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담악 병풍바위 사이로 지즐대는 봄향기‥꿈엔들 잊힐리야

금강 휘돌아가는 옥천 봄 향수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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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은 금강이 구절양장처럼 흐르는 고장이다. 금강의 지류 소옥천이 대청호로 흘러드는 군북면 추소리에 부소담악이 있다. 양옆으로 호수가 호위하는 좁은 능선 산책길을 걷다보면 청정옥수에 그만 반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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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핀 화인산림욕장 힐링길을 걷는 여행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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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소담악을 품고 있는 물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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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변 봄날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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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제1경인 둔지봉은 한반도를 좌우로 바꿔놓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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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구읍 옛37번국도변의 벚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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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가 올해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선정한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자연 그대로의 숲으로 들어갑니다. 혼자힘으로 50년을 심고 가꾼 숲입니다. 눈앞에 끝이 보이지 않는 메타세쿼이아와 편백나무 숲이 펼쳐집니다. 힐링하기 가장 좋다는 4.2km의 산책로는 산의 곡선을 따라 오르고 내리며 춤을 춥니다. 자연스럽게 난 산책로 길섶으로 노란, 보라, 하얀색의 야생화들이 반겨줍니다. 대청호오백리길 중 꽃 넝쿨을 호수 위에 드리워 놓은 부소담악의 산책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양옆으로 호수가 호위하는 좁은 능선을 걷다 보면 청정옥수에 그만 반하고 맙니다. 금강 물길을 휘감아 도는 곳에 자리한 둔지봉은 한반도 모형을 좌우로 바꿔 놓은 듯한 풍경으로 유명합니다. 절정의 벚꽃길을 따라 옥천구읍으로 가면 육영수여사 생가, 강소형 잠재관광지인 옥천전통문화체험관 등이 반겨줍니다. 그뿐인가요. 옥천하면 가장 이름난 게 바로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로 시작대는 정지용 시인의 ‘향수’가 아닐까요. 구읍에는 항상 방문을 열어두는 정지용생가를 비롯해 지용문학공원 등이 있습니다. 봄날 향수로의 초대, 충북 옥천으로 갑니다.

◇혼자힘으로 50년을 심고 가꾼 화인산림욕장, 4.2km 산책길 힐링명소

옥천군 안남면에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화인산림욕장이 있다. 산림욕장에 당도하자 몸이 벌써 반응을 한다. 마음급하게 저절로 숲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매표소에서 입장료 3000원을 받으면서 주인 정홍용씨가 내민 안내문엔 찾는이에 대한 미안함이 가득했다.

잠시 들여다보면 이렇다. 2013년 군청의 개방요청에 무료로 개방한 지 8년이 지났다. 그렇게 관리비 등으로 1억원이 훌쩍 들어갔다. 무료개방의 손실을 버티며 소사이어티(1억원이상 고액 기부자클럽)에 들어갈 요건에 부합했다며 자위하면서 인내해 왔다. 하지만 한계란 있는 법. 2021년 보다 낳은 서비스와 산책로 조성을 위해 입장료 3000원을 받게 되어 죄송하다는 내용이다. 영유치원, 안남, 안내면민들은 기존처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3000원이란 입장료도 어느 수목원이나 산림욕장에 비하면 착한가격이지만 주인장은 미안함이 먼저 앞선다.


그러나 단언하건데 숲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걸어본다면 수많은 세월 땀과 정성으로 가꾼 숲을 입장료에 가치를 매길 순 없다는것을 느끼게 된다.


정 씨는 고향땅에 산을 사서 50년 가까이 숲을 가꾸고 있다. 혼자서 이 깊고 넓은 숲의 나무를 죄다 심고 가꾸었다. 깊은 산중에 산림욕을 즐길 수 있을만한 거대한 숲을 만들어 내느라 한 사람이 감당한 노동의 총량을 도무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산림욕장 들머리에 줄지어 선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먼저 마중을 한다. 사열하듯 양쪽으로 서 있는 우람한 둥치의 실핏줄 같은 가지마다 새잎을 달기 시작했다.


1만여 그루가 넘는 메타세쿼이아가 우람하게 자란 모습은 다른 숲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국내 최대 군락지라 할 만하다.

산허리를 감으면서 이어지는 산림욕장의 전체 코스는 4.2㎞ 남짓이다.

정 씨는 "마라톤 정식코스의 10분1 수준인 4.2km가 가장 힐링하기 좋은 거리" 라며 "우리 산림욕장의 총 산책로 길이를 그 수준에 맞췄다. 넉넉잡아 한 바퀴 도는대 1시간 30여분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수직의 메타세쿼이아 숲을 지나자 밤나무와 편백나무 숲이 등장했다. 편백나무는 주인장이 특히 아끼는 나무다. 향기와 광택이 뛰어나 몸과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진정제 역활을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있는 이때 숲길에 들어 돌아보면 어느새 내자신에게 집중하고 상처받은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기분에 빠진다.


산허리를 감고 이어지는 숲길 내내 피톤치드의 향기가 출렁거렸다. 보라빛 현호색과 노랑 양지꽃 등 봄야생화들이 길섶에서 살랑살랑 봄바람을 즐기고 있다.


산림욕장의 가장 큰 미덕이라면 조용하고, 고즈넉하다는 것. 눈을 확 휘어잡는 경관은 없지만, 이름모를 새 울음소리를 들으며 제 발걸음소리만 데리고 걷는 것만으로도 청량한 기운이 온몸에 번진다.

돌아서는 길 "숲을 제 것처럼 아껴주는 관람객들을 위해, 앞으로 힘 닫는 데까지 나무를 심고 가꾸겠다."고 말하는 주인장의 목소리가 귓전을 파고든다.

◇대청호 드는 물길에 터 잡은 호수 위 소금강, 부소담악

옥천은 금강이 구절양장처럼 흐르는 고장이다. 금강의 지류 소옥천이 대청호로 흘러드는 군북면 추소리에 부소담악이 있다.

추소리마을에서 소옥천을 따라 부소담악 위에 세워진 추소정, 부소정까지 갈 수 있다. 이 길은 대청호오백리길의 일부 구간이기도 하다.


부소담악은 본래 산줄기였던 곳이 대청호 담수로 물에 잠기면서 칼날 같은 능선만 수면 위에 길게 드러났다. 물에 잠긴 부분의 흙이 씻겨나가면서 바위가 드러나 마치 바위 병풍을 둘러놓은 듯한 풍경이 된 곳이다. 물 위에 병풍처럼 길게 펼쳐진 바위의 길이가 자그마치 700m나 뻗어있다.


부소담악은 사계절 언제든 풍광이 장쾌하지만 봄날의 화려하기가 으뜸이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절경임에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빼어난 명승에는 옛이야기들이 깃들어 있는 법인데, 부소담악에는 경관의 값어치에 걸맞은 얘기가 없다. 그저 조선시대 문신인 우암 송시열이 일대의 풍경을 통틀어 소금강이라고 표현했을 정도가 전부다.


부소담악 능선길은 절반은 폭신한 흙길이고 절반은 나무 데크길이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새순으로 우거져가는 눈부신 길이 펼쳐진다. 벚꽃, 진달래가 가슴에 와 요동친다. 미동 없는 수면을 가르는 고깃배의 파동이 묘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봄날이 그려놓은 수채화는 이렇듯 곱디곱다.

◇정지용의 시 향수가 그려지는 구읍의 풍경

옥천에 가면 정지용이 떠오른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로 시작되는 향수의 시인, 그가 1902년 옥천에서 났다. 정지용은 일본 유학 중이던 22세에 고향을 그리는 절절한 마음을 담아 향수를 썼다.


옥천읍(구읍)에 그의 생가가 복원돼 있다. 그 옆에 문학관도 있다. 구읍 사람들은 정지용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1996년 문을 연 정지용문학관은 정지용 문학의 실체를 보고, 느끼고,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문학 전시실과 영상실, 문학교실 등이 마련되어 있다. 문학관을 들어서면 로비에서 밀랍인형 정지용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벤치에 앉아있는 정지용과 기념촬영을 할 수 있는 포토존이다. 전시실은 그가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있게 시대적 상황과 그의 문학을 시대, 연도별로 정리해놨다.


구읍 옛37번 국도변에는 아름다운 벚꽃길이 있다. 해마다 4월이면 벚꽃이 만개하는 옥천의 대표적인 명소다. 옥천읍 교동저수지에서 군북면 소정리까지 8㎞ 정도 이어지는 이 길은 중간 지점부터 금강 줄기가 보여 드라이브하기에 좋다.


특히 구읍에는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가 올해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선정한 옥천전통문화체험관이 있다. 유구한 역사와 자연 환경 속에서 피어난 옥천의 문화를 즐기면서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 나가기 위한 곳이다.

고시산관의 한옥 숙박은 물론 부채 꾸미기, 한지 등 꾸미기, 마패 만들기, 기와 컬러링 등 다양한 자율체험이 가능하다.


옥천=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여행메모

△가는길=수도권에서 가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옥천나들목을 나서면 중심가가 나오고 그 옆에 구읍이 있다. 구읍을 먼저보고 부소담악, 화인산림욕장, 둔지봉 등은 20km 이내에 있다.


△볼거리=한반도지형을 닮은 둔지봉을 비롯해 CNN에서 선정한 일출명소 용암사, 서당으로 첫 보물된 이지당, 육영수생가, 구읍 문화유산 투어, 죽향 초등학교 구교사(국가등록문화재 제57호), 상춘정, 청풍정, 장계관광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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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금강을 끼고 있어 피라미를 바삭하게 튀겨낸 도리뱅뱅이와 민물고기를 뼈째 푹 고아내 고추장을 풀고 각종 야채를 넣은 뒤 국수를 말아먹는 생선국수가 유명하다. 또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옥천순대국밥과 미락올갱이, 금강올갱이(사진)집도 맛나다.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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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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