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다시, 끝까지' 조영권 배우의 도전정신

[컬처]by 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2’ 리뷰

영화 속에는 어딘가 독특한 두 인물이 등장한다. “세상을 창으로 바라보겠다.”라며 열심히 창문을 닦는 박홍열 감독. 그리고 훌라후프를 돌리며 “마포구 일대를 바꿔보겠다.”라고 외치는 정치인 조영권 배우.


‘어렵다.’ ‘내 일하기도 바쁜데.’라는 생각에 정치를 외면했던 나는 어느새 이 특이한 두 인물을 보면서 정치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는 도전정신으로 선거에 계속해서 출마하는 조영권 배우를 보며 정말이지 그를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4번째로 정의당 구의원에 출마하는 조영권 배우. 사무실도 상가가 아닌 골목 어딘가에 위치해 있으며 궂은 날씨로 인해 플랜카드도 골목길 아래에 떨어져 있다. 그러나 환경이 불안정해도 조영권 배우는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선거운동을 벌인다. 더군다나 목소리가 쉬고 발목을 절때 까지 그는 선거운동을 멈추지 않는다.


근래 들어 첫 장편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단편 시나리오만 쓴 터라 분량이 늘어나지 않자 ‘에이 그냥 접자.’라는 생각으로 전전긍긍 해왔다. 간간이 보이는 시나리오 공모전의 출품 조건을 보고 ‘죽었다 깨어나도 못해.’라는 생각으로 홈페이지를 얼른 닫아버렸다.


그러나 조영권 배우의 ‘하면 된다.’라는 그 도전 정신. 그 태도가 나의 생각을 변화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다. 직접 발로 뛰어다니는 그 부지런함을 보며 나도 “해내고 싶다.”라는 열정이 몸에서 치솟았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장편 시나리오 완성을 목표로 잡았다. 달력에 일주일씩 이번 주는 몇 장, 다음 주는 몇 장 이렇게 표시를 하면서 채워가기로 했다. 조영권 배우가 몸으로 부딪힌 것처럼 나도 손가락으로 타자기를 열심히 두드릴 것이다.

나는 결과 중심적이다. 과정이 좋든 안 좋든 결과만 좋으면 그걸로 된 거라고 여긴다. 그런데 조영권 배우를 보면서 내 생각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그가 GV 때 한 말이 있다. “다음 선거에서도 패배할 것 같지만 패배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면 그 패배 자체가 승리이지 않을까.” 결과가 어떻든 간에 그 과정에 최선을 다해서 임했다면 그것만으로도 값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을 뿐더러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할 때가 많았어서 자기방어를 하기 위해 나만의 무기를 마련하게 됐다. 그 무기는 뭐든지 “잘하자”라는 것. ‘내가 잘하면 사람들도 나를 무시하지 못할 거야.’라는 생각에서였다. 남들에게 인정받고 보여줘야 하기에 “잘하자”라는 생각은 내 작업의 결과들로 이어졌고, 난 결과 중심적인 유형으로 자라났다.


그런데 조영권 배우를 보면서 ‘과연 잘하고 못하고 가 중요할까’, ‘중요한 건 어떠한 일을 임했을 때 거기서 즐거움과 깨달음을 얻는 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보는 내가 더 중요하다고 여겨졌다.

나는 장점이자 단점인 “실패란 없다.”라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 우선 당연한 얘기지만 성공을 맛보면 기분이 매우 좋다. 반대로 실패를 하면 인생의 패배자가 된 기분이 들고 나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내 글에 대해 누가 팩트 폭력을 날리거나 비판을 하면 상처가 오래간다. 이제 글을 못 쓸 것만 같은 우울감 때문에 아무 일도 못한다. 차라리 이런 기분이 들 바에는 실패를 하지 말자는 생각에 “내 사전에는 실패란 없다.”라고 결심해 버렸다.


거듭해서 실패하는 조영권 배우를 보면서 처음엔 “엥?”이라고 의아해하다가 후에는 그 실패가 오히려 멋지다고 느꼈다. 실패는 다시 도전을 하게 만들어주고 도전은 열정을 실어다 주기 때문이다. 조영권 배우의 첫 번째-세 번째 선거운동은 직접 보지 못했지만 실패로 인해 그가 점점 성장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는 실패를 실패로 여기지 않는 듯했다. 아직 맷집이 부족해 누군가 내 글을 비판하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지만 이제는 그 말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받아들여서 고쳐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박홍열 감독은 선거운동 과정을 프로파간다가 아닌 한 인물의 삶에 다가서서 소소하게 그려낸다. 조영권 배우를 보여주는 방식에 있어서도 그를 우월하게 보여주지 않고 어딘가 찌질한 남성의 모습으로 표현한다.


바로 이러한 점이 재미를 주고 진정성을 불어 넣는다. 보통 그럴 때가 있다. 화려한 놀이동산에 가는 것보다 집에서 보는 바깥 풍경이 더 와 닿을 때가. 우리 곁에 존재하는 소박한 무언가가 우리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박홍열 감독은 촬영과 다큐멘터리 창작을, 조영권 배우는 정치를 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이들을 끝까지 응원하고 싶어졌다. 더불어 공동 연출 황다은 작가는 “나는 왜 집안에 매여 있는가.”를 주제로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3’를 차기작으로 만들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앞으로도 세 인물의 앞날과 목표를 계속해서 지켜보고 싶다.


유수미 에디터

2020.06.2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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