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예쁘게 생겼네" 성희롱 시달리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 [그것을 아시나요]

성희롱 정신적 육체적 트라우마 심각

편의점 관두고 싶어도 생활비 등 걱정

폭행·성폭력 등 신고장치 있지만…손님이 먼저 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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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영업 중인 서울의 한 편의점.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함. 사진=허미담 인턴기자 damdam@asiae.co.kr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허미담 인턴기자] [편집자주] 자칫 사소한 것으로 보일 수 있는,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큰일로 여겨지는 '그것'을 포착해 전해드립니다.


"아가씨 남자친구 있어? 몇 살이야?", "밤에 외롭지 않아?"


서울의 한 번화가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했던 20대 여성 A 씨가, 야간 근무 중 손님으로 왔던 50대 중년 남성에게 들었던 말이다.


A 씨는 또 "겨울에 일할 때 손이 좀 텄는데 손님으로 왔던 한 남성이 강제로 손을 만지며 '손이 너무 텄네'라고 말했다"면서 "정말 화가 나고 불쾌했지만, 편의점에 혼자 있어서 뭐라고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청년 아르바이트생을 상대로 한 성희롱이 심각한 상태다. 특히 편의점과 같이 아르바이트 1명이 근무하는 현장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전국 아르바이트 청년 6,722명을 대상으로 성희롱 실태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31%가 근무 중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의 피해가 66%로 가장 높았다. 성희롱 피해 후 대처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을 통해 민원을 접수했다는 응답이 2%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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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르바이트 장소를 편의점으로 좁히면 아르바이트생들에 대한 성희롱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알바노조가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 40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2017)를 보면, 응답자의 54.4%가 폭언·폭행을, 12.9%가 성희롱·성폭행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안전 및 범죄 대처 교육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2.4%가 안전·범죄 대처 교육과 관련해 "어떤 교육이나 지침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고 16.7%만이 "문서 등으로 지침을 받았다"고 답했다. "본사에서 정기적인 교육과 점검을 한다"는 응답은 1.7%에 그쳤다.


폭언·폭행을 경험한 아르바이트생은 전체의 54.5%에 달했다. 근무 형태별로는(복수 응답 허용) 야간 근무자가 62.6%, 주간 근무자가 49.8%로 야간 근무자가 이같은 경험을 한 비율이 더 높았다. '폭행 경험률'로 범위를 좁히면 야간 근무자 12.2%, 주간 근무자 6.0%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20대 여성 B 씨는 "야간 알바는 몸이 힘든 게 아니고 정신적으로 힘든 게 더 큰 것 같다"면서 "내가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면서도 알바를 그만두면 생활비가 빠듯해지니까 그만둘 수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신이 당한 성추행 피해 내용에 대해 "편의점 주변에 술집이 많아서 취객들이 자주 왔다. 취객들이 '아가씨'란 호칭으로 나를 부르는 것은 기본이고, 거스름돈을 줄 때 손을 더듬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 40대 취객은 내 손목을 잡으면서 '번호 좀 달라'고 했다. 무서워서 손목을 뿌리치고 싶었는데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어 그냥 잡히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편의점에는 전화 수화기를 들면 인근 경찰서로 신고가 접수되는 비상벨이 있었지만, 손목이 잡힌 상태에서는 쓸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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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아르바이트생들에 대한 안전교육은 부실한 상태로 조사됐다. '알바천국'이 지난해 8월 야간 아르바이트 유경험자 362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신고 및 대응 요령' 등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교육을 받은 알바생은 28%에 불과했다.


일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 안전을 위해 여러모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경찰은 순찰도 강화하고 있지만 아르바이트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시스템의 사각지대가 있는 셈이다.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30대 직원 C 씨는 "야간 아르바이트생들을 위한 각종 안전장치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결국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대하는 고객들이 변하지 않으면 이런 장치 등은 소용이 없다. 고객에게 친절을 바랄 수 없겠지만, 반말이나 특히 성희롱 같은 행위는 더 이상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허미담 인턴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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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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