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지엑스 - 로봇 바리스타의 드립커피, '손맛'은 어떨까
전국 7개 지점 중 강남점 가보니
주문하면 협업 로봇 '바리스'가
AI 핸드드립 알고리즘 통해
원두 특성 따라 미세 조정
최상의 스페셜티 커피 내려
아날로그적 작업 직접 보여줘
사람은 고객과 교감하며
창의성 극대화 환경 제공
라운지엑스 인공지능 바리스타 '바리스'가 작동하는 모습.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 |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시점이 벌써 1년 전. 나라마다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응하기 위해 비대면 기술에 더욱 의존하고 있다. 원격, 자동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는 신기술의 급속한 적용은 한편으로 기존 일자리를 없애 결국 인간을 소외시키고 궁핍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신기술이 인간사회에서 조화롭게 녹아들 수 있는 길은 정녕 없는 걸까. 놀랍게도, 한 작은 스타트업업체가 '인간과 기계의 협업'이라는 복잡하고 지난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사표를 내 주목받는다. 로봇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를 내려주는 카페 '라운지엑스'가 그 주인공이다.
라운지엑스는 리테일 테크기업 '라운지랩'에서 운영하는 카페다. 라운지랩에서 개발한 인공지능(AI) 로봇을 이용, 커피를 만들어 고객에게 판매한다.
기자가 방문한 서울 강남구 역삼역 강남N타워 지하의 라운지엑스 강남점은 전국에 설립된 7개 지점 중 하나다. 카페에 들어서면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푸른 LED 조명 밑에 자리 잡은 바리스타 로봇, 일명 '바리스'가 눈에 띈다.
라운지엑스 서울 강남점 내부 모습.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 |
바리스는 라운지엑스가 자랑하는 이른바 '협업 로봇'으로, 인간 바리스타들과 함께 업무를 담당한다. 특히 바리스는 라운지랩이 직접 디자인한 AI 핸드드립 알고리즘을 통해 원두의 특성에 따라 로봇 특유의 미세한 조정 기능으로 최상의 스페셜티 커피를 내릴 수 있다.
바리스를 개발한 황성재 라운지랩 대표는 로봇 바리스타가 일하는 카페를 열게 된 이유를 몇 가지로 요약했다. 우선은 소비 주력층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MZ세대가 새로운 소비자군으로 변화하면서 소매 산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신기술을 접목해 업무 현실을 개선하려는 목적이 있다. 황 대표는 "로보틱스, AI와 같은 신기술들이 단순히 연구실 책상 위에서 연구되고 사용되기만 해서는 한계가 있다"면서 "일선 업무 현장에서 적용돼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에게 기술의 편리함과 즐거움을 전달하고자 카페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로봇 드립 커피’가 주문되면 바리스는 고객의 눈앞에서 곧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고객들은 로봇팔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밀하게 움직이며 커피를 내리는 모습을 즐길 수 있다.
라운지엑스 핸드드립 로봇 '바리스'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 |
황 대표는 "대부분의 로봇 카페나 로봇 커피는 일종의 자동판매기 형태에 가까워 커피를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만들어 고객 앞에 전달해주는 정도"라며 "이에 비해 바리스는 사용자가 함께 있는 공간에서 아날로그적 작업인 핸드드립을 직접 보여주며 고객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라운지엑스는 단순히 '로봇이 커피를 만드는 카페'를 넘어 '로봇과 인간이 협업하는' 산업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 바리스가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고 인간 바리스타는 생산적인 작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는 "기존 핸드드립 커피는 숙련된 바리스타가 직접 3~5분가량 핸드드리핑에 시간을 들여 커피 한잔을 만들 수 있는데, 바리스가 이 과정을 맡으면서 바리스타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게 됐다"며 "그 시간 동안 바리스타는 고객과 교감을 나누거나 새로운 일도 시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자를 단순 반복적인 작업에서 해방시킴으로써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셈이다.
라운지엑스는 앞으로 로봇 기술을 활용해 카페를 포함한 소매 사업 자동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현재 서비스 중인 핸드드립 커피를 만드는 로봇 바리스를 넘어 에스프레소 샷을 내릴 수 있는 로봇 '바리스 에스프레소', 간편한 음료 메뉴를 직접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바리스 캔' 등을 개발 중이다.
황 대표는 "소매업에서 일하는 많은 분이 겪고 있던 불편함을 기술이 해소해줄 수 있을 것"이라며 "더 편리한 공간에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기술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기술 덕분에 인간사회가 편리해지고 윤택해지고 나아가 문화적으로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하면서,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앞선 기술이 '인간성 회복'이라는 거대한 비전을 위한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