩 넣은 문장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때때로는 내가 굳이 장황하게, 화려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짧은 한 문장으로 그 순간의 모든 기억이 와르르르 쏟아지는 때가 있다. ‘백자 하루’는 누군가에게 그 순간을 선물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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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DayQuestion

사실 이 글을 쓰는 것은 이 어플의 질문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어플은 하루에 한 번씩 당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최근 나에게 가장 영감을 주었던 것은?’이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매일 손에 쥐고 사는 핸드폰에서는 별 다른 영감을 얻은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써내려가듯 많은 어플을 통해, 또한 그 속의 정말이지 수많은 콘텐츠들을 통해 매일 같이 얻는 것이 영감의 연속이었다. 앞서 ‘씀’에서 이야기했듯 이 어플 또한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 질문하고 답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 시간의 결과물을 알지 못하는 퍽 다르고 많은 타인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디지털 속의 아날로그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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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는다는 것―인디포스트

글을 쓴다는 것은 나와의 시간을 만들어주고 나의 깊이를 확장시켜준다. 그리고 타인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나의 넓이를 확장시켜주는 것이다. 때문에 이미 참으로 많은 이들이 ‘쓰기’만큼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읽을 수 있는 플랫폼은 이미 셀 수 없이 많지만 나는 ‘인디포스트’라는 어플을 더욱이 추천한다. 이 어플은 사람과 문화, 예술 사이를 파고드는 글들이 주를 이룬다. 또한 수많은 사람들의 무리, 즉 대중이 주로 즐기는 문화가 아닌, 보다 알려지지 않은 문화예술에 대해 논한다.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디지털을 포기할 수 없는 당신에게 선 디지털을 포기할 수 없는 당신에게 선

사진을 찍는다는 것

아날로그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어느새 오늘날의 ‘선명한, 빠른, 번짐이 적은’의 반대격인 ‘흐릿한, 느린’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요즈음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그 의미가 깊어진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만의 멋이 있는 것이지만, 그 멋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그리워지는 것이라고.

구닥

여기에 그 기다림과 느림의 미학을 간직한 어플이 있다. 24장의 사진을 다 찍고 나서 3일을 기다려야만 내가 찍은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구닥’다리 옛날 카메라다. 오랜 시간 묵어 낡고 시대에 뒤떨어진 사물이라는 구닥다리의 의미를 가진 이 카메라는 작은 뷰파인더 안에 ‘찍을까, 말까? 지금? 지금!’이라는 순간의 선택, 그 선택이 세상에 나올 때를 기다리다가, 기다림 끝에 마주하게 될 때의 재미난 마음, 이 모두를 담고 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빛이 스며든 듯한 사진이, ‘분위기 있잖아’라고 가볍게 말하는 것으로 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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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ca B

구닥의 사진에서 낮은 채도가 빛을 발한다면, 이 카메라는 무채색의 매력을 보여준다. 우리의 세상은 어쩜 이다지 현란하고 화려하고 다채로운지, 그 세상에서 잠시 벗어난 'Feelca B'의 세상은 고요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때문에 흑백사진은 세상이 멈춘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지금 살아가는 세상을 잠시 멈추고 싶다면, 흑백사진 속에 잠시 가두어놓는 것은 어떨까.

디지털을 포기할 수 없는 당신에게 선

[정다빈 에디터 ekqls199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